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스물 세 번 째 이야기] 정진석 발제로 보는 통합당의 내일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사이다 정책세미나에서 첫 발제를 맡은 정진석 의원을 비롯해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의장과 참석 의원들이 사이다를 따 마시는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사이다 정책세미나에서 첫 발제를 맡은 정진석 의원을 비롯해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의장과 참석 의원들이 사이다를 따 마시는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앞날이 궁금했다. 국정을 좌우하던 집권 여당이 한 순간에 연전연패를 거듭하는 것도 드문 일이기에. 통합당은 지난 4일 초선 의원을 대상으로 정책 세미나를 가졌다. 이름은 ‘사이다’ 세미나다. ‘사’회 문제와 ‘이’슈를 ‘다’ 함께 해결하자는 의미라고 한다. 첫 발제자로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5선. 충남 공주‧부여‧청양)이 나섰다.

정 의원실은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날 행사를 소개했다. 취재를 간 이유는 간단했다. 통합당 앞날이 궁금하던 차에 당 차원의 정책 세미나를 연다기에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었다.

마침 첫 발제자가 정 의원이었고, 그는 핵심을 제대로 짚었다. 지는 정당이 아닌, 이기는 정당을 위한 해법은 간단했다. 통합당에 씌워진 ‘꼰대 정당’과 ‘비 호감’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다. 정 의원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이날 세미나는 주로 초선 의원들이 참석했다. 무너진 보수의 가치를 세우고, 보수의 품격을 바로잡아 적어도 2년 뒤 대선에선 정권을 되찾자는 의지가 보였다. 그런 분위기가 아침 첫 기차를 타고 온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통합당은 이 사이다 세미나를 매주 목요일마다 열기로 했다. 쉽게 말해 ‘공부 모임’이다. 조직 사회에서 공부만 한다고 변화가 이루어질 순 없다. 전체가 ‘단일대오’로 움직여야 한다.

통합당이 첫 정책세미나 발제자로 정 의원을 지목한 이유가 궁금했다. 국회 출입기자를 15년 했고, 국회 사무총장과 의장 비서실장을 하며 국회 생리를 잘 알기 때문이라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설명했다.

정 의원은 “두서없이 말을 했다”고 했지만, 그건 적어도 21대 통합당 의원 중에는 누구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 의원은 비장한 각오로 발제를 준비했을 터다.

통합당은 변화해야 하고, 스스로 변화를 열망한다. 다만 방법을 모를 뿐이다. 정 의원이 분석한 ‘꼰대 정당’과 ‘비호감’ 이미지를 탈피하지 않는 한 통합당은 계속 질 것이다. 이기는 법을 모르면, 지는 것에 익숙해진다. 그렇지 않아야 하는 게 정치다. 또 야당은 정부 여당을 견제하고, 감시하고,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 의원은 이날 동료 의원들에게 ‘기자와 친해지는’ 노하우도 제공했다. 의정활동을 지역주민에 전달하는 창구가 언론이기에, 전부는 아니어도 기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일견 맞는 말이다. 문제는 그의 1시간 강의가 처음 배지를 단 의원들에게 제대로 먹힐까, 하는 것이다.

여전히 나는 궁금하다. 통합당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당내 최 다선이 한 조언과 당부가 초선의원들을 얼마나 움직일지. 캔 사이다를 따 마시는 퍼포먼스를 보면서 생각한다. 그래도 저들은 무언가 하려는 의지가 있나보다. 누군가는 그걸 ‘쇼(Show)’로 보겠지만, 통합당에는 고구마가 아닌 사이다 같은 세미나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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