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정치 톺아보기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 대전 유세장면. 자료사진.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 대전 유세장면. 자료사진.

나는 2년전 총선에 보수정당 예비후보로 나선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선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의 기운이 쎘지요. 

대통령과 마음이 통하는 당시 공천심사위원장과  공당대표간의 마찰음은 한 시대 권력을 둘러싼 불가피한 혈투로 이해되는 면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각종 공천파동이 일고 옥새 갖고 당대표가 떠나는 희대의 가관이 연출될 때엔 부끄럽기도 했었습니다.

처음 정치에 도전하는 나로선 속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정치의 미래를 생각하면 개혁을 위해서도 완전국민경선제나 정당경선제가 맞겠지만, 구력이 짧은 나같은 정치신인 입장에선 지역에서 오랜 '삶의 정치'를 해왔던 분을 어떻게 경선으로 꺾겠습니까? 국회의원까지 했던 분을 어떻게 경선으로 꺾겠습니까?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는 듯 하면서도 속내는, 타는 목마름으로 소위 '전략공천'을 기다렸습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모시기도 했고, 국무총리실에서 비서관으로 일하기도 했고, 중앙당의 일도 맡아 했고, 주변 분들도 힘이 되주실 것 같기도 했고, 빠지는 이력은 아니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있었습니다. 특히나 만나는 지역 분들이 "깜이네" 라고 격려도 해주셨기에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하루하루 전략공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보기 좋게 탈락했지요. 전략공천은 허상이 되었고 여론조사경선을 통해 나보다 더 준비된 한분이 후보자가 되었습니다.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후 위로의 술자리는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2년이 지나 지방선거가 다가오네요. 이번 선거엔 경선, 더군다나 완전국민경선이라는 말은 아예 쑤욱 들어갔습니다. 여야 모두 광역단체, 기초단체 선거에서 '전략공천'을 많이 하겠다고 당헌당규까지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전략, 전략하는데 도대체 '전략'은 무엇일까요? '전략'이란 말이 이렇게 허름하게 얘기되고 전략을 누구든 쉽게 말하는 것을 보면 가끔은 쓴웃음도 납니다. 

전략은 19세기에 폰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에서 많이 다룬 개념입니다. 그는 '전략은 전쟁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전투의 운용이며, 전략은 전쟁 목적에 부합된 하나의 목표를 전체 군사적 행동에 부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는 전쟁을 끌어가는 군사적 천재(나폴레옹)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그는 상대방의 철저한 파괴를 최고의 승리로 간주합니다. 승자독식(The Winner Takes It All)을 연상시키듯, 그는 '군사력의 파괴, 영토의 점령, 나아가 의지력 분쇄가 최상의 승리다'라고 강조합니다.

그의 말을 적용하면 전략공천은 '선거승리를 위한 당 지도부(특히 최고권력자)의 선거 전투운용'으로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선거의 판'을 어찌보고 '승리'를 어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략의 운용'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

'대전의 전략공천'으로 와보겠습니다. 

소위 누구를 꽂아도 상대를 초토화 시킬 수 있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대전, 충청지역은 그리 여유가 있을까요? 아직 누가 상대가 될지 모르는데, 당 지도부와 최고 권력자는 '안개속 상대'를 이기기 위한 '전략'이란 카드를 지금 상황에서 그리 손쉽게 쓸 수 있을까요? 그러기엔 모든 정당이 다 힘들 것입니다. 

전략공천을 기다리는 분들께 감히 말씀드립니다. 기다리기 이전에 스스로를 더욱 강한 전사로 가꿔 가시기 바랍니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전력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폰 클라우제비츠가 강조했듯 전쟁의 승리를 위해, 예상 가능한 상대후보를 제압하기 위한 무기를 단련시키고 조금씩 조금씩 파괴시켜 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1%,1% 자신의 영토를 늘려가세요. 1% 무시하지 마시길 권합니다. 너무도 어려운 숙제입니다. 2080명을 만나야 대전 중구 유권자의 겨우 1%을 만나는 것입디다. 한화이글스파크를 꽉 채운 1만3천명이 대전유권자의 1%를 겨우 넘습니다.

이번에 확실히 이겨야 다음 총선과 대선도 분위기를 이어가고, 그래야 다음 지방선거에서 이길 공산이 크지 않겠습니까? 연거푸 이길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 상대방의 의지력을 분쇄하는 길입니다.

2년 전 짧은 전투였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전략공천'을 쟁취할만한 준비가 부족했음을 인정합니다. 전략공천은 누가 태워주는 '꽃가마'가 아닙니다. 

강영환 정치평론가
강영환 정치평론가

"선배, 내가 왜 대전발전의 적임자인가? 왜 정치를 해야 하는가? 그 이유를 단단히 하세요. 그 초심을 잃지 마세요.“

"현실에 바탕하지 않은 허상에 기대지 마세요. 꿈에 대한 간절함을 보여주세요. 그 진정성을 보여주세요.“

"선배, 뚜벅뚜벅, 성큼성큼 걸어가세요. 작은 순간에 맴돌지 말고 순간순간에 초조해하지 마세요. 긴호흡으로 가세요."

2년전 선거에 좌절한 내게, 좋아하는 후배들이 들려준 말입니다. 무심코 들었지만 맞는 말 같습니다. 

전략공천을 기다리는 분들, 절대 기다리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냥 묵묵히 준비하고 한발 한발 땀흘려 움직이시길 감히 권합니다. 확실히 준비되었기에, 확실하게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기에 자연스레 맞이하는 공천이 어떨까요?

마침, 생각과 가는 길은 다르지만 고등학교 친구인 정청래 전 국회의원이 서울시장 불출마를 결심하며 의미있는 말을 했습니다.

"열매는 땀 흘린 사람이 가져가야 한다."
새겨볼만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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