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미달·전문성 부족·업무경감 취지무색 '우려'
교원단체 "전문조직 구성, 학폭 개념 재정립 해야"

충남교육청은 지난 21일 충남소프트웨어교육체험센터에서 학폭전담조사관 역량강화 연수를 진행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충남교육청 제공. 
충남교육청은 지난 21일 충남소프트웨어교육체험센터에서 학폭전담조사관 역량강화 연수를 진행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충남교육청 제공. 

[유솔아 기자] 오는 새 학기 ‘학교폭력전담조사관제’ 시행을 앞두고, 대전지역 교사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학교폭력전담조사관(조사관) 전문성이 부족해 결국 학교폭력(학폭) 업무가 교사 몫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역에선 인력확보가 안 돼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8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조사관 추가 채용을 진행 중이다. 당초 40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으나, 현재까지 확정한 인원은 25명뿐.  

조사관은 퇴직경찰과 퇴직교원으로 구성, 학폭 발생시 사안조사 업무를 담당한다. 교원이 해당 업무를 맡으며 학부모 악성민원과 아동학대 고소·고발 등 어려움을 호소하자, 교육부가 이를 해소코자 내놓은 대안이다. 

다만 지역의 경우 아직 인력을 확충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 다수 조사관이 퇴직경찰(25명 중 12명)로 학교업무 처리에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사관으로 위촉된 한 퇴직교원은 "현재 8시간 오프라인 교육을 받았고, 온라인 교육을 진행 중"이라며 "(충분치 않은 연수로)퇴직경찰이 교원 업무경감이라는 제도 취지와 학교현장을 잘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법적권한 없는 조사관, 결국 교사 투입될 것" 지적

조사관에 맡긴 사안조사 업무에 교사가 투입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교육부가 시교육청에 배포한 ‘2024학년도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따르면 '조사관 사안조사시 책임교사 등 학교 관계자는 조사관 사안조사 준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사안조사시 교원협력 방법(동석)에 관해선, 학생 심리상태, 나이, 성별, 조사관 요청 등을 고려해 학교장이 판단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 교사는 "조사관이 위촉직으로 법적 권한이 없다보니, 학생 개인정보 등 민감한 내용은 교사가 다룰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조사과정에 교원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는데, 업무경감 차원에서 전혀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대전교육청 "업무 과중, 학교 혼선 예방 최선"

지역 교원단체는 대안으로 전문조직 구성, 학폭 개념 재정립 등을 제시했다. 

박소영 대전교사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사안조사시 동석, 학부모 사안조사 일정조율 등 업무에서 교사를 최대한 배제하고, 고소와 악성민원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며 "학폭 업무를 총괄하는 전문조직을 구성해 모든 역할과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장은 "학폭 문제를 경찰 조사 등 사법화 할 것이 아니라 갈등 중재, 관계 회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학폭 개념을 재정립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외부인(조사관)에 학생을 전적으로 맡기는 것에 대한 위험성과 학생 요구 등으로 교사를 완전히 학폭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면서도 "교사에 과중된 업무를 최대한 덜고, 학교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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