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중구청장 재선거 비용, 정당과 후보자 책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의 귀책으로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 무공천 방침을 밝힌 가운데 선거비용도 책임지는 모습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책임있는 정당의 모습이다. 지상현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의 귀책으로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 무공천 방침을 밝힌 가운데 선거비용도 책임지는 모습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책임있는 정당의 모습이다. 지상현 기자

[디트뉴스24 지상현 기자]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비대위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의힘의 귀책, 형사처벌이나 선거법 위반으로 재보궐이 이뤄진 경우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한 위원장의 발언은 국민의힘 소속 선출직들이 형사처벌 또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선출직이 박탈되거나 당선이 무효될 경우 국민의힘이 책임지겠다는 것으로 책임정치와 당 혁신 차원에서 긍정적인 발언으로 읽혀진다. 

물론 재보궐 선거를 준비하고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정치인 입장에서는 너무 가혹한 발언일 수 있지만, 우리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보편적인 정서에는 부합하는 방침이다. 당헌당규에 명시돼 있음에도 잘 지켜지지 않았던, 그래서 오래전부터 그렇게 했어야 했던 것을, 지금이라도 이렇게 하겠다니 정치권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다만,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을 주지해주고 싶다.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 후보자를 내지 않는 무공천 뿐 아니라 선거비용까지 모두 책임져야 한다. 오는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대전 중구청장 재선거를 예로 들어보자.

중구청장 재선거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김광신 중구청장의 당선무효로 치러진다. 김 전 청장은 선관위에 후보자 재산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세종시 소재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금과 중도금 등 2억원을 지급하고 지인에게 7000만원 가량을 빌렸음에도 고의로 재산신고를 누락한 혐의로 기소됐고,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원 형을 확정함에 따라 당선이 무효됐다.

이에 따라 4월 10일 재선거가 진행되는 데 문제는 선거비용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중구청장 재선거 비용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하도록 명시돼 있다. 선관위는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선거의 관리준비와 실시에 필요한 선거비용은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15일까지 해당 지자체가 부담해 선관위에 납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공직선거법 제277조를 근거로 중구청에 비용을 요구했다.

선관위가 중구청에 납부를 요구한 금액이 무려 8억 4466만 1000원이다. 사전투표나 투개표, 당선증 제작, 투표용지 인쇄비, 점자형 선거공보 작성 등 공통경비와 고유경비를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만약 총선과 함께 재선거가 치러지지 않았다면 이 금액보다 2배가 더 들어간다. 중구청장 재선거를 예상하지 못했던 중구는 예비비로 선관위에 8억 여원을 납부했다.

이 금액 뿐이 아니다. 선거가 끝난 뒤 후보자의 득표율에 따라 보전되는 금액도 중구청이 부담해야 한다. 선거법에 따라 득표율 10% 이상 15% 미만은 절반, 15% 이상은 선거비용 전액이 후보자에게 보전된다. 중구청장 재선거의 경우 2명 이상이 출마한다고 가정했을 때 대략 3억원 이상이 후보자들에게 보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중구청장 재선거로 인해 중구청이 선관위에 지급해야 할 혈세만 최소한 11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이 세금으로 납부한 돈이 주민 복지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재선거에 사용되는 셈이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공천한 중구청장 후보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당선무효됐다는 점에서 공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당선무효에 대한 책임은 후보자 본인에게도 있기 때문에 정당과 후보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식이든 막대한 비용에 대한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렇게 해야 정당은 보다 신중하고 철저하게 후보자를 공천하며, 후보자는 선거법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적법하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재선거 비용을 고스란히 유권자들인 주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책임있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한 위원장 스스로 국민의힘 귀책으로 인한 무공천을 천명했기 때문에 선거비용도 응당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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