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정치 톺아보기] 

민심은 조변석개할까?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저녁에 바뀌듯 과연 그렇게 쉽게 바뀔까?

최근 나라는 변화무쌍하다. 올림픽으로 흥겹다가, GM철수로 걱정하다가, 김여정, 김영철 방한문제로 시끄럽다가, ‘미투’로 분개하다가, 이젠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와 박근혜 전 대통령 구형문제로 시끄러울 듯하다. 민심은 그때그때 계속 변하고 있는 걸까? 

민심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나는 ‘민심은 호수와 같다’고 생각한다. 바람이 불고 폭풍이 불어 때론 출렁이지만 수심 깊이 들어가면 동요하지 않는다. 그리고 출렁이던 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도도히 자리를 지키고 잠잠해진다.  

나라의 변화무쌍함과는 다르게 대전은 호수의 깊은 수심처럼 조용하다. 지방선거가 100일여 남았는데 말이다. 혹자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말한다. 여당후보로 누가 나와도 이길 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것이 민심일까? 

명절 전에 발표된 대전시장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재미있는 수치들이 보인다. 정당지지율은 집권여당이 압도하지만, 한 정당 한 후보가 아닌 여러 후보를 나열한 상태에서 조사를 해서 그런지, 지명도 높은 야권후보가 상당히 높게 나오는 현상도 발견된다. 그렇다고 이 조사결과 또한 민심일까? 

민심은 그리 간단한 것 같지 않다.

지난해 5월 장미대선을 통해 확인된 몇 가지 사실을 돌아보며 민심을 본격적으로 얘기해보자. 선거 당일 공중파 3사가 공동 진행한 3,300명 대상의 심층 출구조사결과가 눈에 띈다. 

첫째, 전국적으로 조사대상자의 74.3%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다. 탄핵반대(17.7%)와 모르겠다(8%)의 합은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얻은 24%와 대략 비슷하다. 

이 수치는 19대 대선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찬성여부가 중요했으며 촛불민심 존중후보에 표가 몰렸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민심은 현재로선 6·13지방선거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둘째, ‘아직도 진보, 보수타령이냐’고 하는 분도 있겠지만, 출구조사결과 자신이 진보라는 응답자가 27.1%, 보수라는 응답자는 27.7%였다. 38.4%의 응답자가 중도를 답했다.
 
각 후보별 지지층의 이념분포를 살펴보면 문재인 후보는 진보가 42.8%(보수12.9%, 중도38.5%), 홍준표 후보는 보수가 61.4%(중도26.5%, 진보5.9%), 안철수 후보는 중도가 47.8%(보수24.1%, 진보21.6%)였다. 

일반적으로 인정됐던 보수40%, 진보40%, 중도20%의 이념 스펙트럼이 중도의 확대로 변화했지만 보수와 진보는 비슷한 구성비임을 말해주고 있다.

셋째, 이런 민심을 발판으로 대선은 문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과반수엔 한참 모자라고, 거기에 탄핵찬성 74.3%의 60%가 채 안 되는 41.1%의 득표율을 얻는데 그친 점은 지적할 만하다. 홍후보는 24%, 안 후보는 21.4%를 각각 득표했다. 대전은 문 후보 42.93%, 홍 후보 20.3%, 안 후보 23.2%로 2,3위가 뒤바뀐 것이 다르다. 

탄핵찬성과 촛불민심은 적폐청산작업과 서민중심정책, 이미지 제고노력을 통해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인기를 끌어올렸다. 

민심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직도 탄핵민심은 유효하다. 그래서 ‘기울어진 운동장’ 또한 적절한 해석일 수 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의 걱정은 의미가 있다. 

그는 “여권은 지지율이 높다는 것 외에 어떤 요인도 유리하지 않다”, “지방선거는 지지율의 게임이 아니라 후보의 게임”이라며 사실상 1:1구도가 만들어지는 속에 후보경쟁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의 지방선거 경쟁양상을 대선과 비교해보자. 1년 전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에 대응하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바른미래당후보, 자유한국당후보를 대비해보자.

문재인대통령은 예나지금이나 국민들이 월등한 지지율로 좋아하지만, 과연 지금 민주당 대전시장후보군으로 거론되는 후보들은 대통령의 인기나 민주당의 인기만큼, 아니 무색하지 않을 최소한의 정도만큼은 올라와 있는가? 

바른미래당 후보는 중도와 보수의 지지를 끌어낸 안철수 후보만큼 존재감과 피괴력이 있는가? 앞으로 그 힘을 키워나갈 동력이 있는가? 

자유한국당 후보는 20%를 겨우 넘은 홍준표 후보 수준에 이번 또한 그칠까? 지금도 인기가 많지 않은 당대표로 인해 앞으로 더 힘든 상황에 직면할 것인가? 

김민석 원장 말대로 사실상의 1:1구도가 만들어지고 과거처럼 진영간 싸움의 색채가 만들어진다면 작년 안철수, 유승민 후보를 찍은 30%이상의 유권자는 어느 진영으로, 어떤 후보로 쏠릴 것인가?

많이 궁금하다. 그러나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내가 생각하는 민심은 이렇다. 
거듭 말하지만 탄핵과 촛불민심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민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게 큰 상처를 받았다. 상처가 컸기에 문재인 대통령에 더 지지를 보내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집권여당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썩 진보적이지 않다. 중도 유권층이 넓어지는 속에 여전히 보수적 유권자도 많다. 특히 충청도는 더더욱 그렇다. 

전임시장이 중도 낙마했기에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각은 차분하면서도 냉철하다. 지역을 위해 제대로 일할 일꾼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지방선거는 후보 자신의 경쟁력이 매우 중요한 싸움이다. 대전의 경우 아직 더불어민주당은 후보군이 말만 무성하다. 바른미래당은 후보가 뜨지 않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점차 후보가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게다가 어떤 후보는 가장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보다 투표율이 현저히 낮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대선과 총선에 투표할 때와는 다른 기준으로 투표를 한다. 남북 화해 무드가 획기적으로 조성되었던 DJ 정부시절에 당시 여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던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세월호 사고 여파로 지방선거에 참패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결정적인 변수는 투표율이거나, 남북간의 데탕트이거나,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혀 아닐 수도 있다. 

강영환 정치평론가
강영환 정치평론가

특히나 적폐프레임과 안보위기 프레임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최근 정치상황에서 과연 100여일 후 지방선거에서 민심은 무엇이라고 화두를 던질 것인가? 민심은 선거 막판 며칠을 앞두고 결심하지 않는다. 재작년 미국 대선의 경우, 최소한 70일 이전에 후보를 결정했다는 미국 유권자가 62%라는 보도도 있다.

‘민심은 호수요, 정치는 호수 위의 배’라는 자세가 필요하다.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습관적·타성적 정치 공학적 구도에 의한 작의적인 판단은 위험하다. 배가 호수를 움직일 수 없듯이, 정치가 민심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민심에 따라 정치인도 정당도 움직여야 한다.

여당은 누가 나와도 이길까? 그게 민심일까? 민심은 쉽게 꽃가마를 태워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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