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김태연, 정은원, 문현빈의 활약은 최원호 감독의 기쁜 고민

한화이글스 선수들.
한화이글스 선수들.

한화이글스의 2024시즌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 시즌 초반, 구단 최초의 외국인 감독 체제가 별다른 소득 없이 끝을 맺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감독으로 선임된 최원호 감독에게 2024시즌은 실질적으로 자신의 계획대로 준비하는 첫 번째 시즌이다.

코칭스태프도 외부에서 유능한 코치를 영입하면서 자신의 색깔에 맞게 구성했다. 한화이글스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단점을 최소화하면서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능한 코치들의 영입이었다는 평이다.

여기에 젊은 선수들의 경험을 채워주고 이기는 방법을 공유할 수 있는 베테랑 자원들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시즌의 채은성에 이어, 올 시즌에는 안치홍을 비롯해 SSG 왕조를 이끌었던 김강민과 이재원까지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이제는 최원호 감독이 지도력을 발휘할 시점이다. 지난 시즌에는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으면서 잘 아는 선수들임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의 변명은 필요 없다. 2024시즌에 한화이글스는 도약해야 하고 최원호 감독은 선수단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면서 지도력과 함께 이글스를 비상시켜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최원호 감독이 2024시즌에 가장 중요하게 고민하고 판단해야 하는 것은 바로 ‘선수단 운영’이다. 특히, 겹치는 포지션의 선수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경기에 활용하고 그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경쟁력을 끌어올리느냐가 가장 큰 숙제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내, 외야를 오가는 자원들의 ‘교통정리’는 어쩌면 최원호 감독의 행복한 고민이자 모두가 지켜보는 관심사이면서, 가장 어려운 선택과 판단이 될 것이다.

특히, 내야의 젊고 유능한 자원들의 활용과 장점의 극대화는 최원호 감독이 2024시즌에 반드시 정립해야 하는 숙원사업일 것이다.

내, 외야를 오가는 김태연, 정은원, 문현빈의 활약은 최원호 감독의 행복한 고민

수베로 감독은 김태연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태연의 주 포지션은 3루다. 하지만, 노시환의 입단과 가능성 그리고 기회비용은 김태연의 출장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불가분의 관계였다.

젊은 자원 중에 공격력에서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인 선수가 없다 보니, 공격력에 희망을 걸 수 있는 김태연의 활용은 필수적이었다.

그렇게 김태연은 3루가 아닌 2루와 1루로 출장하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그 또한 불규칙적이었다. 2루에는 무섭게 치고 올라 온 정은원이 있었고 1루에는 김인환, 이성곤의 선배 라인과 변우혁, 정민규 등의 유망 후배들이 있었다. 그렇게 김태연은 자신의 장점인 공격을 살리기 위해서 외야수로 변신해야 했다.

본인의 의지보다도 김태연의 재능을 활용하기 위한 팀과 감독의 결정이었다. 어깨가 좋은 김태연은 우익수로 변신했다. 하지만, 김태연에게 외야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다. 아니,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수비에서의 시행착오로 인해 김태연은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게 다시 내야로 돌아온 김태연이었다.

2023시즌 김태연은 내, 외야 멀티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외야 수비는 조금 더 안정되었고 내야는 어떤 수비 위치에 출장하든 본인의 몫을 해냈다.

2024시즌에도 김태연은 내, 외야에서 피 말리는 경쟁에 내몰렸다. 지난 두 시즌보다 더한 경쟁을 하고 있다. 내야에는 안치홍의 영입으로 단순 경쟁률 뿐 아니라 경쟁 상대 자체가 버거운 베테랑이 포진하게 되었다.

외야는 안치홍의 영입으로 외야로 자주 출장해야 할 운명인 채은성과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여준 드래프트 동기 이진영과 후배 최인호가 기다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 페라자는 붙박이가 될 전망이기에 논외이다.

김태연이 1군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딱 한 가지다. 답은 정해져 있다. 바로, 출장 기회가 왔을 때 본인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밖에는 없다. 과연, 시즌 초부터 어떤 기회가 주어질지, 그 기회를 김태연이 어떻게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기회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기회를 살리는 것은 본인이고 김태연이 그 기회를 잡으면 한화이글스 공격력에 큰 보탬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정은원의 처지가 처량하다. 2021시즌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정은원이다. 데뷔 4년 차에 해낸 결과물이다. 하지만, 지난 두 시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면서 베테랑과 후배 사이에 끼인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3루의 노시환처럼 확실하게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면서 입지를 다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사이 후배 문현빈이 입단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기회는 정은원에게 먼저 주어졌지만, 시즌 내내 정은원은 본인의 제 모습을 찾는 데 실패했다. 그런 사이 문현빈은 외야수로 출장하면서도 프로에 적응했고 이내 정은원의 2루수 자리를 꿰차는 데 성공했다.

이런 위기에서 팀은, 같은 포지션의 베테랑 안치홍을 영입하면서 정은원의 처지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그렇게 정은원은 외야수 연습을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김태연처럼 가진 것 많은 정은원을 어떻게든 활용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정은원은 마무리훈련과 동계 전지훈련을 통해 중견수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가장 먼저 주어질 기회는 2루수일 것이다. 하지만, 2루수 후보가 너무 많고 쟁쟁하다. 안치홍을 비롯해서 김태연, 문현빈까지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선수들이 즐비하다.

최원호 감독은 2024시즌 한화이글스 2루수 엔트리를 가장 크게 고민할 가능성이 크고 2루수에서 시작된 포지션 이동 현상이 시즌 내내 일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정은원이 2021시즌의 경기력을 회복한다면, 2루수는 정은원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치열한 외야 경쟁에 내몰릴 것이고 전문 외야수가 아니기에 김태연처럼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과연, 정은원이 부활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정은원의 부활은 테이블세터의 고민이 사라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강화된 중심타선에 불을 붙여줄 수 있는 심지 같은 역할을 정은원이 하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지며 공격력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2년 차 시즌을 맞는 문현빈이다. 다재다능함을 앞세워 데뷔 시즌을 훌륭하게 치러낸 문현빈이다. 문현빈도 자신이 원하는 주 포지션은 2루수다. 하지만, 팀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잘 안다. 치열한 경쟁에서 자신의 가치를 보여줘야 2루수로 나설 수 있음을 말이다.

문현빈은 지난 시즌 고졸 신임임에도 불구하고 중견수로서 아주 좋은 모습을 보였다. 물론, 전문 외야수가 아니었기에 어설픈 플레이도 있었으나 그 정도는 고졸 신인에게는 애교였다.

문현빈은 올 시즌 좌익수에 도전한다. 김태연이 우익수, 정은원이 중견수라면 문현빈은 좌익수다. 지난 시즌 중견수로 출장하면서 외야에 적응한 문현빈은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좌익수로 출장하면서 가능성을 타진하는 데 성공했다.

최원호 감독은 문현빈의 활용을 좌익수와 2루수로 못 박았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지만, 일단 시작은 그렇다. 김태연과 정은원도 마찬가지다.

필자도 과연 올 시즌 2루수에서 촉발된 포지션 이동과 출장 그리고 활용도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가늠하기 어렵고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원호 감독의 복잡한 마음을 이해하기에는 아직도 어려움이 있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전지훈련을 통해 나름의 선택과 결정을 하겠지만, 쉽지 않은 선택과 결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재능 있는 선수가 활용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기회를 김태연, 정은원, 문현빈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면서 잘 잡기를 기대해본다.

세 선수의 활용과 출장 그리고 활약은 2024시즌 한화이글스 전력의 가장 큰 중심축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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