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기존의 주전과 백업의 유기적 호흡, 새로운 얼굴 경쟁력 필요

한화이글스 2024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 명단을 보면 대략적으로 시즌 중 1군 선수들을 알 수 있다. 한화이글스 제공
한화이글스 2024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 명단을 보면 대략적으로 시즌 중 1군 선수들을 알 수 있다. 한화이글스 제공

스프링캠프는 1년 농사를 결정 짓는 매우 중요한 훈련 과정이다. 기존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하고 백업 선수의 역할을 확인하고 결정하며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작업을 하는 과정이 시간이다. 스프링캠프는 부상 선수를 제외하고 한 시즌 동안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 대부분이 참여하게 된다.

이 과정은 본진과 2진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이도 1차와 2차로 이어진다. 근 두 달여에 걸쳐 펼쳐질 정도로 깊이 있고 다양하게 진행이 된다. 한 시즌 144경기를 치르기 위해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 팀을 이끄는 감독들은 이 시기에 한 시즌 동안 활용할 자원을 결정하고 다양한 작전과 한 시즌의 모든 계획을 구체화하고 만약, 계획이 어그러졌을 때 펼칠 플랜B, 플랜C 등의 다음 과정도 체계적으로 준비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스프링캠프 본진 명단을 보면, 감독이 이번 시즌에 1군에서 활용할 선수들을 가늠할 수 있다. 물론, 본진 명단에 오른 선수가 1군의 고정 멤버는 아니다. 하지만, 많은 수의 선수들이 1군에서 먼저 활용되곤 한다. 감독이 긴 스프링캠프 기간에 자신의 눈앞에서 직접 확인한 선수들을 자신의 전략에 맞게 사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스프링캠프 본진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부상 때문에 충원이 필요하거나, 2진 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는 본진에 합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한화이글스 2024시즌 스프링캠프 본진 명단

투수: 산체스, 페냐, 장시환, 장민재, 이태양, 주현상, 한승혁, 이민우, 윤대경, 박상원, 이충호, 김민우, 김범수, 이상규, 정이황, 남지민, 한승주, 김규연, 김기중,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이상 22명)

포수: 이재원, 최재훈, 박상언, 장규현(이상 4명)

내야수: 안치홍, 김인환, 하주석, 이도윤, 김태연, 황영묵, 정은원, 노시환, 조한민, 문현빈(10명)

외야수: 페라자, 김강민, 이명기, 채은성, 이진영, 최인호, 이상혁(이상 7명)

베테랑과 젊은 선수가 공존하는 주전과 백업의 유기적 호흡 중요

필자가 예상했던 선수들이 이번 스프링캠프 본진 명단에 모두 포함되었다.

선발진 후보로 거론되는 외국인 투수 두 명인 산체스와 페냐 그리고 문동주에 4, 5선발 경쟁을 펼칠 장민재, 이태양, 김민우, 김기중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지속적으로 선발로 기회를 받았지만, 알을 깨지 못한 남지민도 일단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절치부심할 기회를 잡았고 지난 시즌 한 단계 성장한 한승주도 이름을 올리면서 스텝 업을 기대하게 되었다.

불펜진에는 필자가 지목한 ‘핵심 3인방’인 주현상, 윤대경, 김범수에 마무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박상원이 자리를 차지했다.

그 밖에도 불펜진의 후보군으로 판단되는 베테랑 장시환과 타이거즈 이적생 듀오 한승혁과 이민우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한편, 필자가 젊은 투수 중 이번 시즌 불펜에서 힘을 보태주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성장을 해줘야 하는 선수로 지목한 김규연과 2년 차에 접어든 김서현도 역시 이름을 올리면서 최원호 감독의 냉정한 판단을 받게 되었다.

이번 스프링캠프의 투수진에 큰 변수는 없을 것이다. 22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야수진과는 달리 이 선수들이 1년 동안 대부분 1군에 얼굴을 내밀면서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4, 5선발 경쟁을 펼칠 선수 중 탈락한 선수들이 불펜으로 이동해 롱맨으로 활약을 할지, 퓨처스에서 선발로 시즌을 시작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베테랑이 밀린다면 롱맨으로, 젊은 선수가 밀리면 퓨처스에서 선발 수업을 받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여기에 불펜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특히, 장시환, 한승혁, 이민우와 김규연, 김서현 등이 펼치는 불펜 신, 구 경쟁은 한화이글스 투수진의 뎁스 뿐 아니라 퀄리티도 높여줄 것이다.

포수진은 예상대로 최재훈 주전에 이재원과 박상언의 백업 경쟁에 장규현이 도전하는 모양새가 갖춰졌다. 과연 최원호 감독이 시즌 내내 포수진의 엔트리를 두 명으로 할지, 세 명으로 할지에 따라 1군 명단이 바뀔 것이다.

과연, 최재훈의 뒤를 이어 ‘제2의 포수’로 활약한 박상언이 베테랑 이재원의 도전을 뿌리치고 자신의 입지를 공고하게 할는지 지켜볼 대목이다. 은퇴 위기에서 극적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재원이 후배와의 경쟁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관건이다. 만약, 이재원이 다양한 경험을 잘 녹여낸다면, 의외로 최재훈의 백업은 베테랑 이재원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박상언은 퓨처스에서 더 많은 경기 경험을 하면서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고 후배 장규현의 존재는 박상언이 성장하는 데 큰 자극제가 될 것이다. 군 복귀 후, 본격적으로 1군에 도전하는 장규현도 박상언이라는 산을 넘어야 1군 진입이 가능할 전망이기에 이번 스프링캠프가 자신의 가치를 높일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내야진의 주전과 백업도 예상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채은성이 외야수로 구분되었지만, 1루수로 출장할 가능성이 큰데, 굳이 외야수로 구분된 이유는 안치홍의 영입으로 1루수 출장이 줄어들 수 있음을 예상하게끔 한다.

여기에 중요한 것은 과연 김인환이 어떤 공격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김인환이 시즌 초반부터 자신의 장점인 장타툴을 보여준다면 의외로 채은성이 외야로 나가는 횟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채은성이 김인환과 1루수와 지명타자로 출장한다면 안치홍이 2루수로 이동하고 정은원이나 문현빈이 외야로 나가는 그림도 그려질 것이다.

이런 포지션의 도미노 현상은 시즌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선수의 공격력이 시즌 초반부터 발휘되고 꾸준함을 이어가느냐가 될 것이다.

의외로 외야수 명단이 조촐한 느낌이다. 김강민과 이명기, 두 베테랑이 합류한 상태에서 채은성은 붙박이 외야수는 아니다. 그렇다면, 이진영과 최인호가 남는다.

필자가 예상한 것처럼, 일단 젊은 외야수 중에 선두주자는 이진영과 최인호가 되는 상황이다. 물론, 베테랑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내야 하고 자칫 주춤할 경우, 언제든지 내야에서 김태연, 정은원, 문현빈이 외야로 출격할 가능성이 큰 만큼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많지 않은 빈자리 채울 새로운 얼굴의 경쟁력과 임팩트 있는 활약 필요

이번 스프링캠프 본진 명단에서 낯선 이름들이 확인된다. 투수진에서는 이상규, 정이황, 이충호, 황준서, 야수진에는 장규현, 황영묵, 조한민, 이상혁이 그들이다.

일단, 젊은 선수들이고 만약 이 선수들이 레벨업 된다면, 분명 1군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그런 기대감에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되었을 것이다.

이상규는 LG에서 잠깐이지만 마무리를 맡았을 정도로 가능성을 보여줬고 한화이글스가 2차 드래프트 전체 2번으로 선택한 투수이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고 배짱도 있기에 강재민이 빠진 불펜에 큰 힘이 될 수 있는 자원이다. 이를 확인하는 캠프가 될 것이다.

정이황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팀에서 전략적으로 선발한 ‘변노유’ 트리오에 이어 3라운드 전체 23번으로 지명된 우완 투수이다. 올 시즌 6년 차에 접어드는데, 아직 1군 데뷔를 하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1군에 데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시즌 퓨처스에서 7이닝이지만,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바 있을 정도로 충분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캠프에서 버겁기는 하겠지만, 치열한 5선발 경쟁에 뛰어들 모양새이다. 과연, 정이황이 1군 무대에 얼굴을 내밀 수 있을지 이번 캠프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이충호는 이번 캠프에서 김범수를 제외하면 팀 내 유일한 좌완 불펜 자원이다. 물론, 김기중이 선발 경쟁에서 밀렸을 때, 불펜 투입이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이충호만 있다.

이충호는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좌완 투수이다. 생소한 이름이지만 어느덧 12년 차에 접어든 선수이다. 1군 데뷔는 2017년에 이루어졌지만 통산 55경기 출장, 42이닝 소화가 전부이다. 그럼에도 캠프 명단에 포함된 것은 좌완 불펜으로서의 가치 때문이다. 송윤준이 방출되면서 이충호의 가치는 더 높아진 상황이다.

이충호가 최원호 감독의 눈에 드는 경기력으로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한화이글스 불펜진에 다양함을 더해주면서 불펜 운영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신인 드래프트 1순위 황준서는 이번 캠프에서 내야수 황영묵과 신인 중 유이하게 시작부터 함께한다. 황준서는 일단 선발 자원으로 4, 5선발 경쟁을 펼치게 된다. 황준서의 프로 무대 적응은 곧 한화이글스 투수진에 큰 힘이요, 한화이글스 미래에 장밋빛 청사진이 될 것이다.

포수 장규현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박상언과 백업 경쟁을 펼친다. 베테랑 이재원의 가세로 큰 산 하나가 더 생겼지만, 어차피 극복해야 하는 경쟁자일 뿐이다. 가능성은 인정받았다. 이제 보여줄 일만 남은 장규현이다.

1순위 투수 황준서와 함께 유이하게 신인으로 캠프에 합류한 황영묵은 신인이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과 같은 느낌이다. 계속된 좌절 속에 끊임없는 도전으로 결국 프로 무대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이런 황영묵의 근성이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실력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황영묵은 유격수가 주 포지션이지만, 내야 전 포지션 커버가 가능한 수비력을 지녔다. 황영묵이 가진 또 다른 가치를 최원호 감독이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또 하나의 ‘파워 히터’가 돌아왔다. 바로 조한민이다. 조한민이 이번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유격수 출신인 조한민은 뛰어난 파워와 타격 능력으로 외야수로서 가능성을 타진 받았을 정도로 인정받았지만, 군 복무를 선택한 바 있다. 복귀 후, 스프링캠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조한민이 없는 동안, 외야수에는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 나타났고 내야에는 이도윤이 ‘갑툭튀’하고 후배 문현빈이 나타났다. 동기 노시환은 대폭발하면서 리그 탑 선수로 성장했다.

뛰어난 파워가 있다는 큰 장점이 있는 조한민은 조급할 것이다. 아직 선구안이나 타격 기술에서 어설픈 부분이 있지만, 가능성은 충분하기에 최원호 감독은 어떻게든 조한민의 활용도를 고민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한민은 이번 캠프에서 자신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마지막으로 이상혁이다. 이상혁은 내야수이다. 작은 체구지만 빠른 발을 가진 장점의 이상혁이 외야수로 분류되었다는 것은 내야에서 외야로 포지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아마도 중견수 자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진영, 최인호를 제외하고 기존의 외야수 자원들을 제치고 일단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되었다는 것은 최원호 감독이 이상혁의 가능성과 가치를 높게 보고 기량을 확인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혁에게는 하늘이 내린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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