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인 제외된 제소전화해 조서로는 강제집행 못해
전차인 여럿인 경우에도 전차인 모두를 특정해 신청해야
임대차 관계 해지 시 전대차 계약도 해지 돼

“건물을 통으로 임차하고 싶다는 세입자가 나타나 계약을 맺으려 합니다. 문제는 세입자가 전대차(재임대) 사업자라 전차인도 함께 들어온다는 겁니다. 이 경우 제소전화해를 할 때 세입자는 물론 전차인까지 모두 특정해야 하는지 혼란스럽습니다”

전대차 사업을 운영하는 세입자와 계약을 앞둔 건물주 가운데는 제소전화해 신청을 두고 혼란을 겪는 일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추후 명도 분쟁을 예방하려면 전차인까지 특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

25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상가 임대차에서는 건물주의 동의만 있다면 세입자가 재임대 계약을 맺는 ‘전대차 사업’이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제소전화해를 희망하는 건물주 입장에서는 제소전화해 신청 비용을 아끼기 위해 세입자만을 특정해 신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전차인을 제외하고 세입자만을 상대로 제소전화해를 한다면 추후 문제 발생 시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는 결과가 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소전화해란 소송을 제기하기 전 화해를 한다는 뜻으로 법원에서 성립 결정을 받는 제도다. 화해조서가 성립되면 강제집행 효력을 가진다. 주로 상가임대차 관계에서 많이 활용된다.

전대차란 임대차 계약을 맺은 세입자가 다른 사람에게 점포를 재임대하는 계약을 말한다. 가령 건물주에게 세입자가 부동산을 임차하여 고시원 사업을 하려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이때 전차인은 고시원에 세를 주고 거주하는 사람을 말한다.

건물주가 전대차 사업을 하는 세입자와 제소전화해를 할 때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비용이다. 실제로 신청 대상이 늘어날수록 비용이 추가되는 것을 우려해 전차인을 제외하고 세입자만을 특정해 제소전화해를 신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전차인을 제외하고 제소전화해를 했다간 명도 분쟁을 해결할 때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합법적으로 건물주가 건물을 인도받는 강제집행 절차는 제소전화해 조서에 특정된 사람을 상대로만 진행할 수 있기 때문.

엄 변호사는 “제소전화해는 명도소송 없이 빠르게 강제집행 절차를 밟을 수 있는 특징이 있지만, 실 점유자가 제소전화해를 맺은 당사자여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른다”며 “전대차 특성상 실 점유자는 세입자가 아닌 전차인이기에 강제집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찬가지로 전차인이 여럿인 상가 임대차에서도 제소전화해 신청 시 전차인을 모두 특정하는 게 좋다.

가령 건물을 통으로 임차해 전대차 사업을 하려는 세입자 가운데는 전차인 여럿과 계약을 맺는 경우가 있다. 이때 건물주는 추가되는 인원이 많을수록 제소전화해 신청 비용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 전차인 일부만 추가하거나 신청 자체를 꺼리기 쉽다.

엄 변호사는 “전차인이 여럿이라는 부담감에 제소전화해 신청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추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며 “변호사 사무실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차인에 대한 비용이 크게 들지 않거나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따라서 상가 임대차에 전차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세입자뿐 아니라 전차인 모두를 상대로 제소전화해를 해야 추후 문제가 생겨도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다.

한편 전차인까지 제소전화해를 맺은 상황이라도 전차인이 아닌 세입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상황판단이 쉽지만은 않다.

가령 전대차를 맺은 상황에서 전차인은 매월 임대료를 잘 지급했지만, 정작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내지 않았다면 강제집행 신청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전대차는 법률상 임대차에 존속된 관계기 때문에 상황판단이 어렵지 않다.

엄 변호사는 “세입자가 위법을 저질러 임대차 관계가 해지된다면 전대차 관계 역시 법률상 해지된다”면서도 “다만 현실에서는 잘못이 없는 전차인과 건물주가 합의하여 세입자 대신 전차인을 임대차 관계로 변경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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