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정례 기자회견 출석체크, 위험한 발상

세종시의회 의정브리핑이 열리는 회의실 앞에 비치된 언론인 출석 서명부. 한지혜 기자.
세종시의회 의정브리핑이 열리는 회의실 앞에 비치된 언론인 출석 서명부. 한지혜 기자.

세종시의회 1층 언론브리핑 장소 앞에 기자들이 일렬로 서있다. 출석부에 차례대로 이름과 소속을 적고, 서명까지 한다. 기자회견장 출석체크라니, 생경한 풍경이다.

세종시의회는 지난 3대 의회 당시 광역의회 최초로 정례브리핑제를 도입했다. 회기를 앞두고 심의 안건, 발의 조례안에 대해 사전 설명하는 자리로 언론,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브리핑 내용은 모두 영상으로 온라인 생중계된다. 

의정브리핑은 시민들에겐 ‘알권리 충족’ 통로이자, 의원들에게는 ‘의정활동 홍보’ 기회로 활용된다.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입법기관이기도 한 지방의원 입장에선 공식 석상에서 언론의 질문에 답하고, 자신의 입장을 유권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시간이다.    

한 가지 의아한 점을 꼽자면,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언론인 출석 서명부. 

기관이 주최하는 정기 브리핑 참석 유무에 대한 판단은 언론사와 취재 기자의 자율이다. 투명한 정보공개,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취재 여건이 보장된 환경에서 기자회견 참여 횟수로 매체를 판단하겠다는 사고는 언론 자유 시대에 역행하는 ‘위험한 발상’으로 인식될 소지가 있다. 

기자는 당연히 현장에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것이 출입처가 마련한 형식적 자리일 필요는 없기 때문. 

도입 의도는 충분히 유추 가능하다. 취재 기자들의 참석 여부를 공식 기록으로 남겨 매체 판단 기준 지표로 삼기 위함이다. 사실상 방식 측면에서 보면, 이는 취재 결과인 ‘기사’로 판단해야 하는 공보행정 본질에서 벗어나는 취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입기자는 “출입처에서 출석을 체크한다는 건 당연히 광고비 산정에 반영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며 “불쾌한 마음도 들지만, 어쩔 수 없이 서명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의회 의정브리핑 온라인 생중계 화면 갈무리.
세종시의회 의정브리핑 온라인 생중계 화면 갈무리.

홍보 부서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신규 출입 매체는 끊임없이 늘고 있고, 단순 광고 수주를 목적으로 기자회견장에만 이따금 얼굴을 내밀거나 보도자료만 ‘복붙’(복사+붙여넣기)하는 언론사도 부지기수다. 광고 문제로 협박에 멱살잡이 직전까지 가는 일도 여전하다. 

“언론이 난립하면서 기관도 매체 판단 기준에 있어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할 상황이 자주 생긴다. 수치화 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했지만, 마땅치 않아 도입하게 됐다”는 게 담당 부서 입장이다.  

실제 이달 기준 세종시의회에 등록된 출입기자는 272명, 매체수는 203개다. 세종시청 등록 기자는 2배 수준인 454명. 불과 몇 년 전 2, 3개에 불과했던 지역 기자단은 단기간에 무려 7개로 늘어났다. 카르텔이 카르텔을 낳는 기이한 광경이다.   

난립은 물론 문제지만, 자정 방식 역시 시대에 맞아야 한다. 언론 취재 활동은 공평하게 보장하되, 부작용을 없애겠다고 보도 환경까지 옥죄는 일이 일어나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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