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여덟번째 이야기] 총선 바람 타고 온 ‘제3지대론’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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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 총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찾아왔다. 이준석과 이낙연으로 대표하는 신당 창당 추진이 그 중심에 있다. 

여야 전직 대표가 펴든 텐트가 ‘빅텐트’일 지, ‘스몰 텐트’일 진 두고 볼 일이다. 그간 제3지대가 온전히 성공한 경우가 드물다 보니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소리를 듣는 건  어쩔 수 없을 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가칭)가 지난 16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했다. 이 전 대표는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미래로 간다”고 말했다. ‘미래’라는 말에 ‘새롭다’라는 의미가 들어 있는데, 뭘 얼마나 더 새롭게 한다는 걸까. 

새로운미래는 오는 2월 초 ‘원칙과 상식’이 주도하는 미래대연합(가칭)과 공동 창당을 목표하고 있다.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등 민주당 탈당 인사들이다. 기성 정치인이 모여 얼마나 ‘새로운 미래’를 보여줄진 모르겠다. 다만, 과거 뺑소니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사람을 대변인에 앉힌 걸 보면 기대에 앞서 김부터 샌다.

나이도 그렇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일흔이 넘었고, ‘원칙과 상식’ 3인방도 환갑 전후라는 점에서 참신성은 훅 떨어질 수밖에. ‘젊음의 아이콘’이라 불렸던 이준석 전 대표도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으니. 

이들이 제3지대에서 빅텐트를 치려면 ‘야권신당 통합’이 1차 과제일 것이다. 그 어려운 걸 해낸다면, 제3지대 돌풍을 일으킬 불쏘시개는 될 만하다. 

한국 정치의 제3지대 정당은 고유한 정체성을 지니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했다. 개인 중심이나 지역주의에 의존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JP와 자민련이 그랬고, 정주영과 안철수가 그랬듯. 중간지대를 표방한 정치인들이 몇 번의 선거에서 보인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진보당과 정의당도 중간지대로 영역을 넓히려고 했지만, 한 발짝 떼기도 버거운 모습이다. 

국민들은 현실 정치에 혐오와 불만이 넘친다. 그에 비례해 중도층이 많다. 윤석열과 이재명 ‘비토(veto)’가 절반이 훨씬 넘기 때문이리라. 반대로 그걸 결집할 세력화도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제3지대 신당이 통합이나 다당제를 매개로 결집할 수 있으면 몰라도.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할 만한 프레임을 짜야 하는데, 시간도, 환경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거대 여야가 있는데 ‘새롭게’만 외친들 단박에 마음 줄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 선거제도 마찬가지다. 중대선거구가 아닌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면, 제3지대가 동력을 얻기란 더 어려워진다. 국민들은 이미 힘 있는 여당 또는 야당 후보를 뽑아야 사표가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 투표장에서 선뜻 3당을 찍긴 어려울 성싶다. 아무리 국민의힘이 밉고, 민주당이 미워도. 

이준석이든, 이낙연이든, 금태섭이든, 양향자든, 제3지대로 나온 그들의 명운은 결국 국민들 손에 달렸다. 국민의 지지를 못 받으면 빅텐트는커녕 작은 천막도 칠 수 없다. 돗자리만 폈다 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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