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운 충북본부장] 오랜 휴면기를 마감하고 현역으로 복귀했다. 내가 회사로부터 받은 직함은 ‘충북본부장 겸 세종본부장’이다.

충북지역 전반의 취재 활동을 명받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음성군이었다. 당연히 공보실부터  찾아갔다. 첫 방문, 첫 만남인데 불쾌감이 몰려왔다. 심사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처음 대면한 해당 업무의 책임자는 시종 무표정하게 데면데면한 자세로 대화를 이어갔다. 상대의 말에 호응하거나 호의를 보이는 태도는 없었다. 무시당함이 느껴졌고, 나아가 모멸감이나 자괴감 같은 정서까지 치밀었다.

더욱이 그가 내게 건넨 명함에는 개인 휴대전화번호가 없었다. 기관과 주민의 소통 업무 최일선 야전군의 명함에 개인 전화번호가 없다는 건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연락받고 싶은 사람에게만 연락받겠다는 의사표시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취재를 위해 찾은 한 실무부서에서는 업무 담당 공무원이 취재하는 내내 몇 차례에 걸쳐 “왜 취재하시는 건데요?”라는 말을 건넨다. 기자가 취재하는 건 다수의 주민을 대신해 그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기 위함인데 그걸 몰라서일까. 계속 같은 질문을 한다.

앞서 한 면 지역 행정센터를 찾았다. 면장을 만나고 싶었지만, 외부 일정으로 부재중이었다. 총무부서 공무원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명함을 건넸다. “면장님 뵙기 위해 다녀갔다고 전해주세요. 연락 주시면 시간 정해 다시 찾아오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다른 목적지로 이동했다.

그러나 만 하루가 지나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직원이 미처 보고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면장이 보고를 받고도 별스럽지 않은 일이라 여겨 무시했을 수도 있다. 전자든 후자든 문제는 크다. 이 또한 연락하고 싶은 사람과만 연락하겠다는 의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흔히 공무원이 ‘진상’이라고 표현하는 악성 민원인은 처음부터 진상으로 출발하지 않는다.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느낄 때 진상으로 돌변한다. 그런 사례를 무수히 봐왔다. 이날의 경험을 통해 멀쩡하던 사람이 왜 진상 민원인으로 돌변하는지 이해됐다. 

수년 전부터 공직사회에 가장 유행하는 말이 ‘적극 행정’임을 잘 알고 있다.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를 떨쳐내고, 주민 앞으로 적극적으로 다가서 그들이 만족할 때까지 행정의 최선을 다하라는 게 ‘적극 행정’이다.

적극 행정을 하는데 가장 우선시할 자세는 주민을 향해 경계심을 풀고 먼저 다가서는 습관이다. 권위주의, 관료주의, 엽관주의를 과감하게 벗어던지는 데서 적극 행정은 출발한다.

방문 첫날 경험한 음성군에는 ‘적극 행정’이 없었다. 경계심만 가득했다. 정부는 적극 행정의 정착을 위해 엄청난 홍보 예산과 교육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일선 행정관청에서는 다른 나라 얘기일 뿐이다. 언론인에게 이렇듯 대한다면 일반 주민에게는 어떤 식으로 대할지 상상이 된다. 섬뜩하다.

“조병옥 군수님! 직원들에게 적극 행정을 더 강력하게 주문해 주세요. 제가 느끼기엔 음성군 행정이 전혀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전 공무원이 군수님 대하듯 주민을 대하면 모든 게 해결됩니다. 왜 군수와 주민을 차별하는 걸까요. 인사권이 없어서겠지요. 그럼 방법은 하나입니다. 주민의 평점을 통해 공무원의 적극 행정을 평가하고, 그걸 인사에 반영하면 되겠네요. 출향인으로서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음성이 전국 제일의 적극 행정 지자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말로만 하는 적극 행정 말고, 주민을 기쁘게 하고 신나게 하는 그런 적극 행정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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