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열일곱번째 이야기] 이번 총선은 말조심하는 쪽이 이긴다

자료사진. 대통령실 제공.
자료사진. 대통령실 제공.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20일 사퇴했다. 지난 14일 일부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오찬에서 나온 말이 화근이었다. 

황 전 수석은 당시 1980년대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과 5·18 민주화운동 배후 의혹 등을 언급한 사실이 배석했던 언론사 보도로 알려졌다. 황 전 수석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저의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황 전 수석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 불과 3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공직자가 밥자리에서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로 훅 날아갔다. 

정치인은 ‘입’으로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인 즉, 입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소리다. 그들 입에서 나오는 말이 일반인과 비교해 파급력이 크고 세기 때문이다. 입을 함부로 놀렸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사례는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15년 ‘목발 경품’ 발언과 이후 불거진 ‘거짓 사과’ 논란을 빚은 정봉주 후보(서울 강북을) 공천을 취소했다.

안산상록갑 공천을 받은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도 과거 막말이 논란에 휩싸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이라고 주장한 칼럼만이 아니라 자신과 견해를 달리하는 당내 반대파를 향해 ‘수박’ ‘쓰레기’ ‘바퀴벌레’ ‘똥파리’ 등 표현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는 그의 공천을 그대로 두려는 심산이다. 

국민의힘도 막말 논란에 몸살을 앓았다. 국민의힘은 과거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장예찬(부산 수영)·도태우 후보(대구 중·남) 공천을 취소했다. 충청권에서도 성일종 후보(충남 서산·태안)가 ‘이토 히로부미’ 발언으로, 조수연 후보(대전 서구갑)가 ‘일제강점기 옹호 발언’으로 머리를 숙이는 일이 있었다. 

여야는 오는 28일부터 4·10총선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후보들은 마이크를 잡고 유세하고, 방송 토론회에 나와 설전을 벌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는 또 어떤 막말과 망언, 비방과 인신공격성 발언이 쏟아져 나올까. 과거에 한 말 한마디에 공천이 취소되는 마당인데, 선거 중반 터지는 ‘설화(舌禍)’는 얼마 남지 않은 총선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기자 출신 이기주는 베스트셀러가 된 ‘언어의 온도’에서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라고 썼다.

바른 정치는 입으로 떠드는 게 아니라 ‘옳은 생각’을 펼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보면 이번 총선은 ‘말조심’하는 쪽이 이긴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성싶다. 국민들은 입이 없어 말을 못 하는 게 아니라, 다 듣고 ‘표(票)’로 말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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