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 기자]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하지 못하고 ‘컷오프’ 된 박성효 전 대전시장의 복심이 어디로 향하는지가 당내 경선의 변수로 떠올랐다. 박 전 시장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그는 19일 ‘선공후사’를 거론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다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전시장 보수후보군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해온 만큼, 이른바 ‘박성효 지지층’이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경선 향배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판사출신 장동혁 예비후보가 ‘박성효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해 연대가능성을 시사해왔지만, 장 예비후보 또한 컷오프 되면서 ‘신구(新舊) 연대’ 가능성이 사라졌다.

이제 대전시장 보수후보 자리는 양강구도를 형성 중인 이장우-정용기 두 전직 국회의원 중 한 사람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정상철 전 충남대 총장까지 3파전을 벌이고 있지만, 정치 경험이 없는 정 전 총장은 약체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이른바 ‘박심(朴心)’이 어디로 향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경선 여론조사는 19∼20일 이틀 동안 진행된다. 

일단 정용기 예비후보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정 예비후보는 토론회 등에서 박성효 전 시장이 제시해 온 정책공약 등을 높게 평가하며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다. 19일 열린 박 전 시장의 불출마 기자회견장에 직접 참석하면서 ‘박심’이 일단 정용기 예비후보에게 향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기자회견에서 박 전 시장은 ‘직접 나서지 않는다해도 특정 후보를 도와줄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디트뉴스> 질문에 “정서적으로 약속한 분이 있지만, 지금 이런 마당에 무슨 다른 말씀을 드리기...(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기자회견에) 참여해 준 우리 정용기 후보에 감사드린다”고 언급했다.

박 전 시장은 구청장 후보군에 대한 지지의사까지 표명했다. 동구 한현택, 중구 김광신, 서구 서철모 예비후보의 실명을 거론하며 “행정경험은 자치단체장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이들에게 관심이 있다”고 사실상의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날 박 전 시장의 기자회견은 불출마 선언인 동시에 다른 후보에 대한 지지표명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선수를 빼앗긴 이장우 예비후보는 “박성효 전 대전시장님의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에 존경과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린다”며 뒤늦은 구애에 나섰다.

이 예비후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당인으로서도 박성효 선배님은 풍부한 행정경륜으로 모범을 보이시면서 지역과 국가 발전에 힘써 오셨다”며 “무엇보다 대전의 당면 현안을 고민할 때마다 주셨던 박성효 선배님의 애정 어린 조언과 격려는 늘 가슴 깊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박 전 시장을 한껏 치켜세웠다.

또한 “지방선거에서 저 이장우의 승리는 곧 박성효 전 대전시장님의 승리가 될 것”이라며 “(박성효 전 시장의) 비전과 철학이 담긴 정책과 공약을 계승 발전, 위기의 대전을 기회와 투자의 대전으로 바꾸겠다. 못다 이루신 꿈, 저 이장우가 꼭 이뤄내겠다”고 호언했다.

박성효 전 시장이 국민의힘 대전시장 경선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다만, 박 전 시장을 도왔던 지지그룹의 움직임으로 이른바 ‘박심’의 향배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지방선거 대전시장 보수후보는 직접 선수로 뛰지 못하는 박성효의 선택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