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멀티 가능한 주전 따라 백업 결정, 타격 능력 우선 가능성

한화이글스 2024 시즌은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들 중 누가 경기에 출전하는지 여부도 관심을 두고 봐야 한다.
한화이글스 2024 시즌은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들 중 누가 경기에 출전하는지 여부도 관심을 두고 봐야 한다.

멀티(Multi)는 ‘복수의’, ‘다중의’ 의미를 갖는 접두어로, 영어의 접두어인 ‘multi-’에서 유래되었다. 주로 스포츠에서는 ‘멀티플레이어’를 두 개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를 일컫는 용어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멀티플레이어’의 속뜻은 또 다른 이중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능력이 출중해서 여러 포지션을 가뿐하게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또 하나는 이것도 저것도 안 되기 때문에 여기저기 소위 ‘땜빵’의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가 있다.

효율적이고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기 위한 최근의 스포츠계에서는 ‘멀티플레이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추세이다. 그만큼 ‘땜빵’의 의미보다는 여러 포지션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로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감독이 팀 구성상 ‘멀티플레이어’를 중용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각 팀에는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재능있는 선수들이 존재한다.

농구에서는 포지션 파괴 현상이 일어난 지 이미 오래전 일이고, 최근에는 배구에서도 ‘멀티 포지션’을 활용하는 감독이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거의 활용하지 않았던 센터와 공격수(아포짓, 아웃사이드 히터)를 오가는 선수도 생겨난 요즘이다.

축구에서는 전술에 따라서 좌, 우를 오가며 활약하는 선수가 부지기수다. 대한민국 대표팀만 봐도 같은 공격수라 할 수 있지만, 윙과 최전방을 오가는 손흥민도 있고 좌, 우 풀백을 볼 수 있는 선수들은 꽤 있다. 일부러 이런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뽑아 다양한 전술과 전략을 짜는 감독이 늘어나고 있다.

야구에서도 이제 ‘멀티’는 대세가 되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수비하지 않는 지명타자를 활용한 멀티 포지션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내, 외야를 오가는 ‘멀티플레이어’들이 상당히 늘어났다. 그만큼 활용도와 쓰임새가 크다는 얘기다.

특히, 유능한 선수들의 포지션이 겹치거나 특정 포지션이 약할 때, 조금 더 경기력이 좋은 선수를 투입하기 위해서 ‘멀티플레이어’들이 활용된다.

한화이글스는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멀티플레이어’들이 많이 활용됐다. 이는 앞서 언급한 약한 포지션에 조금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선수를 투입하기 위한 고육지책에 가까웠다. 특히 공격력이 약한 팀 사정상 공격력이 좋은 선수의 투입을 위해서 말이다.

한화이글스는 대도약의 2024시즌을 맞아 ‘멀티플레이어’가 가능한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팀 전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가 많고 약한 포지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원호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해야 하는 2024시즌이다.

멀티 가능한 주전들의 포지션 상황에 따라 백업 결정, 타격 능력 우선시 될 것

한화이글스의 2024시즌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 될 수도, 화려한 총천연색 빛깔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멀티 포지션의 활용도가 높은 선수들을 어떻게 기용하느냐에 따라서 포지션 이동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에 따른 백업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전략이 제대로 들어맞는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상당히 전력 자체가 어긋나면서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야와 외야는 말 그대로 ‘멀티 천국’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내야와 외야의 내부 경쟁도 있지만, 내, 외야를 오가는 선수들이 있기에 전체적인 활용도가 상당히 복잡하고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내야의 주전은 채은성, 안치홍, 하주석, 노시환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채은성은 1루 뿐 아니라 우익수와 지명타자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안치홍도 원래 포지션인 2루 뿐 아니라 1루와 지명타자로 출장했던 자원이다.

노시환은 붙박이 3루수로 기용이 되겠지만, 때론 1루도 볼 수 있는 자원이다. 여기에 하주석이 유격수 주전으로 나온다면, 지난 시즌 유격수 주전이었던 이도윤은 1루를 제외한 내야 전포지션을 커버할 수 있는 선수이다. 바로 팀을 떠난 오선진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선수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안치홍에게 2루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기존의 정은원, 그리고 훌륭한 데뷔 시즌을 치러낸 문현빈이 도전하는 2루는 최고의 격전이다. 지난 시즌에는 정은원이 부진 속에서도 고졸 신인 문현빈을 이겨냈으나 후반기에는 문현빈에게 2루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골든글러버 정은원을 상대로 2루 도전에 나섰던 문현빈은 외야로 강제 외유(?)를 떠났다가 후반기에 2루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 덕에 문현빈은 중요한 외야 경험을 했고 시즌 후 대표팀에서도 외야수로 출장하며 값진 경험을 더했다.

내야는 채은성과 안치홍의 출장과 포지션에 따라 대대적인 이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비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면 가장 중요한 잣대는 공격력이 될 것이다.

한화이글스 내야진에서 공격의 파괴력은 노시환 다음이 바로 김태연이다. 그렇기에 김태연을 외야수로까지 출장시키면서 기회를 줬던 한화이글스다. 김태연은 우익수와 2루수, 3루수, 1루수까지 커버를 했던 경험으로 경쟁력이 있다. 이제는 멀티에 특화된 선수라고 할 수 있겠다.

김태연의 공격력에 의해 내, 외야의 주전 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본다.

외야는 2024시즌 반드시 주전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 누누이 밝히지만, 지난 시즌 막판 가능성을 보였던 이진영과 최인호가 조금 앞서 있을 뿐이다. 여기에 젊은 유망주 외국인 선수인 페라자의 합류로 외야의 남은 자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외야 역시 채은성이 외야로 나왔을 때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여기에 내야에서 밀린 김태연과 정은원 그리고 문현빈이 안정적인 공격력으로 외야수로 출장이 잦아진다면 그야말로 외야수 주전 뿐 아니라 출장 자체의 경쟁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베테랑 김강민의 영입은 젊은 외야수들에게 큰 자극이 되고 있다. 김강민은 당장 은퇴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베테랑이지만 ‘짐승’이라는 일컬어지는 본능적 수비력과 타격에서 베테랑의 집중력이 가미되면서 경쟁력이 뛰어난 외야수로 평가받았기에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기존의 장진혁, 유로결, 이원석에 군에서 돌아온 유망주 임종찬까지 외야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다. 외야 후보군에 있었던 노수광, 장운호, 유상빈 등이 유니폼을 벗었는데도 경쟁률은 오히려 높아진 상황이니 그 승자가 궁금해진다.

붙박이가 될 페라자가 외야의 어느 포지션에 위치할지, 내, 외야를 오가는 채은성의 외야 출장 여부에 따라 외야수들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포수는 최재훈이 독보적이다. 지난 시즌 최재훈의 이은 두 번째 포수는 박상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포수 백업이 치열한 경쟁 체제로 돌입할 전망이다. 박상언의 성장이 기대만큼 가파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마침 후보군이 등장했다. SSG에서 잔뼈가 굵은 이재원이 영입되었고 신예 장규현이 상무에서 제대했다. 여기에 기존의 허관회도 노심초사 1군 무대를 노리고 있다.

장규현의 성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느냐에 따라서 최재훈의 뒤를 이을 포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후반기에는 한화이글스가 애지중지 성장시켜야 하는 허인서가 상무에서 돌아온다.

박상언은 백업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이재원은 마지막 불꽃을 태워야 한다. 장규현은 자신이 성장했음을 보여줘야 한다. 복귀할 허인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가치를 확인시켜줘야 한다.

최재훈의 후계 구도는 올 시즌을 기점으로 2-3년 내 치열한 경쟁력이 벌어질 것이다. 그동안 베테랑 이재원의 존재감은 팀 내에서 커질 것이다. 이재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고 이재원을 영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한화이글스는 활용할 자원은 많아졌다. 하지만, 확실한 카드가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최원호 감독의 다양한 전략에 의해 선수들을 활용해서 전력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내야든 외야든 분명한 것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갑툭튀’가 나와줘야 하고 기존의 주전들은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펼쳐줘야 한다. 그래야 한화이글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경기력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2024시즌 한화이글스 야수진의 화두는 ‘멀티와 백업’ 그리고 ‘최원호의 선택과 집중’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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