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재)피스윈즈코리아 미래변화연구소장

발달장애 청소년 E.T야구단 운동 모습. 
발달장애 청소년 E.T야구단 운동 모습. 

연말이 다가오면서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이 더욱 활발해지는 추세다. 연말 정산 때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 되고, 3만원에 무료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어, 소득이 발생하는 근로자들에게는 안 할 이유가 없는 셈.

본인들이 원하는 답례품을 보고 기부를 하는 추세도 늘고 있다. 일종의 카드 포인트나 항공 마일리지 소비와 유사성을 보인다. 주로 고기류나 김치 등이 인기가 좋다. 청년들일수록 더욱 실용적인 소비 패턴을 보인다고도 한다. 고향보다는 답례품으로 중점이 이동하고 있다. 

답례품 쇼핑 위주의 한계

그러나 이는 한계가 분명하다. 기부는 기부에 대한 효능감이 핵심이다. 지속적인 기부처를 정할 때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답례품에 대한 선호 때문에 기부를 한다면 기부자와 지역이 지속적인 관계를 이루는데 한계가 있다. 더 싸고 좋은 답례품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는 지역에 기부가 쏠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 이는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목표를 가진 고향세의 본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정기부'가 중요하다. 고향세를 처음 시작한 일본의 경우 기부금 사용처를 정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데, 매우 다양한 사회적 의제들을 확인할 수 있다. 친환경, 어르신, 아동, 동물 관련 다양한 사회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정기부처가 등장한다.

기부자들은 내 기부금이 무엇을 위해 쓰이는지 보고, 기부 행동을 결정한다. 지정기부는 상품이 아니기에 기부자들은 자신이 바꾸고자 하는 가치에 골고루 분산해 기부한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은 이는 친환경 사업에, 고령화 문제에 관심 있는 이는 어르신 복지에, 아동문제에 관심 있는 이는 아동 복지에,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동물 보호에 기부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지자체들이 지정기부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광주 동구의 놀라운 성공

발달장애 청소년 E.T야구단 모습. 
발달장애 청소년 E.T야구단 모습. 

그래서 광주 동구와 전남 영암군의 도전이 중요하다. 고향사랑기부제의 향후 방향성을 보여주는 좋은 모델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광주 동구는 국내 최초로 지정기부 모금을 하고 있다. 놀랍게도 모두 모금 초과 목표를 달성했다. 특히 광주 동구의 경우 국내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광주 동구는 두 개의 지정기부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발달장애 청소년 E.T야구단 지원과 광주극장 보존을 위한 100년 프로젝트다. 발달장애 청소년 E.T야구단의 목표 모금액은 8200만 원이었다. 목표 기한 20일 남은 시점에 기부자는 803명, 현재 모금액은 1억 1630만 7000원으로 142%를 달성했다.

광주극장 지원 프로젝트의 경우 목표 모금액은 5200만 원이다. 현재까지 기부자 315명, 모금액 5225만 8800원으로 101%, 초과달성을 이뤄냈다. 두 프로젝트 모금 총합은 1억 6830만 7000원. 이는 민간 플랫폼에서만 집계한 결과로 직접 기부금을 더하면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극장의 경우 청룡영화제 감독상,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다음소희>의 정주리 감독, 영화 <화차>의 변영주 감독 등 많은 영화인과 예술인들의 동참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고향사랑기부제 자체를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광주 동구 고향사랑기부제, 목적 달성

광주 동구는 국내에서 단일 지정기부처로 1억 원을 돌파한 첫 사례로 기록된다. 이는 고향사랑기부제 도입 후 본래 취지에 맞는 기부 계획으로 초과 달성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광주 동구의 도전이 많은 지자체에게 영감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단순히 지자체의 재정을 튼실하게 하는 것을 넘어 제도가 닿지 못하는 소외된 곳을 비추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어두운 곳을 비추는 역할로 기존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할 때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다. 소외된 곳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내는 길잡이 역할 말이다.

단순한 모금을 넘어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문제를 알리고, 새로운 환기를 이룰 수 있다. 수도권에만 집중된 국민들의 눈을 분산하는 효과 있다. 한번도 관심갖지 않던 지역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하는 것. 균형 발전의 시작은 균형적인 관심에서 출발하한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이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광주 동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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