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니스타와 함께 해체 선언...대전하나시티즌 응원 나설듯

대전시티즌과 함께 이들을 응원했던 팬클럽 모임 퍼플크루와 대저니스타가 해체됐다. 사진은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모습.
대전시티즌과 함께 이들을 응원했던 팬클럽 모임 퍼플크루와 대저니스타가 해체됐다. 사진은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모습.

이제는 사라진 대전시민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과 함께 영욕을 함께했던 팬클럽 모임 '퍼플크루'와 '대저니스타'가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대신 대전시티즌이 기업구단으로 거듭난 것과 때를 맞춰 팬클럽도 대전하나시티즌을 위해 새로 태어난다.

대전시티즌 서포터즈 연합인 퍼플크루와 대저니스타는 지난 7일 대전하나시티즌 홈페이지를 비롯해 SNS 등 여러 곳에 해체 선언문을 게시했다. 이들은 이 글을 통해 "22년, 그리고 8333일, 대전시티즌이 우리와 함께했던 시간"이라며 "지난 1997년 3월 12일 대전 시티즌이 창단해서 2020년 1월 4일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재창단하기 전까지 퍼플크루와 대저니스타는 언제나 골대 뒤에서 응원했다"고 토로했다.

퍼플크루는 대전시티즌을 위해 탄생한 서포터스들의 대표적인 연합 모임체다. 대저니스타도 마찬가지. 퍼플크루는 대전시티즌의 메인 색상인 자주색을 뜻하는 'PURPLE'과 집단을 뜻하는 'CREW'라는 두 단어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자주색군단을 뜻한다. 대전시티즌 창단 후 '사커레전드'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2001년 자주색을 메인색상으로 사용하는 대전시티즌 서포터로서의 상징성을 위해 퍼플크루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퍼플크루는 대전시티즌 곁에 늘 함께했다. 2002년 계룡건설이 팀 운영에서 손을 떼며 해체 위기에 몰렸을 때는 대전시민 100만 서명운동을 펼치며 2003년 축구특별시라는 평가를 받는 데 기여했고, 2005년 시민주 공모 당시에는 적극적으로 시민주 공모 활동에 앞장섰다. 이러면서 그라운드 위의 12번째 선수로 응원군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대전시티즌이 FA컵 우승했을 때, 그리고 2부리그에서 우승하며 1부리그로 승격할 때나 1승조차 어려워 관중들이 경기장을 외면할 때도 퍼플크루 등 서포터스들은 늘 경기장 골대 뒤에서 선수들을 응원했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언제나 서포터스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해 왔다. 선수들이 웃을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해 왔던 이들이 퍼플크루와 대저니스타 등 왕팬들이었다.

하지만 대전시가 대전시티즌을 하나금융그룹에 매각을 추진했고 그 결과 지난 1월 4일 '대전하나시티즌'이라는 이름으로 재창단되면서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명맥은 유지하는 측면이 있지만 대전시민구단은 종적을 감추게 됐다.

사실 퍼플크루와 대저니스타는 갈등을 겪었고 2004년 갈라서기도 했지만 대전시티즌이 사라지고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새출발한 현재 상황에서 다시한번 손을 잡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해체 선언문에서 "나아지지 않는 성적과 서포터즈 간의 갈등, 좋지 않은 현장 분위기, 구단과의 마찰 등으로 골대 뒤를 지키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갔지만 그대로 우리는 대전이라는 내 팀을 위해 함께 뛰고 함께 노래하고 함께 웃었다"며 "대전시티즌을 위해 달리던 저희도 변화가 필요한 시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퍼플크루와 대저니스타는 대전 시티즌의 서포터즈 연합이 아닌 대전 하나시티즌을 위해 노래하며 응원하는 사람들이 되고자 한다"면서 "흩어져있고 나뉘었던 팬들과의 통합을 통해 새로운 단체로 거듭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새로운 구단에 더욱 큰 힘을 실어주기 위해 새로 태어난다"며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 날 것을 다짐한 뒤 "지금까지 대전시티즌 서포터즈 연합 퍼플크루 그리고 대저니스타와 함께 해준 수많은 시민과 팬들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퍼플크루와 대저니스타는 새롭게 응원할 서포터스 모임 명칭을 논의 중이며, 시즌 개막과 함께 경기장에서 선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대전하나시티즌은 오는 29일 오후 3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경남FC를 상대로 2020시즌 홈 개막전을 갖는다.

다음은 퍼플크루와 대저니스타 해체 선언문 전문.

대전 시티즌 써포터즈 연합 퍼플크루와 대저니스타는 해체를 선언 합니다

22년, 그리고 8333일. 대전 시티즌이 우리와 함께했던 시간입니다.

지난 1997년 3월 12일 대전 시티즌이 창단해서 2020년 1월 4일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재창단하기 전까지 퍼플크루와 대저니스타는 언제나 골대 뒤에서 응원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대부분의 순간은 환호보다 좌절의 시간이 많았습니다.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더 많았고, 어려운 구단 형편에 우리와 함께 뛰던 수 많은 선수들을 어쩔 수 없이 보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한 시즌 통틀어 1승만 하는 암흑기도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 해체될 위기의 구단을 살려보겠다고 어린학생부터 중장년까지 서명운동을 하고 시민들에게 도와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2부리그로 강등되기도 했고 우승과 함께 승격했지만 바로 다시 떨어지는 안타까움을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기쁜 순간도 많았지요.

축구특별시라는 애칭을 얻게 해 준 2003년의 환희도 있었고, FA컵 우승이라는 믿지 못할 성과도 있었습니다.

금방 끝났지만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골대 뒤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선수들의 달리기 한 번, 패스 한번, 슈팅 한 번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대전 시티즌’ 다섯 글자를 외쳤습니다.

나아지지 않는 성적과 서포터즈 간의 갈등, 좋지않은 현장분위기, 구단과의 마찰 등으로 골대 뒤를 지키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갔지만 그래도 우리는 대전이라는 내 팀을 위해 함께 뛰고 함께 노래하고 함께 웃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전시티즌이 새로운 이름과 얼굴도 바뀌게 됐습니다.

대전시티즌을 위해 달리던 저희도 변화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이제 저희 퍼플크루와 대저니스타는 대전 시티즌의 서포터즈 연합이 아닌 대전 하나시티즌을 위해 노래하며 응원하는 사람들이 되고자 합니다.

흩어져있고 나뉘었던 팬들과의 통합을 통해 새로운 단체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결국 우리는 대전이라는 팀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새로운 구단에 더욱 큰 힘을 실어주기 위해 우리도 새로 태어납니다.

지금까지 대전시티즌 서포터즈 연합 퍼플크루 그리고 대저니스타와 함께 해준 수많은 시민과 팬들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앞으로도 저희와 함께 대전 하나시티즌의 승리를 위해 응원과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2020년 02월07일
대전 시티즌 서포터스연합 "퍼플크루 & 대저니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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