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대전시 정무부시장 퇴임식, 야인으로
‘친문 중량감’ 과거와 다른 위상 “해볼 만하다” 
후임 인선 “허태정 시장 고심 중, 그 이상 모른다”

박영순 대전시 정무부시장이 11일 오후 대전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영순 대전시 정무부시장이 11일 오후 대전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는 18일 퇴임하는 박영순 대전시 정무부시장이 “대덕구 출마의지를 굳혔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박 부시장이 대덕구에 출마할 것이란 것은 지역 정치권에서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지만, 그는 “여러 가능성을 두고 지역구 선택을 고심해 왔다”는 속내를 밝혔다. 

박 부시장은 11일 지역 정치부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처럼 밝히며 “오랜 기간 뿌리를 내리고 활동한 대덕구에서 정치적 포부를 펴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부시장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유성을 지역구 출마를 고심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유성을’은 더불어민주당 4선 이상민 의원 지역구로, 박 부시장은 지난 대전시장 후보 경선에서 허태정 대전시장, 이상민 의원과 경선을 벌여 이 의원에게는 이기고 허 시장에게는 패배한 바 있다. 

박 부시장의 고심은 ‘유성을’에서 이상민 의원과 경선경쟁을 벌일 것이냐,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과 대덕구에서 본선경쟁을 벌일 것이냐의 내적 갈등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유성을’은 민주당세가 강한 곳으로 이상민 의원과 경쟁해 본선에 진출하기만 하면 여의도 입성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지역구다. 

그러나 박 부시장은 구청장과 국회의원에 여러 차례 출마해 고배를 마신 대덕구를 선택했다. 당내 경선경쟁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자유한국당 정책위 의장을 맡으며 야권의 거물로 떠오른 정용기 의원과 맞붙어야 하기에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지역구다. 정 의원과 경쟁은 이번이 5번째로, 구청장과 국회의원 등 지난 4차례 선거에서 모두 패배했다.    

박 부시장은 “내년 대덕구 총선은 과거 야권단일화에 실패해 고배를 마셨던 상황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단언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역임했던 박 부시장은 대전·충남의 대표적 친문인사로 손꼽힌다. 정용기 의원이 야권의 거물이긴 하지만 박 부시장이 과거와 사뭇 다른 중량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선거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대전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하며 갈등관리 등 정무기능 누수에 대한 비판도 받았지만, 국비확보나 지역숙원 해결 등에 ‘친문의 힘’을 발휘해 왔다는 긍정적 평가도 받고 있다. 박 부시장은 민심의 향배도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대전시가 허태정 대전시장 취임 1년에 맞춰 외부기관에 의뢰해 시정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대덕구 주민의 만족도가 다른 자치구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덕구 주민만족도는 36.8%로 전통적 민주당 텃밭인 서구 주민만족도(24.2%)보다 무려 12.6%p 높게 나타났다. 

대전 시정에 대한 높은 주민 만족도가 직접적으로 박 부시장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것이라 장담할 수 없지만, 일정한 연관성을 가질 것이란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박 부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박정현 구청장이 당선되면서 구정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며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결심한 나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시장은 오는 18일 공식 퇴임한다. 별도의 퇴임식 없이 시청 직원들에게 배식봉사를 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려 했지만, 주변의 만류로 18일 오후 조촐한 퇴임식을 가질 예정이다. 

퇴임 이후에는 대전시 최대 현안 중 하나인 ‘혁신도시 지정’을 위해 민·관 협의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중앙당과 가교 역할을 위해 비상임 당직도 맡을 계획이다. 그는 “총선출마를 결심한 대덕구에서 주민들과 더 많이 만나고, 여러 지인들과 상의도 할 생각”이라며 “부시장 자리에서 대전발전을 고민해 왔다면, 이제는 대덕의 발전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부시장은 “후임자가 누가 될 것 같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허태정 시장이 과학경제부시장이냐 기존의 정무부시장이냐를 두고 아직 분명하게 결심을 못하신 것으로 안다”며 “시정운영을 위해 어떤 방향이 맞는지 조만간 결심하지 않겠나. 막역한 사이인 나 역시, 그 이상 인사권자의 의중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