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 이후 충청도 관찰사가 근무하는 감영이 있던 도시, 13도 체제 개편 이후 충남 도청이 있던 도시, 고속철도가 통과하고 역사(驛舍)가 있는 도시, 큰대자(大) 형 고속도로가 사방으로 뚫려있고 7개의 나들목이 설치된 도시, 오랜 전통을 가진 국립 종합대학이 있는 도시, 충남의 정중앙에 자리 잡은 가장 넓은 면적의 도시.

충남 정중앙부에 자리잡은 공주시는 면적도 충남에서 가장 넓다.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나무위키 자료사진)
충남 정중앙부에 자리잡은 공주시는 면적도 충남에서 가장 넓다.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나무위키 자료사진)

 

한때 충남 최고의 도시였던 공주는 현재도 나무랄 데 없는 인프라를 갖춘 도시지만,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쇠락하고 있다.

속절없이 주저앉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런 공주를 바라보는 지역민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인구가 날로 줄어 10만 명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는 공주는 변변한 산업시설이 전무하다.

고속철도 역사를 유치했지만, 여전히 연계 도로망이 미흡하고 주변 개발을 못 해 공주역은 전국 최소이용객의 못난이 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좋은 인프라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쇠락을 거듭하는 원인이 뭘까. 한 마디로 지역의 역량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역대 시장은 대체 뭘 했으며, 역대 지역 국회의원은 뭘 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자리싸움에만 열중하며 지역 발전을 위해 획기적인 아이디어 하나 제시 못 하는 지방 의회는 또 무얼 하고 있느냐고 따져 물어야 할 처지다.

다른 지역은 고속도로가 없어서, 철도가 없어서, 대학이 없어서라고 핑계를 댈 수 있지만, 공주는 완벽에 가까운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핑곗거리를 찾을 수 없다.

공주시가 이처럼 성장 없이 낮잠을 즐기는 사이 호남인들은 공주와 오송을 경유하지 않고 익산에서 곧바로 천안으로 연결하는 고속철도 노선을 신설해달라고 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직결 호남선이 신설되면 가뜩이나 유령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공주역은 시골 간이역만도 못한 수준으로 전락할 위기다.

이런 다급한 상황이지만, 공주시는 이렇다 할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무방비 상태다.

이미 무장해제를 당했으니 정부 마음대로 하라는 듯 패잔병의 모습이다.

공주시는 고속도로와 고속철이 개설된 이후에도 흔한 국가산업단지 하나 유치하지 못했고, 2015년 공주역 설치 이후, 아직 주변 신도시 개발 계획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속절없이 떠나고 있지만, 일자리를 만들어 줄 청사진 한 장 변변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둘 이상이 모이면 “아! 옛날이여!”만 찾는 도시 공주가 이번 22대 총선을 앞두고 어떤 비전을 놓고 각축을 벌일지 두고 볼 일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