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희망찬 준비와 출발, 우여곡절의 시즌 초반, 최원호 감독과 안정

한화이글스에게 2023 시즌 다사다난했다. 희망을 품고 시즌을 시작했지만, 성적 저하에 따른 감독 교체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더니 새로 선임된 감독이 2024 시즌은 기대감을 갖게하기도 했다. 한화이글스 제공
한화이글스에게 2023 시즌 다사다난했다. 희망을 품고 시즌을 시작했지만, 성적 저하에 따른 감독 교체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더니 새로 선임된 감독이 2024 시즌은 기대감을 갖게하기도 했다. 한화이글스 제공

2023년의 마지막 글을 준비하면서 어떤 주제를 선정할지 고민의 시간이 길었다.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2023시즌을 결산하는 글도 있었고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과 예상된 글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2023년의 마지막은 무엇인가를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이 다가오기 마련이다. 이번 글에서는 한화이글스의 ‘아쉬움의 탄식’과 ‘희망의 함성’이 있었던 2023년을 다시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최하위 탈출과 가을야구를 향한 희망찬 준비로 출발한 2023시즌

2023년은 구단 첫 외국인 사령탑인 수베로 감독의 3년 차 시즌이었다. 외국인 감독임에도 2년 연속 최하위의 굴욕을 맛봤지만, 구단은 수베로 감독과 세 번째 시즌을 함께하면서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전력의 반이라고 하는 외국인 선수를 과감하게 영입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일본 리그를 경험한 투수 버치 스미스와 외야수 브라이언 오그레디를 선택하면서 1선발과 더불어 중심 타선의 힘을 키우는데 포커스를 맞췄다.

2022시즌 대체 외국인 투수로 준수한 활약을 펼친 펠릭스 페냐와는 재계약을 선택하면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스미스는 동계 훈련과 시범 경기를 통해 1선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가늠케 하는 활약을 펼쳤다. 부상 리스크가 있었던 선수였기에 구단에서는 더욱 치밀하게 스미스를 관찰하고 있었던 상태였다.

한방 있는 외국인 타자 오그레디는 평균적인 활약과 정확도는 부족했지만, 한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여기에 한화이글스는 외부 FA 채은성과 이태양 그리고 오선진을 영입하면서 전력 보강에 나섰다. 더 이상 젊은 선수들의 성장만을 기다리기에는 명분이 없었다.

오그레디와 채은성은 부족한 팀 타선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했고 다시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이태양은 전천후 역할로 투수진 전력 상승에 보탬이 될 것으로 판단됐다.

이태양과 다시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오선진은 전천후 내야 멀티 자원으로 젊은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주고 특히, 하주석이 이탈한 유격수 자리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였다.

토종 에이스 김민우가 건재하고 문동주의 성장이 예상된 선발에도 남지민, 김기중 등의 젊은 투수들의 합세로 선발진의 경쟁력도 좋아졌다.

하주석의 이탈이 아쉬웠지만, 정은원, 노시환 그리고 김인환의 스텝업은 한화이글스의 미래이자 전력의 핵심이었다.

이런 좋은 분위기와 전력 보강으로 한화이글스는 시범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뽐냈고 2023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모든 것이 바닥을 친 2023시즌 초반 그리고 수베로 감독의 경질

시범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던 한화이글스는 시즌 시작과 함께 추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1선발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였던 스미스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페냐도 컨디션이 바닥을 치면서 기대했던 평균치도 해주지 못했다.

여기에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해줬던 김민우도 경기력이 바닥을 치면서 기복이 심한 널뛰기 피칭을 이어갔고 이내 부상으로 선발진에서 이탈했다.

선발진 뿐 아니라, 시즌 초반 불펜진도 좋지 못했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후반에 마무리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역전패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정우람을 시작으로 장시환, 김범수, 강재민 등이 마무리 나섰지만 승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이렇듯 투수진에서 경쟁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시즌 초반이었다.

외부 FA 채은성의 고군분투와 노시환의 스텝업은 상대 팀을 두렵게 만들었지만, 외국인 타자 오그레디의 방망이는 식을대로 식어 있었고 정은원을 비롯한 젊은 타자들의 방망이는 헛돌기 일쑤였다.

믿었던 선발 투수들이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서 불펜에 부하가 걸리기 시작했고 가뜩이나 약한 타선에서 ‘상수’가 되어야 할 선수들의 부진은 팀 타격에 치명타가 되었다. 점수를 낼 수 없었다.

팀은 패배가 쌓이기 시작했고 이내 최하위로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3년 연속 최하위의 기록했던 악몽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수베로 감독은 꿋꿋하게 팀을 운영했다. 미래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젊은 선수들의 경험 쌓기는 계속되었지만, 승리는 거두지 못했고 팬들은 지치기 시작했다.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많은 젊은 유망주들이 발굴됐고 기회가 주어졌지만, 눈에 띄게 성장해서 기회를 잡은 선수는 없었다. 특히, 외야는 계속된 오디션과 후보 자원만 있었을 뿐 그 누구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한화이글스는 구단 첫 외국인 수장이었던 수베로 감독과의 이별을 결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4월의 부진을 씻고 5월에 상승세를 타는 시점에 수베로 감독과의 이별이 확정됐다.

최원호 감독의 선임으로 안정을 찾으며 기대감을 갖게 한 2023시즌

수베로 감독에 이어 이글스의 감독으로 선임된 인물은 퓨처스 감독이었던 최원호였다. 팀 내 사정을 잘 알고 젊은 유망주들의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수베로 감독과 소통했던 최원호 감독이 적임자라는 판단이었다.

5월의 상승세를 이끈 최원호 감독은 이내 팀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수베로 감독의 전반적인 운영 기조는 이어가되 본인의 색깔을 입히면서 팀을 안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스미스의 대체 선발로 영입된 산체스가 상승세에 큰 역할을 했고 4월의 부진을 딛고 페냐도 산체스와 함께 선발진을 든든하게 지켜줬다.

토종 에이스 김민우가 결국 선발진에서 이탈했지만, 2년 차 우완 파이어볼러 문동주가 무서운 성장세를 선보이며 선발 한 자리를 완벽하게 꿰차며 김민우의 토종 에이스 자리를 이어받았다.

시즌 초반, 정우람, 장시환, 김범수, 강재민 등의 마무리 불안으로 역전패가 많았던 팀에 박상원이라는 마무리가 든든하게 자리 잡으며 승리를 지켜내기 시작했다.

믿을맨 강재민의 계속된 부진으로 불펜이 헐거워졌지만, 주현상이 불펜을 든든하게 지켜주면서 기대 이상의 몫을 톡톡히 해줬다. 마무리로 실패를 경험한 김범수도 기복은 있었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해냈다.

채은성의 활약은 꾸준했고 거포 유망주였던 노시환은 시즌 대폭발을 하면서 장타 행진을 이어갔고 팀의 중심타자를 넘어 리그 최고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여전히 정은원, 김인환이 부진했지만, 고졸 신인 타자 문현빈의 똘똘한 활약과 이진영, 최인호의 발굴은 외야에 한 줄기 빛이 되었다. 하주석의 이탈과 오선진의 부상 그리고 신예 박정현의 부진으로 생긴 유격수의 공백을 메운 이도윤의 발견은 ‘신의 한 수’였다.

전반기 막판 한화이글스는 연승 행진을 하면서 가을야구 마지노선에 두 경기 차이로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후반기 시작과 함께 경험 미숙을 드러내면서 승리할 수 있는 경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가을야구에 멀어지는 결과가 만들어지는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바로, 최원호 감독도 선수들도 이기는 데 아직 익숙하지 않았고 승기를 잡아 오는, 승리를 위해서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등의 디테일에서 부족함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던 후반기 초반이었다.

문동주가 자리를 잡았지만, 여전히 젊은 선발 투수들의 성장은 더뎠다. 특히, 기대주 남지민의 성장세 둔화는 아쉬움이 컸다. 한승주와 김기중이 가능성을 보였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불펜도 박상원이 마무리로 자리를 잡았으나, 경험이 부족한 것은 이내 경기력으로 나타났고 젊은 선수 중에는 김규연만이 얼굴을 내밀었을 뿐이다. 특히, 특급 신인 김서현의 프로 적응 실패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화이글스가 최하위 탈출에 성공했고 4할 승률 이상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분명하다는 것을 확인한 시즌이었기에 최근 가장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온 시즌이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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