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의 100대산 도전기] 눈밭 산행 준비는 필수

서대산 등산로에 설치된 안내도와 현수막. 
서대산 등산로에 설치된 안내도와 현수막. 
3구간으로 서대산 등반을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눈밭이었다.
3구간으로 서대산 등반을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눈밭이었다.
곳곳에서 고드름이 바위에 매달려 있다.
곳곳에서 고드름이 바위에 매달려 있다.
서대산은 눈밭이었다.
서대산은 눈밭이었다.
등산로 초입부터 등선까지 약 1시간 이상 올라야 한다. 이정표를 봤을 때 기쁨은 잊을 수 없다.
등산로 초입부터 등선까지 약 1시간 이상 올라야 한다. 이정표를 봤을 때 기쁨은 잊을 수 없다.

소용돌이(필명)의 2024년 첫 산행은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서대산이었다. 금산군 추부면 서대리에 있어 서대산(西臺山)으로 이름지어졌다. 최고봉의 높이는 904m로 충남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소용돌이가 서대산을 찾은 이유는 새해들어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해 비교적 힘든 산이라고 생각해 택했다. 30년전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올랐던 서대산을 다시한번 오르기로 마음 먹고 지난 13일 오전 채비를 마치고 서대산으로 이동했다.

차량을 이용해 서대산 초입에 들어설 무렵 후회가 밀려왔다. 소용돌이가 선택한 등산코스가 서대산의 북쪽인 까닭에 지난해부터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던 것이다. 

소용돌이가 택한 등산코스는 3구간이었다. 등산로 초입에 있는 등산로 안내도에 따르면 서대산 등산코스는 총 9개 구간이다. 1구간부터 5구간까지는 북서쪽이며 6구간과 7구간은 남서쪽, 8구간과 9구간은 동남쪽이다. 소용돌이는 차량 주차로 인해 3구간으로 올라 2구간으로 하산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3구간은 서대산 정상까지 1.9Km이며, 2구간은 2.4Km였다. 등산과 하산까지 대략 4.3Km로 예상했다.

장군봉은 바위로 된 봉우리다. 눈이 쌓여 있어 오를 수 없었다.
장군봉은 바위로 된 봉우리다. 눈이 쌓여 있어 오를 수 없었다.
장군봉 주변으로 내려가는 길은 눈이 많이 쌓여 있어 옷을 입은 채 미끄럼을 타고 내려한 흔적이 있었다.
장군봉 주변으로 내려가는 길은 눈이 많이 쌓여 있어 옷을 입은 채 미끄럼을 타고 내려한 흔적이 있었다.
내리막에서 오르막으로 다시 올라가야 정상에 갈 수 있다.
내리막에서 오르막으로 다시 올라가야 정상에 갈 수 있다.
정상에서 바라본 북쪽 대전방향.
정상에서 바라본 북쪽 대전방향.
정상에서 바라본 동쪽 방향.
정상에서 바라본 동쪽 방향.

등산로 초입에는 많은 눈이 쌓여있지는 않았지만,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니 장난이 아니었다. 오전 11시가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햇빛은 찾아볼 수 없었고 새하얀 눈밭에 경사마저 심했다. 등산로도 눈으로 덮였는지 온데간데 없었다. 때문에 능선에 오를때까지 거의 1시간 가량을 기어서 오를 정도였다. 중간중간에 까마귀의 '까악까악'하는 소리까지 들리면서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등산용 스틱마저 챙기지 않았다면 도저히 산에 오를 수 없는 환경이었다.

등산 안내도에 3구간이 왜 '위험 구간'으로 표시돼 있었는지 뒤늦게 알았다. 소용돌이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30여년전 산에 올라 토끼를 잡을 때 겪었던 모습이 생각날 정도였다. 급경사에 미끄러지는 것을 등산용 스틱과 나무를 잡고 겨우겨우 발걸음을 옮겼다. 군데군데 야생동물의 발자국도 보였다. 그렇게 1시간 이상을 고생고생해서 올라 겨우 산능선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능선에서 서대산 정상까지 가는 도중 장군봉 등 커다란 바위가 가로막고 있었다. 바위를 뚫고 가기 위해서는 틈새를 비집고 가야 하는데 그곳에도 어김없이 눈이 쌓여 있었던 것이다. 바위 틈새를 가는 것도 어려운데 눈까지 쌓여 있어 어려움은 가중됐다. 긴장감속에 한발짝씩 발걸음을 옮기니 이번에는 내리막과 오르막이 번갈아 나왔다. 먼저 지나간 등산객들도 아이젠을 챙겨오지 않은 듯 눈바닥에 앉아 미끄럼을 타면서 이동한 흔적이 있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서대산 정상에 오르니 서대산 강우레이더 관측소 홍보관이 나왔다. 서대산 정상에는 정상석은 없고 돌탑으로 정상이라는 표시만 있었다. 그 옆에는 금산군에서 설치한 정상표지판이 설치돼 있었다.

정상에서 바라본 남쪽 금산 방향.
정상에서 바라본 남쪽 금산 방향.
정상석은 별도로 없고 돌탑안에 산악회에서 설치한 표석만 있었다.
정상석은 별도로 없고 돌탑안에 산악회에서 설치한 표석만 있었다.
금산군에서 설치한 정상 표시.
금산군에서 설치한 정상 표시.
서대산 강우레이더 관측소 홍보관.
서대산 강우레이더 관측소 홍보관.
등산로를 따나 토끼 발자국을 볼 수 있었다.
등산로를 따나 토끼 발자국을 볼 수 있었다.

블랙야크 앱을 통해 인증을 시도했지만, '명산100' 뿐 아니라 '명산100+'에도 서대산은 찾아볼 수 없었다. 충남에서 가장 높은 산임에도 어찌된 일인지 100대명산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서대산 정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소용돌이는 이번에는 하산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3구간을 통해 정상에 오른 뒤 2구간으로 하산하기 위해서는 왔던 길을 일정부분 되돌아 가야한다. 때문에 긴장감을 풀지 않고 장군봉 협곡을 지나 2구간쪽으로 이동했다. 능선을 따라 2구간쪽으로 가다보면 사자바위를 기점으로 하산하게 되는데 또 다시 고행의 시작이었다. 북쪽이다보니 눈이 그대로 쌓여있었던 것. 등산할 때처럼 하산때도 마찬가지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로프가 설치돼 있었다는 것이다. 하산 시작과 함께 설치된 로프는 절반 가량 하산할 때까지도 군데군데 설치돼 있었다. 만약 눈 덮인 등산로에 로프가 없었다면 등산 자체가 무리였다. 소용돌이처럼 아이젠까지 없으면 특히 그랬다. 로프를 통해 하산하면서 오래전 군 복무 시절이 떠올랐다. 유격훈련장에서 산악장애물을 만났을 때 로프를 타고 하강했는데 그 시절의 모습이 생각났다. 한참을 내려오니 '전망좋은 곳'인 구름다리가 설치돼 있었다. 그 주변에는 기암절벽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목이 마를때면 바위에 달려있는 고드름을 따서 먹었다.

헬기장에도 눈밭이었다.
헬기장에도 눈밭이었다.
사자바위.
사자바위.
2구간으로 내려오는 길은 로프가 설치돼 있었다.
2구간으로 내려오는 길은 로프가 설치돼 있었다.
로프없이는 내려오기 어려울 정도였다.
로프없이는 내려오기 어려울 정도였다.
중간에는 전망좋은 곳이라고 해서 구름다리가 설치돼 있었다.
중간에는 전망좋은 곳이라고 해서 구름다리가 설치돼 있었다.

사자바위를 시작으로 마당바위와 용바위가 잇따라 소용돌이를 맞이했다. 하산 도중 50대인 듯한 부부를 만났는데 다행히 이들 부부는 아이젠을 챙겨왔다고 한다. 그래도 혹시 몰라 이들에게 산행의 특징을 설명한 뒤 하산을 마쳤다.

어려움 끝에 서대산 강우레이더 관리동으로 내려오니 긴장이 풀려서인지 허리와 무릎이 아팠다. 그제서야 목이 말라 준비한 간식을 허겁지겁 흡입했다. 이날 오전 10시 17분 시작해 낮 1시 27분까지 총 3시간 9분이 걸렸다. 거리로는 6.19km였다. 중간에 길을 잃어서인지 거리가 많이 늘었다. 

겨울 산행에는 아이젠이 필수품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다만, 충남에서 가장 높은 산임에도 등산로 정비가 안된 점은 못내 아쉬웠다.

신선바위.
신선바위.
마당바위.
마당바위.
서대산전적비.
서대산전적비.
용바위.
용바위.
하산을 마치면 서대산강우레이더 관측소가 나온다. 정상에 있는 홍보관까지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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