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제12형사부, 이정학 진술 토대로 이승만 무기징역 선고
재판부 "피해자 생명을 조준사격했다"..검찰, 이승만 이정학 항소

2001년 발생한 국민은행 권총강도살인 사건의 주범인 이승만에게 무기징역이, 공범인 이정학에게는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왼쪽부터 이승만과 이정학.
2001년 발생한 국민은행 권총강도살인 사건의 주범인 이승만에게 무기징역이, 공범인 이정학에게는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왼쪽부터 이승만과 이정학.

[지상현 기자]지난 2001년 발생한 대전 국민은행 권총강도살해 사건으로 구속된 2명에게 검찰이 법정최고형인 사형과 무기징역을 각각 구형했지만 법원은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 마다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실제 권총을 쏜 주범을 이승만이라고 특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는데, 검거 이후 범행을 자백한 이정학의 진술이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나상훈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대전지법 230호 법정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승만(52)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정학(51)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이승만에게 사형을, 이정학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대구 모 고등학교 친구 사이인 이들은 지난 2001년 10월 15일 대전 대덕구에서 순찰 중인 경찰관을 승용차로 들이 받은 뒤 권총을 빼앗아 범행을 준비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21일 오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주차장에서 이승만은 현금수송용 가방을 내리는 피해자(45, 은행 출납과장)에게 권총으로 3발을 발사해 살해하고, 이정학은 현금 3억 원이 든 현금수송용 가방을 빼앗은 혐의로 검거됐다.

이승만은 이정학과 공범인 점은 인정하면서 권총을 쏜 부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승만은 경찰에 체포될 당시 범행을 부인하다가 이정학이 자백했다는 소식을 듣고 범행을 자백했지만, 검찰 송치단계부터 진술을 번복하며 권총을 사용한 것은 이정학이라는 주장을 고수해 왔다.

검찰은 이정학 진술을 토대로 권총을 쏜 이승만을 사형을 구형하고 범행을 도운 이정학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는데, 법원도 유무죄 판단 과정에서 이정학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이승만이 총을 쏘고 이정학은 범행을 도운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이승만)의 범행은 살상력이 높은 권총을 이용한 범행뿐 아니라 피해자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조준사격에 따른 범죄라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비교적 정확한 조준사격으로 2차례에 걸쳐 관통한 탄환이 피해자에게 치명상을 야기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잔혹한 범행 수법에 해당할 뿐 아니라 피고인의 살해 고의를 명백히 보여주는 사정이다. 이를 고려할 때 피고인의 살인이 우발적 살해라는 주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의 사망은 그저 피해자가 자신에게 맡겨진 직무에 충실하고자 했던 과정에서 일어난 피해라는 점에서 보다 비극적이고 한순간에 가장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과 상실감, 좌절감은 약 2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무엇으로도 보상받거나 회복될 수 없다"며 "그 지난한 시간 동안 곱씹을 수밖에 없었을 상실의 고통과 평안의 무게는 어떤 언어로도 감히 표현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수시로 이용하는 도심 한가운데의 대형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일어난 이 사건 범죄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두려움을 안겨주었다"며 "피고인의 범행 후 정황, 특히 피해품(현금)을 대부분 차지한 점이나 이 사건 범행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이정학의 잘못으로 돌리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개전의 정은 미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피해자의 유족으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거 이후 범행을 자백한 이정학에 대해서는 "단순히 법정에서 범죄사실을 자백한다는 점만으로 기계적으로 양형사유인 '진지한 반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반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어디까지나 신중함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자신이 기억하는 이 사건 경위를 모두 진술함에 따라 우리는 비로소 약 20년 만에 이 사건 진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 진실에는 사망 피해자가 그 비극의 순간 얼마나 정의롭고 고결하게 행동했는지를 포함한다"며 "비록 피고인이 비난받아 마땅한 중범죄자이기는 하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죗값을 구한다는 점에서 적어도 과거의 비겁함을 개선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은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마지막으로 "가족들의 존재가 피고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도록 한 이상 적어도 '피고인의 범행 인정 및 반성'을 평가하는 요소로는 삼을 수 있다"며 "강도살인 범행의 기획, 범행도구의 준비 및 실행 과정에서의 기여 정도, 분배받은 피해품의 비율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범행 가담은 적어도 이승만에 비해서는 다소 그 정도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같은 법원 판단에 대해 검찰이 항소함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에서 다시한번 형량에 대한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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