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교원은 권력, 재물과 거리가 먼 직업
교육환경 조성해 주는 게 선생님들의 몫
학생 잠재력 성장 위해 학력(學歷) 아닌 학력(學力) 신장에 역점

대전화정초 교장실에 걸려 있는 전 학년 현황판. 박종용 교장은 지난 2013년 부임한 뒤 재학생들의 이름을 외우기 위해 아이들의 사진을 현황판에 걸어놨다. / 사진=이주현 기자

박종용 대전화정초 교장은 소통을 잘하기로 유명하다. 사교성 있는 말투과 온화한 미소도 한 몫하지만, 그만큼 노력하는 부분도 있다. 매주 월요일마다 8쪽 안팎의 소식지에 직접 글도 쓰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학부모들에게 공개한다. 또 전화번호가 공개돼 있어 학부모들은 언제든지 전화를 걸어 상담을 한다. 교장실에는 추억의 과자들이 즐비해 있는데, 이는 학생들이 부모의 어린 시절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박 교장이 소통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 같은 질문에 대해 "교사를 거쳐 장학사로 4년 6개월, 교감으로 6년, 학교장으로 6년째 근무하며 관리자 경력을 쌓고 있지만,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교육환경을 전체적으로 보는 통찰력이나 혜안이 부족하다"며 "그럴 때마다 '소통'이라는 무기로 보완해 나간다. 문제가 생기면 관련 있는 사람들과 협의한다. 학교 내 문제는 교직원과 학부모님들께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효과가 배가 된다고 본다"고 짚었다.

이어 "그렇다 보니 평소에는 개별적으로 교직원들과 의견을 나눈다. 가끔 혼자 결정하기가 곤란한 문제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어 각종 위원회나 부장교사들의 자문을 받게 되는데, 그때마다 학교장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속출한다"며 "현장에서 학생들과 직접 부딪치며 나온 생생한 체험의 산물이기에 그분들의 의견을 수용, 시행할 때마다 학교 경영에 탄력을 붙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통과 관련해 최근 있었던 일화도 소개했다.

박 교장은 "며칠 전에도 부장교사 회의에서 학교장의 뜻과 다른 결론이 나왔다. 교감께서는 교장의 허용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선생님들의 뜻을 잘 받아 주시니까 선생님들께서 자신의 생각을 기탄없이 발표하신다며 말한 적이 있다"며 "저는 부장교사들의 의견을 좇아 시행해 잘 마무리할 수 있었으니 학교장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교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겉으로 보기에는 최고 책임자인 학교장이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교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시뮬레이션까지 거쳐 발표하기 때문에 행사를 거침없이 추진할 수 있다. 어쩌면 이게 바로 소통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교원은 학생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 학생들은 내 자녀가 아니고 학교는 내 가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며 "내 자녀라면 내 뜻대로 가르쳐도 무방하나, 남의 자녀이기에 교육과정을 잘 준수하며 가르쳐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고운 말을 사용하라고 가르치고 폭언이나 막말을 하게 되면 권위를 잃게 된다"며 "학생들에게 남의 장점을 보라고 가르치며, 남의 허물이나 단점만 끄집어내 부각하려 한다면 비웃음만 사게 된다. 남의 눈에 있는 티는 잘 보이지만 내 눈에 있는 들보는 잘 보이지 있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교원은 권력이나 재물과는 거리가 먼 직업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교육자의 역할이 컸다"며 "어린 새싹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우리 선생님들의 몫"이라고 당부했다.

대전화정초 교장실 내 비치된 추억의 과자는 학생들이 부모님의 어린 추억을 알려주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박 교장은 교장실을 찾는 학생들에게 이 과자를 직접 주기도 한다. / 사진=이주현 기자

그에게 교장으로서의 소신과 평소 교육관을 물었다.

박 교장은 "평소 '비롯 내일 세계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을 자주 되뇌곤 한다"며 "현재 주어진 이 순간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난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염려나 걱정보다는 미래에 어떤 상황이 부딪치더라도 기본만 잘 갖추고 있다면 적응해 나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학력(學歷)이 아닌 학력(學力) 신장에 역점을 두고 있다"며 "예를 들어,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잘 몰라도 사는 데 지장은 없지만, 영어를 잘하게 되면 자기가 갖고 있는 실력이나 색깔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드너가 다중 지능 이론에서 설파한 것처럼, 우리 학생들에게는 우월적인 중요성을 갖는 여러 지능이 내재하고 있다고 여겨 학생들의 소질 계발에 힘쓰고 있다"며 "방과후학교에서 배운 사물놀이나 가야금병창을 각종대회에 출전하게 하거나 남자 축구부 등을 육성,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외에도 "학생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학급별 축구대회를 비롯, 학급별 농구대회와 꿈끼 자랑 발표대회 등 다양한 대회를 열어 시상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며 "학업우수상이나 독서상도 시상하고 학생마다 1년에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로 기반이 잡힌다면 인성이나 창의력 또는 문제 해결력과 같은 역량은 저절로 수반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끝으로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며 "아이들은 놀면서 사회성과 인성, 실력을 쌓는다. 잘 놀 줄 아는 아이가 세상을 적극적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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