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피해아동 늘지만 현장의 처우는 낙제점
최저시급에 1년이면 그만두는 보육사들 “처우 개선 시급”
“복지부 소관 ‘아동복지기금’ 신설해야”

자료사진. 

"학대피해아동쉼터에서 20년 근무해도 신입 직원과 기본급이 거의 똑같습니다. 사실상 최저임금인데, 경력에 따른 '호봉제' 적용도 안 돼요."

"쉼터 보육사 근속연수가 1년도 안 됩니다. 길어야 2년 정도. 보육사 3명이 3교대로 24시간 아이들을 돌보는 데, 현실은 열악하기만 합니다."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학대아동 '즉각분리제'가 시행되지만, 정작 아동들을 돌보는 쉼터 현장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학대받는 아이들을 책임지고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제대로 갖춰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15일 전국학대피해아동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쉼터 한 곳당 지원된 예산은 1억 8000여만 원이다. 이 예산으로 원장 1명과 보육사 3명, 심리치료사 1명의 인건비를 충당하는 한편 각종 운영·사업비를 해결해야 한다. 

대전의 경우 보육사 1명을 더 쓸 수 있는데, 야간 수당 비용이 만만치 않은 탓에 주간 계약직만 고용할 수밖에 없다. 대전 중구 학대피해아동쉼터의 경우 지난해 기준 1인당 기본급은 약 2750만 원이었다. 생활 지도원들이 야간에 근무하는 시간이 더 많은 탓에 쉼터 원장보다 급여가 더 많은 상황이다. 

긴급 분리된 아동들의 신발과 생활복, 교복, 학용품 구매 등도 쉼터의 몫이다. 쉼터 월세와 차량 렌트 비용까지 합하면 운영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육사 1명이 7~10명을 돌보는 상황에서 영유아부터 장애아동, 정신과 질환 아동 등 다양한 특성을 감내하기란 쉽지 않다. 업무 강도가 세고, 열악한 환경 탓에 직원들은 대체로 평균 13개월이면 그만둔다. 1년 안에 그만두는 경우가 대다수고, 길어야 2~3년 정도다. 

경력에 따른 '호봉제'가 인정되지 않아 종사자들의 처우는 더 열악하기만 하다. 다른 곳에서 10년을 근무했어도, 새 쉼터에 취직할 경우 다시 '막내' 직원이 된다. 이마저도 쉼터 직원들은 사실상 '계약직'이다. 

학대당한 아이들을 잘 돌보려면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데, 직원의 근속연수가 짧은 탓에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돌봄이 이뤄지기 힘들고, 제도를 감당할 기반이 부족한 구조다. 

대전 A 학대피해아동쉼터 원장은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회의 관심은 가해자 처벌에 주로 쏠린다. 정작 피해 아동들을 누가 보호하고 있고, 그 아동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적은 것 같다"며 "쉼터 수도 부족하고, 종사자 처우도 부족한 만큼 쉼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대피해아동쉼터 원장도 "쉼터 자금 재원은 '복권 기금'이라 안정적이지 않다. 이를 보건복지부 일반회계로 돌려야 한다"면서 "쉼터 운영이 안정화돼야 돌봄 서비스 질도 높아질 수 있다. 근본적 문제를 들여다 보지 못 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국가가 '방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갑)은 “현재 학대피해아동쉼터와 아동보호전문기관 설치를 위한 예산은 매년 들쭉날쭉한 기재부의 복권기금과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으로 충당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아동학대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보건복지가 필요한 만큼의 예산을 직접 편성할 수 있도록 복지부 소관의 ‘아동복지기금’을 신설해 정책과 예산 주무부처를 일원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