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노력했지만, 큰 진척 없어”..종교 지도자 ‘국민통합’ 역할 당부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기독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등 7대 종단 지도자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역할을 당부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기독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등 7대 종단 지도자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역할을 당부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기독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등 7대 종단 지도자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총선이 점점 다가오면서 정치적 갈등은 더 높아지고, 그 정치적 갈등은 곧바로 국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과 검찰 개혁이 정치를 넘어 사회 갈등으로 확산된 데 따른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종교 지도자들에게 ‘국민 통합’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등 정치적 공방에 국민들도 갈등"

문 대통령은 “지금 2년 가까이 흘렀는데, 국민통합이라는 면에서는 우리들 나름대로는 협치를 위해 노력하고, 또 많은 분야에서 통합적인 정책을 시행하면서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지만 큰 진척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금은 검찰 개혁이라든지 공수처 설치라든지, 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국민들이 공감을 모으고 있던 사안들도 정치적 공방이 이뤄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번에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공정에 대한 요구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며 “불법적인 반칙이나 특권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제도 속에 내재되어 있는 불공정까지 모두 해소해 달라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 정치가 아주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사회의 공정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종교 지도자 초청 자리에서 “우리 정치가 국민통합을 이끌어내는 데 부족한 점이 많으니 종교 지도자들께서 국민들의 통합과 화합을 위해 좀 큰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다시 한 번 당부 드리고 싶다. 국민통합과 화합을 위해 대통령인 저부터, 또 우리 정치 모두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역시 종교 지도자들께서 더 큰 역할을 해 달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어려운 점들이 많다. 세계경기가 아주 빠르게 하강하는 가운데 우리 경제도 여전히 많은 어려움 겪고 있는 상태”라며 “북미 대화가 막히면서 남북관계도 말하자면 진도를 더 빠르게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견을 구했다.

종교지도자들 "공정사회 의지 확고하다면 흔들림 없어야"
"국민통합 역할에 공감하지만 한계, 정부가 앞장서야"

이에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스님은 인사말에서 원효대사의 ‘화쟁’을 언급하며 “화쟁의 중심은 ‘지공(至公)’에 있다. 지극히 공정하고 가장 공정한 경지라는 의미”라며 “대통령께서 추구하는 ‘공정사회’는 바로 이러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행스님은 또 “대통령께서 대한민국 사회를 가장 공정한 사회로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부디 흔들림 없이 그 길을 더욱 힘차게 걸어가시라”며 “저희 종교 지도자들 또한 사회 통합과 평화, 그리고 보다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 국정 운영에 모든 힘을 보태고 함께 기도하겠다”고 부연했다.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인 김성복 목사는 “국민통합에 종교인이 앞장서 달라는 말에 공감하지만 분명 한계도 있다”며 “일본과 수출 규제 문제 같은 외교 사안에도 국민들 사이에 분열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또 “정부가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갈등을 해소하는 단초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정부도 통합에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간담회 결과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가 바라는 궁극적 목표는 모두 같을 것”라며 “종교가 종교 간 화합을 위해 발전해왔듯, 국민들 사이의 화합에도 힘써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날 2시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는 원행스님과 김성복 목사를 비롯해 이홍정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희중 대주교(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오도철 교무(원불교 교정원장), 김영근 성균관 관장, 송범두 천도교 교령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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