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돌아온 괴물 류현진이 품은 가치와 한화이글스의 미래

한화이글스 에이스 류현진이 12년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한화이글스 SNS 갈무리
한화이글스 에이스 류현진이 12년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한화이글스 SNS 갈무리

‘에이스’. 모든 스포츠, 특히 팀 스포츠에서 ‘에이스’는 팀의 중심인 선수를 의미한다. ‘에이스’의 활약 여부에 따라 팀의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특히, ‘투수 놀음’이라고 일컬어지는 야구에서 ‘에이스’의 존재는 상당하다. 아무리 홈런타자라고 하더라도 야구에서 ‘에이스’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즉, 야구에서 ‘에이스’는 투수에게만 주어진 어쩌면 특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바로 야구에서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우회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흔히, 야구에서 ‘에이스’는 팀의 연승을 잇고 연패를 끊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나쁜 분위기는 끊어내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에이스’인 것이다.

최근,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한화이글스에 ‘에이스’는 없었다. 물론, ‘에이스’로 불렸던 투수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무려 12년 전의 일이었다.

‘그 에이스’는 팀을 떠나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더 큰 무대에 입성했다. 그리고 보란 듯이 더 큰 무대에서도 ‘에이스’로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냈다.

그사이, 그가 소속했던 팀은 ‘에이스’를 잃고 끝없는 추락을 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팀은 반등하지 못했고 뒤를 잇는 ‘에이스’를 찾는 데 실패를 거듭했다.

2013년 팀을 떠난 ‘그 에이스’가 12년이 지난 2024년에 추락을 거듭해 최하위권에서 머물러 있는 팀을 구하기 위해 돌아왔다.

바로, 한화이글스의 ‘그 에이스’ 메이저리거 ‘괴물’ 류현진의 복귀가 현실이 됐다.

메이저리그에서 자유계약을 통해 새로운 팀을 물색하던 류현진이 전격 한국 무대 복귀를 선언했다. 그가 입은 유니폼은 당연히 한화이글스의 유니폼이었다.

12년 만의 복귀는 그렇게 전격적으로 이루어졌고 한화이글스는 다시 ‘에이스’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

류현진이 품은 가치와 한화이글스의 미래는 직결된다. 현역 메이저리거의 가치와 그가 가진 품격은 바로 한화이글스의 미래 가치를 상승시킬 뿐 아니라 ‘에이스’로서 팀 재건에 앞장서게 될 것이다.

류현진과 한화이글스가 만들어 갈 한화이글스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BACK TO THE 2013’ 그리고 새롭게 맞이할 2024년과 류현진의 미래

류현진의 시계는 2012년에 머물러 있다. 2006년에 입단해 7년간 한국 무대를 누빈 류현진은 2012년을 끝으로 한국 무대를 떠났다. 그의 시간이 2012년에 머물러 있는 이유이다.

류현진이 맞이할 2024년은 어쩌면 류현진에게 2013년처럼 느껴질는지 모르겠다. 2013년에 류현진과 경쟁해야 했던 선수들이 아직도 리그를 주름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류현진과 ‘좌완 트로이카’ 체제로 리그를 지배했던 김광현과 양현종. 이 둘은 류현진보다 1년 후배지만 빠른 공을 가진 좌완투수로 류현진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공교롭게도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떠나고 한국 리그를 양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사이 이 둘은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고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류현진처럼 메이저리그를 경험하기도 했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지금도 베테랑으로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주축 투수로 팀을 이끌고 있다. 김광현은 2022시즌 팀을 완벽한 우승으로 이끌었고 양현종은 누적 기록들을 갈아치우면서 이번 시즌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류현진이 김광현, 양현종과 펼칠 선발 맞대결도 흥미진진하지만, 앞으로 그려 나갈 통산 기록 대결도 볼만한 장면이 될 것이다.

KBO리그에 국한한다면, 류현진은 김광현과 양현종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김광현이 2년, 양현종이 1년을 메이저리그에서 뛰었지만, 류현진은 무려 11년을 뛰었기 때문이다.

현역 다승 1위는 양현종의 168승이다. 김광현은 158승으로 2위다. 하지만 양현종은 메이저리그에서 승리가 없었고 김광현은 2년 동안 10승을 챙겼다. 물론,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의 기록을 단순히 호환시키는 데 분명 무리가 있지만, 프로에서 김광현이 따낸 승리는 168승이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승리는 얼마나 될까?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7시즌 동안 98승을 따냈다. 11시즌을 비웠지만, 양현종, 김광현에 이어 아직도 현역 3위의 기록이다. 여기에 메이저리그에서 78승을 챙겼다. 류현진이 프로에서 챙긴 승리는 176승이 된다.

상위 리그에서 뛰었지만, 김광현, 양현종에 비해 승리가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류현진의 위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탈삼진은 양현종이 1,947개로 현역 1위, 김광현이 1,728개로 역시 2위이다.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1,238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는데, 이 역시 현역 3위의 기록이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에서 25개를, 김광현은 104개의 탈삼진을 추가했다. 양현종은 프로 통산 1,972개, 김광현은 1,832개가 된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탈삼진은 어떻게 되는가.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은 934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프로 통산 2,172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탈삼진 역시 류현진의 위엄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투구 이닝을 살펴보자. 역시 양현종이 2332⅓이닝으로 현역 1위, 김광현이 2015⅓이닝으로 뒤를 이었다.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1269이닝을 던졌다. 양현종은 미국에서 35⅓이닝, 김광현은 145⅔이닝을 각각 소화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1055⅓이닝을 던졌으니, 류현진은 프로 통산 2,324⅓이닝을, 양현종은 2,367⅔이닝, 김광현은 2,161이닝을 소화했다.

세 선수가 과연, 투수 부문 통산 기록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송진우의 통산 210승, 2,048탈삼진, 3,003이닝에 도전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메이저리그의 기록까지 포함하면 류현진이 송진우의 탈삼진 기록을 넘어서긴 한 상황이고 올 시즌 양현종이 송진우의 통산 탈삼진 기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류현진의 복귀로 다시 세 선수의 경쟁이 시작된다. 이 세 선수가 부상 없이 건강하게 오래도록 프로 생활을 하면서 KBO의 건설적인 기록 경쟁에 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류현진의 복귀로 의미 있는 대결을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바로 류현진이 미국 무대로 떠나기 전 치열한 대결을 펼쳤던 베테랑 타자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역시나 지금도 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아의 최형우, 삼성의 강민호, 키움의 이용규, KT의 박병호, SSG의 최정 그리고 류현진과 동갑내기들인 양의지, 김현수, 황재균이 있다. 여기에 2024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대한민국 최고의 메이저리그 타자 추신수의 대결도 많은 팬의 관심을 집중시키게 될 것이다.

12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들은 각 팀의 중심타자로 아주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류현진도 긴장 상태에서 이들과의 맞대결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전설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류현진이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줄 차례

류현진이 프로에 갓 데뷔했던 2006년. 한화이글스는 ‘전설 집합소’였다. 우선, 한화이글스 영구결번 레전드 중 두 명의 투수 송진우와 정민철이 있었다. 여기에 ‘대성불패’로 불렸던 구대성도 건재했다. 문동환이 에이스 역할을 했고 ‘필사마’ 최영필도 주축 투수로 있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선배들 사이에서 류현진은 데뷔 첫해 리그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첫 시즌이었다. 류현진은 대선배들을 제치고 바로 ‘에이스’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류현진은 말한다. 대선배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그중 ‘대성불패’ 구대성이 류현진에게 전수했다는 체인지업은 지금도 류현진의 가장 큰 무기인 구종이다.

대선배들의 훈련 모습 그리고 경기장에서의 루틴과 경기를 대하는 태도 등 류현진은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고 술회한다. 그렇게 류현진은 ‘괴물’이 되었고 메이저리그라는 큰 무대에서도 그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부와 명예를 모두 안게 된 성공적인 선수 생활이었다.

류현진은 12년 만에 돌아왔다. 한화이글스에 류현진보다 투수 선배는 정우람밖에 없다. 하지만, 정우람은 올 시즌부터 플레잉코치로 1군 마운드에 설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즉, 즉시 전력감으로 1군 마운드에 서는 투수 중 류현진보다 선배는 없다는 것이다. 동갑내기 장시환이 있지만, 장시환은 2007년 입단으로 류현진보다 1년 늦게 프로에 데뷔했다.

한화이글스가 최하위권에 머물면서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반대급부로 유망주 투수들이 대거 입단할 수 있었다. 특히,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는 최근 3년 동안 매해 최고 유망주 투수였다. 여기에 김기중, 남지민, 한승주 등의 상위 라운드에 뽑힌 투수들도 있다.

이들에게 류현진은 말 그대로 훌륭한 교보재이자 교과서가 될 것이다. 거리낌 없이 보고 배워야 한다. 느껴야 한다. 서슴없이 물어봐야 한다. 메이저리거의 모든 것을 전수 받아서 자신들의 성장에 아낌없이 쏟아부어야 한다.

류현진이 그랬던 것처럼, 이들도 전설적인 대선배에게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이들이 류현진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는 성장을 거듭한다면, 한화이글스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괴물’ 류현진이 본인보다 더한 ‘괴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류현진의 가치’이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그의 훌륭한 ‘야구 품격’을 후배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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