피해자 대부분 매매가보다 높은 전세가, 즉 '역전세' 계약 상황
피해자들 오픈 채팅방 개설... 전세사기 의혹 A 씨, 소유권 이전 유도
시세보다 웃돈 얹어 매입 유도했다는 증언도 나와... 일부 피해자, 실제 상황
정부와 市 지원 정책 "실효성 없어" 지적도... 8월 전세 계약 만료 앞두고 피해 확산 우려
[세종=디트뉴스 김다소미 기자] 세종시 전세사기 사건 의혹으로 불구속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는 부동산 법인회사 대표 A(50·여) 씨가 피해자들에게 ‘소유권 이전’을 추천하며 회유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A 씨는 ‘내가 파산해서 아예 못 받는 것보다 집이라도 보존하는게 낫지 않냐’고 말하는 등 자신의 혐의를 ‘면피’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피해자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 속에 대부분 피해자들은 나름의 대응에 나서고 있다.
매매가 보다 높은 전세가로 계약한 이른바 ‘역전세’ 상황에서 실제 일부 피해자들은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 매매 시세보다 웃돈을 얹어주고 매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181명이 모인 오픈채팅방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하는 다수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A 씨가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진 B부동산에서 연락을 받았다는 피해자 C 씨는 “어제 그 부동산에서 말하길 ‘주인(A 씨)이 올해 종합부동산세를 절반만 내고 나머지는 12월까지 유예했다. 6월 1일부터 시작인데 주인 못 믿는다’라고 하더라”며 “그래서 소유권 이전을 미리 하는것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알려준다더라”고 전했다.
세종시 산하기관 공직자 D 씨도 결국 매입 방식을 택했다.
역전세 방식으로 계약했던 D 씨는 경찰로부터 피해가 의심된다는 연락을 받고 곧바로 매입을 서둘렀다. 소송이 얼마나 길어질 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소송에만 매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피해자 E 씨는 “지금 소유권 이전하는데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 더 달라고 한다더라. (매입 말고) 경매로 낙찰받으면 전세금으로 구매하게 되는거고 차액은 A 씨한테 요구하는거니까 결론적으로 저럼한듯한데”라고 하자, 다른 피해자들은 “차액을 A 씨가 안줄거다. 경매도 특별법 시행돼야 우선매수권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다음 주가 전세 만기라는 피해자 F 씨도 “A 씨가 손해는 절대 안보고 팔려고 하는 모양새다. 나한테는 10% 더 받고 싶다고 하더라.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올때 조심했어야 했다”고 전했다.
많은 피해자들이 작년 말이나 올 초 A 씨 권유로 계약을 연장했단 사실도 드러났다.
오픈 채팅방을 개설한 피해자 G 씨는 “일부 피해자들과 직접 만났다. 모두 20대에서 30대 초반이었다”며 “A 씨에게 사회 초년생들에게 어떻게 이럴수가 있냐 물으니 오히려 ‘사회 초년생이 1억이 어디서 나서 계약했나’고 하면서 나를 고소한다더라”고 성토했다.
현재 피해자들은 불구속 입건된 A 씨에게 연락을 지속적으로 취하고 있지만 A 씨는 ‘소유권 이전’을 희망하는 피해자들만 상대하고 있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G 씨는 전날 세종시가 지역 내 피해자들을 위해 내놓은 지원책에 대해서도 “현재 피해 사례들과 부합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G 씨는 “시가 발표한 전세대출, 긴급 주거공간 지원은 A 씨의 혐의가 ‘전세 사기’라고 인정이 됐을 때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 대출 만기된 다른 피해자들이 은행에 가서 문의하면 임대인이 A 씨라는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은행권에서도 A 씨와 연관된 거래를 기피하고 있어 대출금 만기일이 도래한 피해자들은 신용 불량자가 될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G 씨는 지역 내 일부 부동산들도 한통속이란 비판도 했다.
그는 “몇몇 사람들은 올해 초 위험을 인지하고 다른 사람한테 폭탄 돌리듯이 넘기고 빠진 사람도 있다. 일부 부동산에서도 이를 알면서도 수수료를 두배 받아가고 중개한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종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A 씨와 남편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며 이들 부부는 일부 세입자에게 전세 계약이 만료됐음에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최근 A 씨의 나성동 사무실과 자택, 임대사무소, 금융계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16일 기준 보증금을 받지 못한 세입자들은 50명에 달하며 피해 신고는 계속 접수되고 있다.
오는 7~8월 계약 만료일을 앞둔 매물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해자는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전세사기 특별법’은 국회에서 여전히 표류 중이고 정부나 지자체가 내놓은 지원책도 사실상 자격요건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으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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