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출범 10년 만에 첫 '생명존중 저널리즘 세미나' 개최
정정 보도 수용률 0%,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보도 권고 기준 환기
지역사회 협의체에 언론 포함 필요성 공감대... 극단적 선택 예방과 감소 기대

지난 25일 세종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생명존중 저널리즘 '언론의 역할과 책임' 세미나. 세종시 제공. 
지난 25일 세종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생명존중 저널리즘 '언론의 역할과 책임' 세미나. 세종시 제공. 

[세종=디트뉴스 이희택 기자] 세종시의 지난 6년간 ‘극단적 선택’ 발생률이 증감을 반복해온 것으로 분석됐다.

세종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016년 인구 10만 명당 극단적 선택은 23.9명으로 전국 최고 증가율을 보였으나, 2017년 다시 17.7명으로 전국 최고 감소율로 역전 현상을 나타냈다.

2018년에는 다시 26명으로 전국 최고 증가율을 회복한 뒤, 2019년 22.4명, 2020년 18.4명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다시 19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증감률은 이처럼 들쭉날쭉했으나 전국 평균 대비 낮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다행스런 부분이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은 24.3명~26.9명 선을 기록했다. 이는 신도시 특성상 잦은 인구 이동 등 인구학적 변화가 큰데 따른 현상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지난해 극단적 선택이 69명에 달하고 있는 점은 지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대목이다. 올해 집계 결과는 나오지 않았으나 공직자부터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는 사망 사고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해 결과에서 성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고, 연령대는 30~50대가 62.5%를 차지했다.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30~40대, 60대 이상에서 가장 높은 극단적 선택률을 보이고 있는 경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개개인의 정신건강부터 경제 생활, 가정 문제 등의 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분석됐다.

언론이 참여하는 '지역사회 협의체(가)' 구성 숙제 노출 

이날 다양한 참가자들이 토론을 통해 현주소와 앞으로 과제를 제시했다. 
이날 다양한 참가자들이 토론을 통해 현주소와 앞으로 과제를 제시했다. 

지난 7월 공식 개소한 세종시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센터장 김현진)’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협의체(가) 구성 필요성은 여기서 비롯한다. 그동안 빠져 있던 언론의 참여를 전제로 한다. 

현재 센터는 세종시 위탁으로 세종충남대병원이 운영하는 정신 건강 전문기관으로, 연구기획팀과 자살예방팀, 정신건강증진팀, 위기개입팀(1577-0199, 365일 24시간) 조직을 통해 지역 사회 안전망 강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세종충남대병원부터 지역 10개 정신건강의학과의원과 은혜기독병원 등 의료기관, 꽃동네치료공동체와 늘푸른집, 한걸음 등 정신재활시설, 방주의집 등 정신요양시설이 또 다른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조치원 소재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와 세종시교육청 소속 세종학생정신건강센터(도담동)가 또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지역 사회의 개선 요구는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효숙(나성동) 의원은 지난 9월 단 2곳에 불과한 청소년 지원 시설 현주소를 되짚었다.

같은 당 김현옥(새롬동) 의원은 세종시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률이 전국 최고란 사실을 공론화했다. 이어 세종시 관련 예산과 전문 인력이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열악한 상황도 꼬집었다. 낙인 효과와 편견을 우려, 상담을 꺼려하는 경향도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세종시 출범 10년 차를 맞아 언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주문도 많아지고 있다.

언론 보도가 미치는 사회적 파급 효과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실은 냉혹하다. 극단적 선택 보도와 관련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정정과 제안 요청은 단 한 건도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5일 시청자 미디어센터에서 ‘생명존중 저널리즘, 언론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이란 주제의 세미나가 열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자리에는 언론인부터 유관기관 종사자, 시민 등 모두 70여 명이 참석했다. 사회적 책임을 담은 ‘자살보도 권고 기준 3.0’이 다시 전달됐다. 

▲자살이나 자살 의미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의 표현 ▲구체적인 방법과 도구, 장소, 동기 등 보도 NO ▲관련 사진이나 동영상 배포 유의 ▲미화 또는 합리화 대신 부정적 결과와 예방 정보 제공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 존중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최윤미 부센터장은 ‘예방 사업 소개 및 현황 발표’에 나섰고,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한 생명존중 저널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효정 주간조선 기자는 ‘미디어가 자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언급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지난해 시정 권고 유형 중 2위가 자살 관련 보도(12.1%)란 사실도 전달했다.

본지 이희택 기자는 “지속적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신도시 특성상 범죄나 사고가 발생해도 쉬쉬하는 경향이 많다”며 “관련 협의체도 대부분 비공개다. 언론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마련, 공개할 부분은 공개해 지역 사회가 지혜롭게 문제를 풀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도윤 마음두레 연구소 대표는 “오스트리아의 경우, 보도 권고 기준 제시 후 극단적 선택률이 큰 폭으로 감소한 사례를 갖고 있다”며 “동기를 추정한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 사실과 예방 정보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곳이 언론이란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밖에 지역 언론과 자살 예방 협력체계 구축 의견도 나왔고, 정신건강복지센터는 향후 이 같은 실행안을 준비하기로 했다.

김현진 센터장은 “이번 생명존중 저널리즘 세미나는 세종시에서 처음 개최하는 자살 예방 언론보도 세미나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보도 권고기준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예방에 있어 언론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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