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행안부 경직성 풀고 자치단체 재량권 부여해야

양석원 사단법인 ‘열린 옷장’ 사외이사가 '고향사랑기부제, 1조원 시대 열려면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양석원 사단법인 ‘열린 옷장’ 사외이사가 '고향사랑기부제, 1조원 시대 열려면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3년 시행한 고향사랑기부제 운영을 위한 정보시스템 구축‧운영비로 지자체들은 갹출해서 90억 7천만 원을 지출했다. 또 시행 2년 차 들어서서 정보시스템 운영‧유지비용으로 약 36억 원을 갹출해서 분담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2년 차를 맞은 가운데, 지자체들이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위해 약 13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분담했다. 지자체가 갹출해서 분담했기 때문에 지자체 한곳의 분담액은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난 이후에도 운영 및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계속 분담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 더 큰 부담은 행정안전부가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 위탁‧운영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 정보시스템을 통해 얼마나 모금이 되느냐이다. 시행 첫해 243개 지자체는 650억 원을 모금, 지자체 평균 2억 7천만 원에 못 미치는 성과를 냈다.

지자체는 시스템 구축‧운영‧유비 보수비용과 모금을 위한 홍보비, 박람회 참가비 등을 더하면 부담하는 비용은 더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고향사랑e음을 통한 2023년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에 지자체는 만족할지 의문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모금도 독점 정보시스템인 고향사랑e음을 통해서만 가능한 구조이다. 또한 성공한 일본의 고향세를 벤치마킹했음에도 지자체 간 과열경쟁을 우려해서 모금 권유, 홍보, 모금 방식 등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다.

실제로 모금 방식과 관련하여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2항, 제3항에 지자체장이 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할 수 있고, 위탁할 수도 있게 명문화되어 있다. 그러나「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8조 제1항으로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 위탁할 수밖에 없게 했다.

반면 고향사랑기부제를 벤치마킹한 일본 고향세의 운영 상황은 어떠한가? 2008년 고향세를 도입해서 현재 10조 원 가까이 모금하고 있다. 그렇게 모금할 수 있는 이유는 지자체들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성 있는 민간과 적극적으로 협업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전문성 있는 민간과 협업하는데 중앙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 고향세를 운영하면서 중앙정부가 가장 크게 개입한 것은 답례품 경쟁으로 지자체 간 과열이 발생했을 당시에 ‘기부금의 30%’로 답례품 규모를 지자체에 권고한 것이 전부다.

성공한 일본의 고향세를 벤치마킹한 고향사랑기부제가 고전하는 이유는 정보시스템 운영의 한계와 행안부의 경직된 제도 운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양석원 '열린옷장' 사외이사.  
양석원 '열린옷장' 사외이사.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정보시스템 운영업체 선정은 유사한 사업실적이 있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조달을 통한 계약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다. 243개 지자체와 한국지역정보개발원 간의 업무협약으로 정보시스템 구축과 운영비용을 수취했다.

지자체 예산 90억 7천만 원이 소요되는 사업이 계약서 한 장 없이 추진된 것이다. 물론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할 당시 고향사랑기부제 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업체도 아니었는데 추진된 것이다.

정보시스템이 문제없이 운영돼서 지자체의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에 도움이 되면 별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더 있다. 수많은 오류 발생으로 인해 기부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참석한 3월 14일 전라남도 민생토론회 개최일에도 ‘전산장애로 기부금 납부 오류’가 발생했다는 기사까지 있다.

이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면 고향사랑기부제 정보시스템을 운영하는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의 운영 능력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고향사랑e음의 기부자 불편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기부자의 기부가 불편하니 당연히 기부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구조이다. 그래서 광주 동구와 전남 영암이 전문성 있는 민간과 협업해서 고향사랑기부금을 모금한 것이다.

그러나 행안부는 이마저도 중단을 요구했다. 이유는 민간플랫폼을 통한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법에 명문화된 지자체장의 권한을 행안부가 시행령으로 막고 있어 상위법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안부가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성화할 의지가 있다면 시행령을 개정하면 될 일이다.

이 기고문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도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정보시스템인 고향사랑e음에는 “관련 시스템 간 연계 및 안정화 작업 중입니다”라는 제목의 팝업창이 가장 먼저 뜨고 있다. 또 고객센터의 Q&A에 기부 관련 오류에 대한 기부자들의 질의가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해야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가 가능한지 행안부도 알고 있다. 작년 10월, 행안부장관과 차관이 일본 출장을 가서 민간플랫폼을 통해 고향세 모금이 활성화된 현장을 보고 왔다.

또한 지난 3월 14일 전남도청에서 진행한 민생토론회에서 대통령도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활성화를 위해 민간플랫폼 개방을 언급했다. 결국 법에 명문화한 것처럼 지자체장의 재량으로 모금 가능한 정보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게 시행령을 개정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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