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기 변호사의 법률톡톡]

송문기 변호사.
송문기 변호사.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실이 바뀌면, 전 해답을 바꿉니다.(“When the fact change, I change my mind.”, 존 메이너드 케인즈)’

‘만물유전’(아리스토텔레스)

위에서 인용한 고금古今의 명언들이 그러하듯 시대가 바뀌고 현실이 바뀌면 당연히 시대정신에 따라 제도와 사회규범 및 의식이 바뀌는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지 말라.’는 것은 단순히 학자들의 이론만이 아니라, 역사가 보여주는 실제 사례를 통해 생존의 조건 중 하나로 증명되어 왔다.

독일 제2제국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지혜로운 자는 역사에서 배운다.’고 말한 적이 있으니 역사의 실제 사례를 간단히 살펴보면, 고대 로마가 공화정에서 1세기 경 초기 제정으로 이행한 뒤 중세에 정교회의 굳건한 제국으로 살아남아 1453년 콘스탄티노폴리스 함락에 이르기까지 1000년 넘게 겪어온 제도와 사회의식의 변화는 부연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요, 수천년에 이른 중국사를 보아도 토지겸병으로 빈부격차가 확대될 때마다 개혁을 통하여 체제를 개선하지 못하면 결국 내우외환을 거쳐 제국이 교체되었던 과정으로 점철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근거가 없음에도 옛것을 옳다고 고수하는 집단은 언제나 몰락을 맞이해왔는데, 다른 가능성·이념·가치관을 부정하고 자신들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폐쇄적인 태도 즉 독선에서 몰락이 비롯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국가와 정치체제 및 법률과 사회규범·의식·문화는 끊임없이 변화를 거친다. 적어도 살아남는 사회 집단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에 대응하여 혁신을 거쳐왔기에 살아남은 것이다. 마치 언어가 시대성을 띄며 변하듯, 중세국어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표준어가 다르듯, 한자전용 시대로부터 한자를 병기하지 아니하는 한글전용의 시대가 되었듯이(다만 필자의 사견으로는 병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행정부의 변화상을 살펴보기 위해 공직자를 임용하기 위한 시험제도를 일례로 살펴보면, 옛날 조선시대에는 사서오경四書五經과 사서史書들을 기반으로 하는 과거제도(다만, 당연히 현대의 학문들에 비하면 방법론이나 완성도 측면에서 크게 미진하고 정교함이 떨어지거나 학제가 사회과학분야 대신 윤리·도덕론에 치우친 한계가 있기는 하였어도 염철鹽鐵론 등을 살펴보면 국가경제의 운영에 관하여 초보적인 수준이나마 논의가 없던 것은 아니다.)에 머물러 있었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정치학·행정학·행정법·경제학·지방자치학 등으로 행정고시 과목이 구성되어 고도의 학문적 소양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사법부의 변화상을 살펴봐도 시대정신에 맞춘 혁신은 뚜렷하다. ‘법률은 진리인가’라는 제하의 기고문에서 필자가 이미 밝혔듯이 입법자인 국회에 의한 법률의 제정·개정·폐지와 사법부인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한 판례변경 및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통해, 법률이라는 강고한 규범조차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며 변한다. 사법부도 판례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지 아니하면 사회 구성원 다수의 지지와 신뢰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하여 대법관들의 구성 또한 다양화되어야 한다는 꾸준한 요구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상속제도 역시 이와 같이 역사 속에서 꾸준히 바뀌어왔다. 구한말을 기준으로 하는 시기에는 구조선관습(법)과 일본구민법준용에 따라 호주상속을 기본으로 한다거나 첩의 자식인 서얼들은 적통자녀의 절반을 상속받는 등의 내용으로 상속법이 구성되어 있었다. 1960년부터 시행된 우리 민법 제1009조에서는 동순위의 상속인 간 균분상속을 원칙으로 규정하면서도 재산상속자가 호주일 경우에는 고유의 상속분에 5할을 가산하며 여자의 상속분은 남자의 상속분의 1/2로 하고 동일가적 내에 없는 여자의 상속분은 남자의 상속분의 1/4로 하는 차등을 두었다.

이후 1991년 시행된 현행 민법 제1009조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차등이 없이 완전히 동순위의 상속인은 균분상속으로 하고 다만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상속분의 1/2을 가산하도록 되어있으며, 1977년 신설된 유류분제도에 관한 민법 제1112조(유류분의 권리자와 유류분)에서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및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1/2를 유류분으로 하고 직계존속 및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1/3을 유류분으로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유류분 제도를 개정 혹은 폐지하여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상당하다. 과거에 아직 대가족제도가 유지되고 있던 1970년대와는 달리, 1990년대에는 이미 4인 가구가 일반화되었고, 2010년에 이르러서는 합계출산율이 1.23명으로 내려가 3인 가구가 일반화되기 시작하였으며, 2022년에 이르러서는 합계출산율이 0.78명에 이르러 1인 가구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2024년 합계출산율은 0.68명일 것이라는 통계청의 예측과 함께 통계청이 국가공식통계기관으로서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3’에 따르면, 30대 여성 중 결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31.8%이고 30대 남성층에서는 48.7%로 하락함과 동시에 독신에 대한 긍정적 인식(반드시 해야한다 및 하는 것이 비교적 좋다)은 2015년 39.1%에서 지난해 47.7%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이러한 가족구성형태의 변화와 기존 결혼제도·가족관념의 해체에 따라 가장 영향받는 부분이 친족상속법이다.

상속법에 관하여서는 유류분제도에 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헌법재판소에는 2010년, 2013년에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조항이 위헌인지 심판하여달라는 위헌법률심판제청이 반복되었고(합헌으로 결정되었다.), 2022년 4월에는 위와 같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고려하여 유류분권리자에서 형제자매를 제외하는 내용의 법무부 민법개정안이 국회에 부쳐진바 있으며, 2023년 5월 17일에 헌법재판소에서 또다시 유류분 조항에 관한 헌법소원심판 공개변론이 진행되었던 상황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어떤 형태로든 유류분 제도가 개선이 될지언정 유류분제도 자체가 폐지되기는 어렵다. 유류분제도는 균분상속을 침해하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을 제한하기 위한 제도로서, 우리 민법에는 1977년 도입되었지만 그 연원 자체는 로마법과 게르만법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서구 각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제도이고, 부양과 공평의 이념에 합치하기 때문이다. 유류분 제도로 인하여 상속인 간 다툼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를 가지고 제도 자체를 폐지한다면 그것도 지나치게 과격한 발상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우리 사회를 긴 호흡으로 바라보면 어차피 저출산이나 독신 가구가 다수를 점하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변화인 것이 확실하므로, 상속인들이 다수가 되어 상속재산에 관한 유류분 분쟁을 벌이는 일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도 하다.

친족법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로는 제사문화의 종식에 가까워지는 사회변화가 관찰되는바, 대법원은 최근 제사주재자의 결정에 관하여 전원합의체(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8다248626 전원합의체 판결)를 통하여 판례를 변경하였는데, 이 역시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맞춘 판결임을 판결문에서 명시적으로 설시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 현대사회에서 종교상의 신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제사를 지내지 않는 가정이 늘고 제사가 가지는 비중도 점차 축소되면서 기존의 제사용 재산 자체도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제사주재자는 제사에 드는 비용 등을 현실적으로 부담할 뿐만 아니라, 유체·유해나 분묘의 관리 등에 관한 의무를 부담하는데, 남성 상속인이라고 하여 그러한 부담이나 의무를 우선적으로 지도록 하는 것도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 (...) 기존에 고조부모까지 지내는 ‘4대 봉사’ 대신 생활을 같이하였거나 얼굴을 기억하는 조상으로 제사의 대상을 축소하기도 하고 둘 이상의 조상을 함께 모시고 제사를 지냄으로써 제사의 횟수를 줄이는 등 제사의 형식과 절차도 점차 간소화되고 있다. (...) 적장자 중심의 종법(宗法) 사상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계속 고수할 수는 없다. (...)”라고 명시하면서 2008년에 있었던 전원합의체 판결을 시대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변경하였다.

이에 따라 이제 제사주재자에 대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남녀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우리 사회 다수의 관습법으로 확인된 것이다.

친족법에 관하여 ‘모의 성과 본을 따르는 성년의 자녀 역시 모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60940 판결 참조) 또한 사회 변화에 따라 다수의 관습으로 지지받는 친족법이 꾸준히 바뀌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와 같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혁신과 변화는 사법부에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사법부보다도 ‘혁신’이 소위 핫한 키워드로 공공연히 회자되는 분야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정치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완패 이후 국민의힘에서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약 4개월 정도 남았기 때문에 야심차게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도리어 ‘김기현 체제’의 수명연장용으로 쓰이면서 조기종료하는 방식으로 버려진 패가 되었는데,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역구 불출마 선언은 아직 하지 아니하는 방식으로 당대표직을 사직하면서 소위 ‘용산대통령실의 뜻’이 무엇이냐고 눈치를 보거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변경하려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총선출마자 및 비례대표제도에 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역사상의 사례를 들어 밝혔듯 시대정신을 거부하고 옛것을 고수하는 독선적인 집단에는 다양성이 없으므로 미래가 없다. 사법부의 최고인 대법원의 대법관 구성에 다양성이 요구되듯, 입법부를 구성하는 정치권과 수권정당도 당연히 다양성을 갖추어야 한다. 총선 출마자들을 단순히 청년 신인 또는 노장 중진으로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것은 편협한 사고방식이다. 국민의 구성이 그러하듯 수권정당의 총선출마자들 또한 노·장·청이 전부 조화롭게 대표되어야 한다는 시대정신에 부응하기를 촉구한다.

<법무법인 재유(대전분사무소) 송문기 변호사>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대전광역시 교육청 지방공무원 인사위원회 위원(현)

*세종특별자치시 교육청 규제완화위원회 위원(현)

*대전광역시 유성구 인사위원회 위원(현)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실무수습 제도개선TF 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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