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여덟 번째 이야기] 기득권과 적극 지지층에 갇힌 거대 여당의 현주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았다. 사고 발생 16일 만이다. 민주당 홈페이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았다. 사고 발생 16일 만이다. 민주당 홈페이지.

딱 2년 전 오늘이다. 칼럼 하나가 집권 여당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가 <경향신문>에 쓴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이다. 이 글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정치권 모두에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는 4월 15일 총선을 앞두고 있던 터라 파급력이 컸다. 

임 교수는 "촛불 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다"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촛불의 힘’ 덕분에 정권을 얻었으면서 정당의 이해관계에 몰두해 국민을 '배신'했다고 혹평했다.
 
임 교수는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자"며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직격했다. 민주당은 발끈했다. 칼럼이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며 임 교수와 경향신문을 고발했다. 그러다 당내는 물론, 시민사회의 비판이 쏟아지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민주당은 그해 총선에서 180석의 거대 여당의 지위를 획득했다. 무소불위 권력을 거머쥔 순간, 임 교수 칼럼은 그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정권과 의회 권력을 양손에 쥐고 '내로남불'과 '기고만장'은 도를 넘어섰다. 여의도 기득권에 갇히고, 적극 지지층에 포위돼 국민은 안중에 없었다. 

집값 폭등에 절규하는 서민의 목소리도, 불공정에 항의하는 청년의 분노도, 일터에서 다치고 죽는 노동자의 신음도 다 모른 체했다. 민주당은 민심에 눈감고 귀 막았고, 민심은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그 결과 단체장 성 비위로 치러진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서 완패했다. 

민주당은 그때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 당헌·당규를 뜯어고쳐 기어이 후보를 냈다가 참패했다. 그때라도 정신 차렸어야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번에는 윤석열 때리기만 골몰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아지는 줄 모르고, '정치 초짜' 맷집만 키웠다. 윤석열의 '본부장 리스크'가 있으니 망정이지, 온전한 후보가 나왔더라면, 이번 대선은 이미 '끝난 판'이었다. 

대선이 임박하니 몸이 달았나. 당 대표는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국회의원 재보선에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한다. 윤미향은 제명하고, 국회의원 4선 연임 금지를 제도화하겠다고 한다. 진정성은 둘째치고, 이제 와서? 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 때 45세 미만 기초의원 30%를 의무 추천한다고 했지만, 실제는 16%에 머물렀다.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실종자 가족들은 16일 만에 현장을 찾은 송영길 대표에게 "돌아가라"고 박대했다. 그들은 "민주당 각성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재명만 엎드려 절하고 펑펑 울며 읍소한들 무슨 소용 있을까. '이재명의 민주당'은 비누 광고처럼 '아직도 그대로'인데.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임 교수의 칼럼 '민주당만 빼고'를 다시 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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