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여든두번째 이야기]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는 ‘말의 역설’

왼쪽부터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와 김부겸 총리. 자료사진.
왼쪽부터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와 김부겸 총리. 자료사진.

20대 대선에 두 명의 전직 국무총리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낙연·정세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다. 두 사람은 호남 출신이기도 하다. 

지역적 지지기반이 겹쳐서인지, 호남보다 인구가 많은 충청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여권에서는 충청 출신 대권 주자가 없기 때문이다. 무주공산에 먼저 깃발을 꽂으려는 두 전직 총리 발걸음이 분주하다. 

대선 링에서 내려온 양승조 충남지사에게 ‘총리직을 고려할 수 있다(이낙연)’라거나, ‘진 빚을 갚겠다(정세균)’라고 한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은 지역 기자간담회를 통해 숙원 사업 해결을 ‘언약’했다. 충남의 경우 서산 민항 유치와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이 대표적 현안이다. 

이낙연 후보는 총리 시절이던 2019년 1월 홍성 광천시장을 찾아 “혁신도시를 늘리는 것만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혁신도시 지정에 사활을 걸고 있던 충남도와 지역민에게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 후보는 지난 13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발언에 항변했다. “총리로 일할 때부터 혁신도시 문제가 있었고, 당 대표로 일하면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대전·충남 혁신도시를 이뤘다.” 

총리 시절에는 못했지만, 당대표가 되어서 해결했다는 주장이다. 행정력으로 풀지 못한 걸, 정치력으로 풀었다는 ‘공치사’로도 들린다. 이 후보는 서산 민항과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추진을 약속했다. 

정세균 후보도 지난 20일 충남도청에서 이들 현안을 지역 공약으로 발표했다. 한 기자가 ‘총리 시절에는 왜 안(못) 했느냐’고 물었다. 정 후보는 “총리와 대통령은 다르다”고 강변했다. 

총리가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자리라고 하지만, 대통령 아래(一人之下)에서 명령을 받는 2인자일 뿐이라는 소리로 들린다. 그러니 대통령이 되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두 후보의 말은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는 역설로 정리된다. 

선거 때는 ‘말의 성찬’이 거나하게 차려진다. 정권 재창출과 교체가 달린 대선은 더 그렇다. 정 후보가 충남 공약을 발표하던 날, 김부겸 총리는 대천 해수욕장에서 방역상황을 살폈다. 

김 총리는 서산 민항과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등 지역 현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양 지사에게)충남의 오랜 숙원인 만큼, 반드시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자고 약속했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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