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열세번째 이야기] 진짜 승부는 공천 이후부터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왼쪽)과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왼쪽)과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

4·10 총선이 40일 남짓 남았다. 다음 주쯤이면 각 당 공천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전망이다. 지긋지긋한 여론조사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멈출 날도 얼마 안 남았다. 문제는 공천 갈등 후유증을 얼마나 잘 수습하느냐다. 공천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을 최소화하는 게 총선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될 테니. 

어딘들 공천 후유증이 없으랴만은 충청도만큼 심한 곳이 또 있을까. 인적 쇄신은 공염불에 그쳤고, 막무가내 전략공천을 하지 않나, 여기 있던 후보가 저기로 가지 않나. ‘시스템’의 ‘시’도 찾아볼 수 없는 공천이 난무했다.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이나 이래저래 민심의 회초리는 각오해야 할 터.

그래도 충청권 총선 공천 후유증이 어느 쪽이 더 심할지 따진다면? 아무래도 민주당일 공산이 높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에 비해 현역 의원이 많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대전(7석)과 세종(2석)을 석권했다. 충남도 11석 중 6석을 얻어 우위를 점했다. 

현역 의원이 많다는 건, 공천을 못 받았을 때 후폭풍이 원외 인사보다 세다는 얘기다. 여차하면 다른 곳으로 ‘튈 수’ 있기 때문이다.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든, 제3정당에 합류하든. 혼자 가는 것도 아니다. 지방선거 때 본인이 공천을 준 지방의원을 줄줄이 달고 간다. 그걸 막으려고 여야 모두 공천 발표를 최대한 끌고 가려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또 어려운 이유는 공천 이후 탈락자를 달랠 ‘당근’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던 민주당은 이번에 야당 신분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 위치에 있다. 말인즉, 국민의힘은 공천 탈락자에게 열어줄 수 있는 공간(자리)이 넓다는 얘기다. 공기업 사장이든, 공공기관 감사든. 

다음으로는 계파 갈등이다. 민주당은 ‘친명 vs 비명’으로 갈라져 공천 혈투를 벌였다. 물론, 국민의힘도 용산발(發) 공천에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 다만, 국민의힘과 차별화를 띨 야당이 ‘계파 프레임’에 빠져 허우적댄다면, 지역민들에게 야당으로서 선명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윤석열 정권을 향한 ‘심판론’이 먹힐 수 있을까.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공천 후유증을 심하게 앓을 거란 얘기는 아니다. 아직은 그렇게 보일 뿐이라는 얘기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캠페인)에 돌입하면 판은 또 어떻게 뒤 집어질지 모른다. 그래서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닐까.

국민의힘도 공천 후유증에 발목이 잡힌다면, 양상은 민주당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어느 당이건 기대했던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들은 배신감과 함께 앙금이 두고두고 남기 마련이다. 경선이라도 붙었다 졌으면 덜 억울할 텐데, 링에도 오르지 못한 채 주저앉은 후보들 심정이란. 

이 모든 걸 누가 더 일찍 떨쳐내고 ‘원팀’을 이루느냐에 충청권 민심이 움직이리라.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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