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영의 손스피커]
”충남대학교 평화의 소녀상은 존치되어야 한다“

지난 8월 15일 국립대 최초로 충남대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자료사진.
지난 8월 15일 국립대 최초로 충남대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자료사진.

충남대학교 교정에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기념촬영을 하고 SNS에 올리는 운동에 동참했습니다. 충남대 평화의 소녀상이 영구히 학내에 남아서 치욕의 역사를 잊지 않게 하는데 역할을 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학교측과 건립추진위의 줄다리기를 보며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충남대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는 지난 8월 15일 새벽 기습적으로 소녀상을 교내에 건립했습니다. 한밤중에 강행한 배경에 대해 정온유 추진위원장은 ”그동안 대학본부와 소녀상 건립을 위한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 왔으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대학본부와 더는 공식적인 협의가 진행되지 않아 소녀상 설립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충남대학교는 공문을 통해 “다음 달 22일까지 원상복구가 되지 않을 경우 국유재산법 제74조(불법시설물의 철거)등 관련 법령에 의거해 처리될 수 있다”며 철거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충남대학교 총학생회와 민주동문회가 중심이되어 2017년 10월 결성된 소녀상건립추진위는 재학생과 동문으로부터 2300만 원을 모금하여 소녀상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건립을 위해 총학생회의 주도로 세 차례에 걸쳐 교내 구성원들의 동의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자 92.6%가 소녀상 건립을 찬성했으며 전체 학생 대표자 회의에서도 87%가 찬성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학본부는 ‘모든 구성원의 동의’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결과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시간이 지체되자 기습적으로 설치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국내 대학교 교정에 세워진 소녀상은 대구대와 신한대가 있는데 국립대학교로는 충남대학교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평화의 소녀상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2011년 12월 14일 수요시위 1천회를 기념하여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건립한 것이 처음입니다. 이후 국내에만 143곳에 시민단체와 지자체 주관으로 소녀상이 건립되었습니다.

특히 서초고등학교 등 7곳의 정규 중고등학교에 소녀상이 있는데 학생들이 앞장서서 건립을 주도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해외에도 32곳에 ‘평화비’ 또는 ‘기림비’라는 이름으로 소녀상이 있습니다. ((재)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2021년 3월 집계 기준)

오광영 전 대전시의원.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
오광영 전 대전시의원.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

소녀상 건립은 국내외에서 많은 논란을 겪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12월 일본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철거가 포함된 것이 문제가 되어 청년들이 이듬해 5월까지 노숙하며 소녀상을 지키는 투쟁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는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을 구청이 불법시설물이라며 철거했다가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무릎을 꿇고 재건립 되었습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019년 일본에서 열린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에 소녀상이 전시되었을 때와 2021년 아이치현 시민갤러리에 개막한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소녀상이 전시되자 우익의 발발이 격화되었습니다. 또한 미국과 독일에 건립된 평화비나 기림비에 대해서 일본 정부의 조직적 방해가 있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1970년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1970년 폴란드 게토 추모비 앞에서 무릎 꿇고 나치의 전쟁 범죄를 사죄했습니다.

2019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자행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를 찾아 사죄했는데 독일 현직 총리가 이곳을 찾은 것은 세 번째였다고 합니다. 메르켈은 “그 범죄를 기억하는 것은 절대 끝나지 않을 의무이며 이러한 책임을 인식하는 것은 우리 국가의 정체성의 일부”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일본은 어떻습니까?

1993년 고노 요헤이 일본 관방장관이 위안부 동원 과정에서 군의 개입과 강제성을 인정한 공식성명을 발표하고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에서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한다고 했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일본은 우익이 득세하면서 전범들이 묻혀 있는 신사참배는 다반사로 했고 위안부를 매춘으로 왜곡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충남대학교 평화의 소녀상 건립과정에서 보여준 대학 당국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주체적 판단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실체 없는 전 구성원의 동의 운운하며 시간을 끄는 행위는 다시 말해 건립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언제든 누구나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에 시설물을 만드는 것입니다.

모르긴 해도 충남대학교 교정에는 ‘기억’을 위한 많은 시설물이 있을 것입니다. 총장의 기념식수비를 비롯해 공덕비, 돈을 출연한 사람들의 기록 등등.

그런 시설물을 만들 때 대학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했는지 궁금합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이 민족의 가장 큰 아픔 중 하나인 위안부를 기억하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조차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먼 훗날 우리 민족은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부디 추진위원회가 학교에 소녀상을 기증하고 학교는 이를 학교 재산으로 등록한 뒤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자리에 영구히 함께 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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