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핵심 4인방 안정적 활약 필요, 불펜 유망주 성장 기대감

당연한 얘기지만 2024 시즌 한화이글스가 가을야구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불펜진들의 활약이 당연히 필요하다. 자료사진
당연한 얘기지만 2024 시즌 한화이글스가 가을야구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불펜진들의 활약이 당연히 필요하다. 자료사진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야구에서 ‘투수’가 차지하는 중요도가 높다는 이야기다.

타자가 강하면 이길 수 있지만, 투수가 강하면 지지는 않는다. 아이러니한 표현이지만 그만큼 투수력이 강한 팀은 패하지 않는 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혹자는 타력은 변수가 많지만, 투수력은 상수라는 표현도 과감하게 사용하곤 한다. 필자도 야구에서 투수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의외로 점수가 많이 나는 경기보다 투수전이 더 짜릿한 경우도 많다. 단순하게 점수가 안 나는 경기가 아니라 투수에 의해서 경기가 지배되는 그런 경기 말이다.

한화이글스는 역대로 리그를 지배한 수준의 준수한 투수가 꽤 있었다. 그 투수가 활약한 시절에 이글스는 강팀이었다.

1980년대 후반 이상군과 한희민이 있었고 1990년대를 관통하면서 한용덕과 송진우, 여기에 구대성과 정민철이 있었다. 2000년대 중반에 류현진이 나타나면서 이글스 투수진의 계보를 이었다.

하지만, 류현진 이후 제대로 된 투수가 발굴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화이글스는 하위권 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2023년에 와서야 문동주라는 선수가 성장했다. 과연 선배들과 같은 수준의 투수로 성장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아마도 2024시즌이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이글스는 페냐와 산체스. 두 외국인 투수와 재계약을 맺었다. 안정적인 피칭을 바라지만, 리그를 지배할 수준의 선수들은 아니었다. 지난 시즌보다 나은 활약을 보이길 기대해야 하는 수준이다.

문동주가 맡을 3선발을 제외하곤 선발 두 자리가 경쟁 중이다. 즉, 아직 2024시즌 선발 로테이션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안정적이기보다는 ‘변수’가 많은 게 현재 한화이글스의 선발진이다.

한화이글스는 지난 2018년 ‘불펜의 힘’으로 긴 암흑기를 깨며 가을야구에 진출한 바 있다. 물론, 불펜만으로 가을야구 진출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불펜의 힘’이 상당했던 것은 분명하다.

2024시즌에도 한화이글스는 아직 안정적이지 않은 선발보다는 불펜에선 힘을 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불펜에 안정적인 자원과 기대를 걸만한 유망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화이글스 불펜진이 제대로 운영이 된다면, 안정적이지 않은 선발진을 받쳐주면서 오히려 선발진이 안정을 찾는 계기를 마련해줄 가능성도 있다.

윤대경, 주현상, 김범수, 박상원으로 이어지는 핵심 4인방의 안정적인 활약 필요

필자가 보는 2024시즌 한화이글스의 핵심 불펜 자원은 네 명으로 압축된다. 윤대경과 주현상 그리고 김범수가 필승진에 배치가 될 것이고 박상원이 마무리를 맡을 것이다.

2020년 뒤늦게 빛을 보며 한화이글스 불펜진에 나타난 윤대경은 이듬해 선발 전환에 실패하면서 부침을 겪었고 2022년에는 부상과 부진을 겪으면서 25경기 출장에 그쳤다.

2023시즌에 다시 47경기 출장에 2.4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시켰다. 아쉬움이 있다면, 6월에 부상자 명단에 오르고 7월에 그 여파로 부진에 빠지면서 8월을 통째로 조정기를 거치기 위해서 1군에서 제외되었었다는 것이다. 물론, 9월에 돌아와 불펜에 힘을 보탰지만, 팀이 중위권 도약을 노릴 시점에 그의 활약은 없었다.

2024시즌에는 윤대경이 핵심 불펜으로서 확고한 활약을 펼쳐줘야 한다. 선발 경험이 있기에 멀티 이닝도 소화가 가능한 윤대경이다. 50경기 내외의 출장에 2점대의 평균자책점이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2023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주현상.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지 3년 만에 리그 탑 레벨의 불펜으로 성장했다. 직구 스피드는 어느덧 150km/h를 바라볼 정도로 향상이 되었다.

주현상은 55경기에 출장해, 59⅔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 1.96을 기록했다. WHIP는 0.84에 불과했고 피안타율도 0.172밖에 되지 않았다. 얼마나 좋은 활약을 펼쳤는지 알려주는 기록이다.

만약, 주현상이 2024시즌에도 2023시즌과 같은 활약을 펼쳐준다면, 한화이글스의 불펜진은 상당히 강해질 것이고 주현상은 리그 탑 레벨의 불펜 투수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필승진의 마지막 퍼즐은 좌완 파이어볼러 김범수다. 2024시즌 10년 차에 접어든 김범수는 매해 성장하는 투수이다. 데뷔 초창기에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했지만, 본격적으로 불펜으로 자리를 잡은 2020시즌 이후로 큰 성장은 아니지만, 매시즌 자신의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팀과 팬이 기대하는 기대치에는 아직 못 미치는 모습이다. 2022시즌 팀 최다 홀드(27개)를 기록하면서 스텝업을 이뤘지만, 2023시즌에는 초반 마무리 적응에 실패하면서 기복 있는 피칭을 이어갔다.

5-7월에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8월부터 다시 기복이 이어지면서 결국 평균자책점 4.19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18개의 홀드를 기록했지만, 블론세이브도 7개가 있었다. 필자가 그렇게 바라던 데뷔 이후 첫 시즌 3점대 평균자책점도 10월에 무너지고 말았다.

하지만, 김범수가 가지고 있는 재능은 탁월하다. 2023시즌 좌완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진 선수가 바로 김범수다. 만약, 김범수가 2024시즌에도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화이글스 불펜 중 가장 믿을만한 불펜 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피칭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가장 급선무는 제구를 잡는 것이다. 2023시즌 김범수는 62⅓이닝을 소화하면서 무려 33개의 볼넷과 3개의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9이닝당 볼넷이 5개에 가깝다는 것은 반드시 수정해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정우람의 후계자로 2023시즌 클로저 데뷔를 16개의 세이브로 마감한 박상원이다. 필자는 박상원의 클로저 데뷔를 ‘절반의 성공’이라고 칭하고 싶다. 정우람, 장시환, 강재민, 김범수가 차례로 실패한 마무리에 박상원이 극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필자가 ‘절반의 성공’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16개의 세이브는 성공적이었으나, 시즌 막판으로 가면서 체력적인 문제와 타이트한 상황에서의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10경기에서의 평균자책점이 무려 12.27에 달했고 세이브는 단 한 개에 그쳤다. 시즌 블론세이브는 6개였고 WHIP는 1.49였다. 볼넷도 61⅔이닝을 소화하면서 29개를 허용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65였는데, 박상원의 2년 차 시즌 평균자책점이 무려 69경기 출장에 2.10이었다.

박상원이 지난 시즌의 경험을 토대로 정우람의 대를 잇는 안정적인 클로저로 자리를 잡는다면, 한화이글스의 뒷문은 튼튼해질 것이다.

경험 있는 불펜 자원의 역할과 젊은 유망주 불펜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

대개 투수진의 엔트리는 13명에서 15명으로 구성이 된다. 다섯 명의 선발을 제외하면 순수 불펜은 8명에서 최대 10명 정도가 된다.

한화이글스는 앞서 언급한 네 명을 제외하면 네 명에서 최대 여섯 명 정도의 불펜이 더 필요하다. 후보군은 충분하다. 하지만, 과연 어떤 선수가 1군에 진입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경험이 있는 불펜 자원은 베테랑 장시환과 이적생 한승혁, 이민우 등이 후보군에 있고 젊은 불펜 자원으로는 지난 시즌 1순위 특급 신인으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김서현과 지난 시즌 23경기에 출장하며 2.7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김규연이 있다.

여기에 변수는 선발 자원이지만, 선발 경쟁에서 탈락하면 불펜으로 활용이 가능한 이태양과 장민재의 존재다. 특히, 이태양은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경쟁력이 있는 선수로 일단은 선발 자원으로 분류가 되고 있다.

아쉬운 점은 김범수를 제외하곤 좌완 불펜이 없다는 것이다. 정우람이 플레잉코치로 전환하면서 얼마나 많은 경기에 출장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좌완 불펜의 부재는 상당한 아쉬움으로 남는데, 선발 경쟁에서 밀린 김기중이 좌완 불펜으로의 전환이 가능한 정도이다.

필자는 경험 있는 자원 중에 장시환과 이민우를 주시하고 있다. 장시환은 불펜 경험이 풍부하다. 안정적인 피칭이 필요하지만, 때론 제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장시환의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아에서 트레이드로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이민우는 선발 기회도 있었지만, 불펜에서 1이닝 정도 전력으로 투구를 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된다. 지난 시즌 뒤늦게 1군에 올라와서 불펜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의미 있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2024시즌 한화이글스 불펜의 키플레이어는 2023시즌 슈퍼루키 김서현이 될 전망이다. 김서현이 기대만큼 불펜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한다면, 의외로 한화이글스의 불펜진은 탄탄해질 것이다. 지난 시즌 문동주에 이은 김서현의 성장을 기대해본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한화이글스의 불펜진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핵심 불펜 자원도 있고 마무리도 있다. 여기에 경험 있는 자원과 가능성 있는 젊은 자원도 있다. 이들의 활용도는 최원호 감독에게 달려있다. 과연 전지훈련을 통해 한화이글스 불펜진이 어떻게 구성될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한화이글스 ‘불펜의 힘’. 과연, 독수리의 가을야구 지름길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