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책을 읽다가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의 명언을 접하면서 명치를 찔린 듯했다. 그의 명언을 인용해 보면, ‘자기 나이에 맞는 정신을 갖지 못한 사람은 그 나이에 맞는 온갖 불행을 겪는다.’이다. 내가 이 말에 꽃힌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요즘 내가 자주 쓰는 말이 있다. “오래 살 것 같아요. 욕을 많이 먹어서요.” 상담현장에서도 돌팔매를 맞는 경우가 있다. 돌팔매를 맞는 경우는 두 가지다. 첫째는 상담료를 지불하는 보호자 입장에서는 상담이 길어지는 것이 불편해서 상담자에게 세뇌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상담선생님 탓을 하거나 (부부상담일 경우) 한쪽 편을 든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에서도 충분히 많은 부분들을 깨달을 수 있다, 그러나 깨닫고 싶은 사람에게만 기회가 오는 법이다. 또한 상담은 기본이 신뢰다. 신뢰가 깨지면 어느 쪽이든 ‘stop'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신뢰가 깨진 것이 아니라 투정부리는 것이라면 긍정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상담현장에서 긍정적인 요소들을 많이 찾지 때문에 돌팔매가 오더라도 안타까운 마음과 나의 내면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는다.

우리는 누군가의 자녀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부모이기도 하다. 자녀와 부모 양쪽 모두 충족되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자녀임은 틀림없다. 중년여성으로써의 삶을 생각하면 나는 누군가의 자녀이고,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있다. 이 지점에서 자신이 살아온 삶만이 ‘옳다’라고 고집한다면 중년 이후의 삶은 독단과 독선으로 외로움에 사로잡힐 수 있다. 세상은 자기의 생각만큼 되지 않으며,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을 때는 자신이 맞이하는 세상과 사람이 다소 숨이 찰 정도로 버겁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가운데 자신만의 삶의 철학을 형성하며 당당하고 꿋꿋하게 살아간다. 아무리 성실하고 매 순간 열심히 산다고 하더라도 후회할 때도 있고, 그런 삶이 환경과 사회적인 흐름에 부합되지 않을 때에는 상당히 지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이유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 흔들릴 때도 있다. 어쩌면 그 신념 또한 깨지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면 깨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한 번도 어른이 되어 본 적이 없다. 다만, 어른인 줄 알고 어른인 척을 하며 사느라고 엄청 애썼다. 예의를 지키고, 불의를 당해도 앞에서 말하지 못하고 마치 착한 아이처럼 참으면서 주어진 일을 묵묵히 수행해 가는 것이 ‘나이 값’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자녀가 되는 것과 누군가의 부모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르며 그에 따르는 책임과 역할 수행에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누군가의 부모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자녀로서 삶을 살아가게 된다면 이것은 이기적인 유전자의 표본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볼테르의 명언에 비추어 볼 때, ‘자기 나이에 맞는 정신을 갖지 못한 사람은 그 나이에 맞는 온갖 불행을 겪는다.’ 여기에서 온갖 불행은 본인 자신일까, 아니면 그의 배우자나 자녀, 가족일까? 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결론은 둘 다 불행을 겪게 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내적 성장을 위해서 배움을 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자녀가 되는 것은 부모로부터 충분한 양육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고, 누군가의 부모가 되는 것은 자신이 충분하게 받은 양육을 자녀에게 그 만큼이든, 그 이상이든 또는 적어도 어느 정도는 전수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세대전수’라고 표현한다. 부모로부터 충분한 양육을 받지 않았더라도 그 결핍으로 더 충분한 양육을 자녀에게 줄 수도 있다. 그래서 결핍이 다 나쁘지만은 않다. 또한 부모가 재산이 많다고 해서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삶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정신을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때론 재산이 많은 부모로부터의 자녀는 정신을 전혀 물려받지 못해서 어린아이로 멈춰있는 경우가 있다. 이 어린아이가 어느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있다면 그 자녀와 배우자의 삶은 어떠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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