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우리가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은 인간 존재로서의 한 부분이다. 만약 혼자일 때 스스로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있는지 없는지를 점검해보려면 자기 내면의 에너지(관심의 방향)가 자신에게 쏠려 있는지 타인에게 쏠려 있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만약 타인에게 쏠려 있다면 자신과의 관계를 견고하게 맺도록 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 안의 고독감(孤獨感)과 상호 간의 분리(건강한 상실)를 통해 관계경험을 배운다. 그 배움은 내면의 힘을 긍정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독감’, ‘상실’을 경험하는 것은 자신에게 중요하다. 다른 사람 곁에 서기 전에 먼저 홀로 서보는 연습과 용기가 필요하다. 이것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밑거름이다.

한편, 우리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높다. 동물의 왕국에서 사자는 어떤 동물을 공격할까? 늘 쫓겨 다니고 무서움과 공포에 움찔하고 있는 동물을 먼저 공격한다. 그러면 모든 약한 동물이 이처럼 안타까운 처지일까? 아니다. 즉 스스로가 움찔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공격하게 되고, 늘 그런 마음의 자세이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늘 불행만이 내 삶을 지배한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반대로 내가 늘 당당하면 사람들에게 쉬운 대상일까? 아니다. 도망가야 되는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맞서고 싸우면 상대편이 도망을 가게 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상황은 반전된다. “나는 더이상 도망가지 않을 거야, 더이상 위축되거나 움찔하지도 않을 거야”라고 반복된 말로 자신에게 끊임없이 말을 하면 된다. 이러한 행동을 통해서 우울감도 덜 느끼게 되고, 어떠한 스트레스 상황이 온다고 해도 취약한 상태에 머무르지 않게 된다. 또한 우리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 공동체는 서로 지지해주는 집단이어야 한다. 단단해진 각 개인이 만나서 ‘우리’라는 공동체가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함께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찾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늘 깨어있어야 하며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져야 한다.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심리적 고통은 자신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가치, 신념 등을 인정받고 얻어내려고 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이 됨으로써 실존의 의미를 찾다 보니 타인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을 때는 주저앉고 만다. 결국 존재가치를 다른 사람에게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찾는 일이 더 낯설고 힘겹게 느껴지는 것이다.

실존, 즉 삶과 죽음에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도 두려워한다. 자신을 위한 참된 삶을 살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죽음을 부정하면 할수록 자신 안의 불안과 자기소외는 커지게 되어 있다. 이것은 자신의 삶, 타인에게 평가되는 ‘어떤 사람’이 아닌 자신에게 먼저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통해 자신의 잘못된 가치관을 깰 수 있도록 스스로 토닥이며 지지해줘야 한다. 이것은 삶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실존하고 있는 내가 스스로 그 의미를 찾고 창조하는 것이다.

최근 ○○산악회를 통해 겨울 산행으로 치악산을 다녀왔다. 고지에서는 눈보라가 날리는데도 불구하고 점심을 먹어야 했다. ‘먹는 만큼 걷는다’고 했다. 춥더라도 먹어야만 했다. 6인(人)이 들어갈 수 있는, 겨우 바람만 막아주는, 대형 김장용 비닐처럼 생긴 ‘쉘터’ 속으로 들어가서 준비해 온 밥과 반찬, 컵라면, 과일, 커피 등을 함께 나눠 먹었다. 겨우 몸만 의지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바람 소리가 엄청났음에도 불구하고 ‘쉘터’ 안에서는 웃음과 음식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직 산행에 익숙하지 못한 나로서는 다른 회원님들께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내 몸 하나 챙기는 것에 급급했다. 그런 나를 이해해주는 회원님들이 고마웠다. 산악에 익숙한 회원님들을 보면서 ‘엄동설한에서도 죽지는 않겠구나, 이것이 단합이구나’를 경험했다. ‘함께’라는 것이 이렇게 따뜻할 수가 있을까? 이런 느낌은 느낄수록 행복이 저축된다.

우리가 ‘함께’하기 위해서는 리더의 삶의 가치관이 지대한 영향을 준다. 가족 안에서, 회사 안에서, 모임 안에서, 사회 안에서, 나라 안에서의 리더의 건강한 정신과 희생과 열정은 리더를 따라가는 사람들의 삶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다만 그 활동영역에 따른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정신분석가 비온은 ‘정신증 환자들 집단 안에는 호기심, 오만, 어리석음의 증후군이 있는데 그 중 오만이 가장 두드러져 보인다.’라고 했다. 오만은 견딜 수 있는 것도 견딜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집단은 견딜 수 없는 것도 견딜 수 있게 하는 것이며 그것이 곧 공동체의 긍정적 힘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고 보리는 익을수록 고개를 든다고 했다. 이 둘의 차이는 벼는 처신을 잘하는 왕에 비유한다면, 보리는 한겨울 언 땅을 뚫고 나온 모습이 휘몰아치는 정세에도 꿋꿋함을 잃지 않는 우리(백성)들의 모습에 비유할 수 있다. 그래서 벼는 익을수록 겸손하라고 고개를 숙인다. 오만하지 않는 리더가 있어야 피흘리는 사람(백성)이 없을 것이며 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법이다. 지금 시대에서는  오만하지 않는 리더와 진정한 ‘우리’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삶은 서로가 안아주고 내어주면서 하나가 되도록 실천하는 삶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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