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우리는 부부 관계에서,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지인 관계에서, 또한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 관계에서 긍정적·부정적 감정에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그러한 감정은 타인에게 영향을 받기도 하고, 자신이 영향을 주기도 한다. 상대방의 불편한 감정을 자신에게 버릴 때 처음에는 얼떨결에 그대로 감정을 받으면서 당황스럽고 황당하기도 하면서 불쾌한 감정까지도 드는 경우가 있다. 긍정적인 감정은 굳이 여기서 말할 필요는 없다.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을 불편해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타인이든, 본인이든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이 있다. “저라고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고 싶어서 되는 줄 아세요? 안되니까 그러죠.”라고 펑펑 우는 사람이 있다. 감정의 쓰레기통이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가 성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어렸을 때 버림받았다고 느끼거나 사랑받은 기억이나 존중받은 기억이 없을 때는 부모의 감정에 자녀는 휘둘리게 된다. 그 부모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자녀를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럴 때 자녀는 부모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버린다. 마치 내가 불쾌하니 너도 불쾌한 감정을 갖도록 조정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불안정한 애착관계에서는 부모가 짜증을 내면 자녀도 그대로 짜증을 부모에게 쏟아내는 경우가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부정적 감정을 마구잡이로 토해내는 것이다. 자녀가 성인이 되더라도 이런 감정들은 스스로 성장하지 못한다. 그래서 늘 감정적이고 다툼이 일어날 때는 유아적인 행동, 미성숙한 행동으로 돌출된다. 

정서가 유아적일수록 부모를 향한 공격성은 감소 되는 것이 아니고 증폭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것은 정서의 흐름이 깨진 상태를 의미한다. ‘감정의 체기’라고도 말할 수가 있다. 그런 상황만 되면 보란 듯이 깨진 정서가 그대로 드러난다. 또 다른 상황에서는 ‘언제 그랬냐’ 듯이 안정된 정서의 흐름 보이기도 한다. 그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서 자신의 정서 흐름은 다르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감정이 누군가로 인하여 사로잡혀 있을 때 적절한 반응을 하지 못했을 때는 돌발적인 일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에게 중요한 대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생애 초기에 자신과의 대상 관계(부모)에서 어떤 정서를 경험했느냐에 따라서 그대로 자신의 정서로 저장이 되고 만다. 이때 부정적 정서의 버튼이 눌러졌을 때는 누구나 버럭하게 되며 때로는 신경증과 정신증 상태까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그 원인은 억울함이며 소외감이며 존재의 버림에서 온다. 즉 ‘나’만 참을 수 없고, ‘나’만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치 ‘손해 본다’는 생각이 자신의 변화를 막아버리고 감정에 휘말리게 된다. 자신이 성장함으로써 주변 사람들도 좋아지는데 그것이 ‘자신 손해’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은 그런 마음이 들게 한 원인이 분명하게 있으며 그 원인을 원가족에서 또는 자신 안에서의 왜곡된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 

이런 경험을 그만하고 싶다면 이런 방법을 제안해 본다. 첫째, 다른 사람의 감정에 휘말리지 않도록 자신의 감정 상태를 수시로 점검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마음이 불안한 상태라면 왜 불안한지를 스스로 묻고 답을 해서 찾아내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 훈련이 되었을 때 불안한 감정이 내 것인지. 타인의 것인지를 분별할 수 있게 된다. 분별할 수 있다면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둘째, 자신의 감정을 부드러운 어조와 눈빛으로 표현하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셋째, 타인의 감정이 강하게 강조되었을 때는 ‘STOP’(그만)을 외쳐라. 넷째,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쏟아내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며, 그 감정에 머물러서 그 감정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명상이나 음악감상, 운동, 산책 등으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견뎌내야 한다. 다섯째, 자신이 스트레스 상황 속에 있다면 다른 사람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 복식호흡과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자신 안에서 감정의 흐름이 원활해질 때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쏟아내지 않게 된다. 이 훈련이 거듭될수록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정서 지능은 높아지게 된다. 

여섯째, 마음의 여유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타인의 감정에 휘말리지 않게 된다. 마음의 여유를 갖기 위해서는 매 순간 자신의 진짜 감정에 깨어 있어야 하며,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무엇 때문에 불쾌한 감정이 올라오는지, 불평불만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다 보면 결국 자신 안에서 해결되는 부분이 대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침묵으로 묵묵하게 자기 삶을 살면서 버티면서 세월을 기다리는 것도 좋다. 이것은 대자연의 ‘흐름 원리’에 순응하는 방법이다. 타인의 감정에 휘말린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의존경향이 높다고 볼 수 있으며, 타인에 의해 자신의 삶을 지배당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자율적인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버텨보는 것도 좋다. 여기서 ‘버팀’은 무조건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방법들을 끊임없이 연마해야 하며, 어쩌면 죽을 때까지 배우고 익혀야 할지도 모른다. 평생 마음공부가 필요한 것은 부정적 감정의 오물을 맞는 사람이 없어야 하며, 그 누구의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지 않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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