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임업인총연합회장 최무열

최무열 (사)한국임업인총연합회장. 
최무열 (사)한국임업인총연합회장. 

올해는 여느 해보다 빨리 봄이 찾아온 듯하다.

예년보다 빠르게 봄철 기온이 올라 고로쇠 수액 채취가 일찍 끝나고 이제 완연한 봄에 접어든 산촌은 산나물 채취와 임산물 재배로 분주하다.

잠시 허리를 펴고 올려다본 하늘이 숲과 더불어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2023년은 대한민국 정부가 전후 황폐화된 국토를 푸른 숲으로 바꾸겠다는 원대한 구상을 발표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73년 치산녹화계획을 수립하고 무려 100억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어 지금의 아름다운 산림을 조성했으며, 정부와 전 국민의 노력으로 국토의 63%가 울창한 숲으로 이뤄진 산림강국이 됐다.

OECD 주요 국가별 산림률(국토 면적 중 산림이 차지하는 비율, 2020년 기준)을 살펴보면, 핀란드 74%, 스웨덴 69%, 일본 68%에 이어 우리나라가 네 번째로 높다.

올해 3월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발표한 산림의 공익적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간 259조 원의 공익가치를 산림으로부터 얻고 있다고 한다.

국민 한 사람당 연간 499만 원을 산림으로부터 얻고 있는 셈이다. 숲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많은 혜택을 넉넉하고 공평하게 나눠 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임산물과 목재를 생산하는 곳이고, 삶과 휴식의 터전이자 유무형의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보물산이다.

그러나 과거 황폐화된 국토의 녹화를 위해 시작된 산림자원 육성과 산림보호 일변도의 산림정책으로 인해 산주와 임업인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산이 가진 무한한 가치를 모든 국민이 풍요롭게 누릴 수 있도록 산주와 임업인이 안내자 역할을 하고자 해도 수많은 규제와 국가․지자체 주도의 산림 서비스 정책으로 인해 그 뜻을 펼치기 어려웠다.

게다가 농업, 어업 등 다른 1차 산업과 비교해 보면 지원정책이나 세제 감면 등 혜택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열악한 경영환경에서 임업을 해야만 했다.

실제로 전국의 많은 임업인이 산지와 농지에서 임업과 농업을 동시에 경영하면서 두 분야 간 형평성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세 부담을 경험하고 있다.

예를 들면, 농작물을 재배해 얻는 수입은 10억 원까지 소득세를 비과세하고 있으나, 임업용 종자와 묘목을 생산하거나 임산물을 채취해 얻는 수입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이 없는 실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자경농지에 대해서는 8년 이상 농사를 지으면 양도소득세를 전액 감면해주는 데 비해 자경산지에 대해서는 50년 이상 나무를 심고 숲가꾸기 사업을 하더라도 50%만 감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밖에 영농 상속공제의 경우에도 농업과 어업 등은 토지구분에 따른 차별 없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데 비해 임업만은 산지 구분에 따라 보전산지에 대해서만 적용되며 준보전산지는 배제하고 있다.

경사진 산지에서 많은 장비와 노동력을 투입해 임업을 경영하고 있고, 여러 산지 규제로 인해 임업이 아니면 활용하기 어려운 땅인데도 농업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 납득하기 어려운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을 고려할 때 최근의 산림정책 방향의 변화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임업인들은 이번 정부 들어 우리나라의 산림정책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산림청은 지난해 산림․임업과 관련된 227건의 규제를 발굴해 개선하고 있으며, 임업인들이 산림을 더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숲경영체험림 제도를 도입하여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현재 임업진흥법을 개편해 사유림경영 활성화를 위한 법률로 전환하는 내용의 전부개정안이 4월 12일 발의됐다.

최무열 (사)한국임업인총연합회장.
최무열 (사)한국임업인총연합회장.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 따라 임업과 농업 세제 간의 형평성을 고려한 개선도 뒤따라야 할 것이며, 이 모든 노력이 사유림 경영 활성화와 임업인 소득 증대, 산촌의 진흥을 견인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국토녹화 50주년, 산림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며 그동안 굳게 닫혀있던 보물산의 문이 열리려고 한다.

전국 219만 산주와 임업인이 그간의 설움을 잊고 숲으로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맞이하는 개척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나아가 고령화 저출산, 지역소멸 등 우리나라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해결책으로서 임업과 산촌의 가치가 더욱 빛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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