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우리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은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타인에게 나름의 의미 있는 존재로 남아 있기를 원한다. 그런 가운데 우리는 관계 안에서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정서를 느끼기도 하지만, 때로는 섭섭함과 서운함을 갖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쁘고 즐거운 정서가 90%이고, 서운한 마음이 10%인데도 불구하고 10%의 서운한 마음을 크게 생각하면 그 관계는 언제 친한 관계였나 싶을 정도로 깨지기도 한다. 이유를 모르고 깨져버린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고 황당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런 관계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체로 어린 시절 버림받았던 경험이 있거나 신체적, 성적 학대를 받았던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부정적 정서가 1이라도 느끼면 그 1을 100으로 키우게 된다. 이러한 경험이 빈번해져서 인간관계의 불편함을 자주 형성하게 된다면 일상생활과 소통의 어려움을 초래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것은 자신의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만약 상대방에 대해 서운함이 올라오면 조용히 자신의 내면 소리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무엇 때문에 서운하지?’, ‘그런 일로 내가 서운해 하는 것이 합당한가?’, ‘그 사람이 처한 처지와 상황도 모르는 채 나만의 감정에 빠져 있지는 않는가?’ 이와 같이 자신에게 스스로 묻고 답하다 보면 서운함의 근원지를 찾을 수 있게 된다. 근원지를 찾는 것은 서운함의 작은 불씨를 끄는 방법이다. 또 다른 불편한 정서가 올라올 때도 이와 같은 방법을 자신에게 적용하여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자신에게 불편한 정서라면 그 정서(불씨)는 충분히 제거해야 할 가치가 있다. 이런 과정을 하지 않는다면 오만 가지의 감정이 자신을 엄습해오기 때문에 좋지 않는 결론을 가져오게 된다.

우리는 서로의 만남 속에서, 관계 속에서 존재욕구, 인정욕구, 그 사람에게 의미 있는 한 사람으로 있고 싶은 욕구 등이 있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경계선을 넘게 되면 욕망이 된다. 즉 경계를 넘는다는 것은 자신의 결핍을 상대방에게 채워줌으로써 되돌려 받고 싶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적 움직임과 행동은 자신조차도 잘 모를 때도 많고, 아주 미묘하기 때문에 자칫 놓치게 되면 경계선을 넘게 된다. 그래서 늘 자신의 감정에 깨어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주 가까운 사이라도, 부부관계, 부모와 자녀관계, 절친 등 아주 미비할지라도 경계를 넘으면 섭섭함과 서운함은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감정이다. 이런 감정이 올라온다면 자신의 기본 욕구가 욕망으로 변질되었음을 인정하면서 바로 자신의 감정탐색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자신이 타인에게 경계를 넘었다는 것을 스스로가 알아차리지 못하면 우선적으로 자신이 괴롭고, 두 번째는 관계에서 금이 가기 시작한다. 경계를 침범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방법은 서운함을 느끼는 그 시점이다. 그리고 왠지 모를 찝찝함이 있거나 그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나 불평불만이 올라오는 시점이다. 이런 감정으로 괴롭다면 인간이 가진 본성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생각해야 하며 ‘나도 인간이다’라는 것에 대해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도 ‘바람(hope)'이라는 코드가 있음을 인정하고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다. 솔직함을 드러내는 관계라면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또한 그 사람과의 부정의 감정을 나눌 만큼의 친밀함이 있는지도 탐색해야 한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지지를 얻고 싶어 하고 정서적이든 신체적이든 돌봄을 받으면서 의존하고 싶어 한다. 특히 내면이 더 많이 유아적이라면 돌봄과 의존경향성이 높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자신이 존재감이 없어지거나 소외를 느꼈을 때 자신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외로움과 공허감을 경험하면서 그 시간을 견디기가 힘들기 때문에 하염없이 사람 속에 있거나 물질(술, 마약, 담배 등)에 의존하기도 한다. 또한 지속되었던 관계까지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협을 스스로 형성하면서 그들이 자신을 따돌리고 박해한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사람과의 분리에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즉 사실이 아닌 것을 마치 사실처럼 믿어버림으로써 자신을 더 궁지를 몰아넣기도 한다. 그 속에서 정서적으로 더 불안해지고 충동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분노폭발, 자해 등)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온다면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전문가를 통해서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자가 치유적인 방법으로는 그런 불편한 감정이 올라온다면 ‘이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이 주관적으로 치우지지는 않았는가?’, ‘내가 느끼고 싶은 대로 나만의 감정에 빠져 있지는 않는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가?’ 등 자신을 탐색할 수 있는 질문으로 자신의 내면을 객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다음 정리된 감정에 대해 표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건강한 것인가? 상황에 따른 적절성이 필요하다. 때로는 느껴진 대로 느끼면서 참고 견디기도 하면서 그냥 가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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