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한 표의 가치, 깨어있는 유권자

 투표소 모습. 자료사진.
 투표소 모습. 자료사진.

나라 안이 두 가지 현안으로 떠들썩하다. 하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관련한 정부와 의료진‧의대생의 갈등이고, 다른 하나는 4.10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매끄럽지 못한 공천과정과 치열한 선거전이다. 왠지 삶은 고구마가 목에 걸린 듯 답답하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문제는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항이고, 총선은 국가의 운명과 국민 생활을 좌우하는 대표자를 선출하는 일로써 무엇에 못지않은 중요한 일이다. 이 가운데 점점 달아오르고 있는 총선에서 유권자 선택의 길은 과연 어때야 하는지 깊은 고민에 빠져들게 한다. 

‘국회방송’에서 자주 비춰주는 구호는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국회’이다. 하지만 과연 국회가 국민에게 희망을 만들어 주고 있는지? 이에 국민들은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실망과 비판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실정이다. 비판을 넘어 불신 수준에 이르고 있다. 

최근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사태에 국회와 정치권에서는 과연 어떤 의견과 대책을 내어놓았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중심제를 택하고 있지만 국회의 기능과 권한은 날로 비대해지고 있다. 

입법 권력을 행사하는 국회가 정부 정책을 합리적, 건설적으로 감시, 비판하는 차원을 넘어 흔들고 좌우하다시피 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선에서 생각할 만한 일도 막히고 꺾이기도 한다. 어쩌면 의회 우월주의의 일면이라고 볼 만하다.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천명하고 있다. ‘주권재민’이다. 그러나 대의정치에서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이 진정 국민에게 그런 인식을 확인해 주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무리를 앞둔 제21대 국회에서 보듯 극한 대립과 부적절한 언행, 민생 관련 법안 처리를 미루는 것은 하루하루를 팍팍하게 살아가는 국민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국회의원은 하나하나 헌법기관이고 합의제기관의 구성원이다. 

국회의원이 나라 발전과 국민을 위하여 제 역할을 다하자면 자신을 희생하며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봉사자로서 자세, 인품과 도덕성, 균형 잡힌 시각, 비전과 포부, 실행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즉 바른 마음, 바른 자세, 바른 행동이 필요하다. 

후보자는 정책을 제시하고 지역 사업을 공약한다. 후보들의 ‘무엇 무엇을 하겠다.’라는 그럴듯한 공약은 유권자들에게 기대를 걸게 한다. 하지만 후보자 스스로는 ‘한번 노력해 보겠다.’라는 것쯤으로 새겨듣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동안 내건 장밋빛 공약이 실현됐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나라, 행복한 국민이 되었을 것이다. 

가기천 전 서산부시장, 수필가
가기천 전 서산부시장, 수필가

특히 공약에 간과하는 부문이 있다. 지방자치 발전에 관한 사항이다. 후보자는 제대로 된 지방자치에 관하여 어떠한 소신이 있는지 묻는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원 후보 공천’을 어떠한 기준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약속을 듣고 싶다. 

자치단체장은 당해 자치단체를 이끌면서 ‘소 황제’라고 불릴 만큼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지방의원은 당해 지방자치단체 사무에 깊숙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자질 문제가 불거지고 물의를 일으킨다면 그런 후보를 공천한 정당이나 지역 위원장 등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국회의원 후보자는 앞으로 선출직 지방 공직 후보자를 어떤 기준으로 어떤 인물을 공천할 것인지를 반드시 제시해 주기 바란다.

선거는 모든 것을 걸고 치열하게 벌이는 싸움이다. 사람을 편 가르고 지역을 나누기도 한다. 유권자는 선택 기준은 나름대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후보자의 됨됨이와 공약을 꼼꼼히 살피고 비교해 보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4년 내내 후회하게 된다. 

진영논리나 친소관계로 선택해서는 장래가 어둡다. 정치가 마땅치 않다고, 정당이 싫다고,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선거를 외면할 수도 없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자면 국민이 현명해야 한다. 

투표는 누구를 당선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당선시키지 않으려 하는 행위라고도 한다. 국민은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한다는 한탄마저 쏟아놓는다. 유권자는 투표하는 순간까지만 대우받는다는 말도 있다. 각 정당과 후보자는 국민이 듣고 싶은 명쾌한 답을 내어놓아야 할 것이다. 

선거가 축제는 아닐지라도 국민을 불편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 나의 한 표에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좌우한다. ‘한 표의 가치’를 무겁게 여기고 깨어있는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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