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1심 무죄 판결 이후 언급 ‘자제’ 배경 주목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열린 충남도 국회의원 초청 정책설명회에서 안 전 지사와 여야 지역 국회의원들이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열린 충남도 국회의원 초청 정책설명회에서 안 전 지사와 여야 지역 국회의원들이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여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과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 비동의 간음죄)’ 입법화 등 사회‧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충청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판결 이후 이렇다 할 입장이나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역 연고주의가 일정부분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1심 법원 “안 전 지사 위력 행사 없다” 무죄 판결
여성단체 거센 반발..여성의원 중심 ‘비동의 간음죄’ 입법 추진

앞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지난 14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 1심 선고 공판에서 ‘위력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위력행사’는 없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는 도지사 재직 시절 정무비서였던 김지은(33) 씨를 상대로 지난해 7월 29일부터 지난 2월 25일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4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안 전 지사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안 전 지사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국 여성단체는 물론, 충청권 여성단체 역시 안 전 지사 판결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충청지역 여성계는 안 전 지사 판결 직후 대전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를 성토했다. 이현숙 대전성폭력상담소장은 “전형적인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판결을 자행한 조선시대 수준의 사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350여개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결성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안 전 지사 판결에 반발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여성 의원을 중심으로 법제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판사 출신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야당 여성의원 긴급간담회를 갖고 ‘비동의 간음죄’ 입법화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지역 정치권, 판결 이후 공식 입장 표명 안해
정파적 이해관계, 연고주의, 정쟁 동력 잃어..해석 분분

그러나 안 전 지사 출신지면서 정치적 기반인 충청 정치권은 ‘판결 후폭풍’에 입장 표명에 신중하고 있어 그 배경에 궁금증을 낳고 있다. 안 전 지사가 소속했던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자유한국당도 이번 판결에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역 정가에서는 민주당은 안 전 지사가 최종 무죄판결을 받으면 복당을 통한 정치적 재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19일 <디트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직 (안희정 전 지사)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비롯한 야당의 경우 지난 지방선거에서 ‘안희정 스캔들’을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민주당에 완패하면서 프레임 재가동에 동력과 명분을 잃은 상황이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민주당 관계자 말대로 향후 재판이 더 남았기 때문에 정치권이 섣불리 재판 상황을 얘기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여당 의원들이 안 전 지사가 자기 당 소속이었거나 가까운 사람이라서 판결 결과에 언급을 자제한다는 해석은 아직 이른 판단인 것 같다”며 “(야당도)이미 지방선거를 통해 (안희정 프레임이)한차례 정리됐기 때문에 이슈화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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