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백지표' 넘어 '반대표' 제안하는 이유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 불리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어느덧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일부 지지층만 달아오를 뿐 국민들의 시선은 냉랭하다. ‘대깨문’, ‘태극기부대’ 등으로 통용되는 극성 지지세력, 어떻게든 이들만 끌고 가려는 정치 전략과 후보가 선거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공약은 변별력을 잃고, 네거티브가 위세를 떨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아닐까. 후보의 도덕성과 정책, 공정성이란 잣대는 실종됐고, 연일 터지는 후보와 주변인에 대한 의혹과 논란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를 지켜보는 중도층은 정치혐오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중 ‘지지표’만 효력이 발생하는 투표제도를 지적하고 싶다. 거대 정당 입맛대로 본선에 오른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아 거부권을 행사하고 싶은 유권자들의 ‘참정권’도 보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투표를 하지 않거나 기권표라는 선택지도 있지만 명확한 의중은 알 수 없다.

실제 미국 일부 지역과 우크라이나, 스페인, 그리스, 콜롬비아 등의 국가는 ‘백지표’를 보장하는 ‘NOTA(None of the Above) VOTE’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후보 중 누구도 선택하지 않겠다는 '거부권'을 뜻한다. 후보들보다 NOTA 득표가 높을 경우, 기존 후보를 제외하고 재선거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무투표’ 보다 명확하게 투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NOTA를 ‘기권표’와 같은 의미로 인식해 투표율 하락을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론도 있다. 또 우리나라처럼 양쪽에 '콘크리트 지지층'이 존재하는 구도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무용론도 있다. 백지표가 특정 후보 당선을 막을 순 없기 때문이다.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는 격언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 발 더 나아간 ‘반대표’를 제안한다. 후보 중 ‘이 사람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만약 A후보가 싫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B후보를 찍기보다, 직접 A후보에게 반대표를 행사하는 것이다. 최종 득표는 지지표와 동일하게 반대표를 인정해 그 합을 집계한다. 

예를 들어 A후보가 35%, B후보가 30%의 득표율을 얻었다고 치자. 반대표 집계에서 A후보 25%, B후보 10%로 나온다면, 최종 득표율은 A후보 10%(35%-25%), B후보 20%(30%-10%)가 된다. 

가정(假定)이지만, 지금보다는 민심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극단의 지지층만 바라보는 얄팍한 갈라치기 정치는 견제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해 일본 제48회 중의원선거 투표율은 53.68%로 역대 세 번째로 낮았다. 특히 20대는 33.85%에 불과했다. 그들은 “어차피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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