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 도약을 위한 전력 보강은 반드시 필요했다. 한화이글스는 전력 보강을 위해 외부 FA 안치홍을 영입하는 큰 결단을 내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채은성, 이태양, 오선진의 영입으로 FA 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했던 한화이글스가 내년 시즌을 앞두고도 롯데의 안치홍을 영입하면서 다시 지갑을 열었다.

안치홍은 분명히 좋은 선수다. 꾸준하게 자신의 커리어를 쌓았고 누구보다 성실하고 기복 없는 플레이로 소속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된 선수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된 채은성과 마찬가지로 팀 전력에 보탬이 될 뿐 아니라 덕아웃 리더로서 젊은 후배들을 이끌 수 있는 자원이기도 하다.

이제 안치홍의 활용은 최원호 감독의 몫이 되었다. 머리는 아프겠지만 즐거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도 최원호 감독은 취임 후, 첫 ‘FA 선물’에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올 시즌 최하위권 지표를 기록한 한화이글스의 공격력을 보고 있노라면, 안치홍의 영입은 당연히 팀 공격력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채은성과 노시환만 보였던 타선에 이제는 안치홍도 보이고 올 시즌 팀에 전혀 보탬이 되지 못했던 외국인 타자 슬롯에 요나단 페라자까지 첫 시즌 계약액 풀베팅(100만 달러)으로 계약에 이르면서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페라자가 외국인 타자로서 본인의 역량을 발휘한다면 최하위권 타선에서 단숨에 평균 이상의 타선을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최원호 감독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안치홍의 수비 역할이 기존의 멤버들과 정확하게 겹치기 때문이다. 베테랑 채은성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고 내야의 젊은 유망주들과의 중복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외야는 계속된 오디션이 있었지만, 내야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중복되는 부분이 생기게 됐다.

육성과 성장 그리고 성적 사이에서 최원호 감독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포지션 정리가 제대로 이루어지면서 최선의 타선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상대 투수가 쉽게 보지 못할 공격력이 발휘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골머리만 썩을 가능성도 크다.

최원호 감독의 슬기로운 선수단 운영을 위한 교통정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

우선, 안치홍이 2루수로 출장을 한다면, 기존의 정은원과 문현빈으로 이어지는 젊은 내야 라인의 출장에 제동이 걸린다. 군입대 이슈가 있었던 정은원이 일단 내년 시즌 뛰는 것으로 갈피를 잡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기에 마무리 캠프에서 외야 훈련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올 시즌의 문현빈과 더불어 외야 컨버전이라는 ‘플랜 B’가 작동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어떤 식으로든 내야의 미래를 책임질 정은원과 문현빈이 외야로 간다는 것은 아쉬운 상황임엔 틀림없지만, 안치홍과 공존하는 최상의 방법은 찾아야 한다.

정은원과 문현빈을 2루수로 키운다면 안치홍이 1루수로 가고 채은성이 지명타자 붙박이가 될 수도 있다. 안치홍의 1루 수비가 불안하다면 채은성과 안치홍이 번갈아 기용될 수도 있다.

채은성이 기존의 포지션인 외야수로 출장하고 안치홍을 1루와 지명타자로 번갈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 상황은 채은성의 수비 부담으로 타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지만, 젊은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공격력 강화를 위해선 최상의 선택이기도 하다. 안치홍과 짝을 이룰 선수는 김인환, 김태연이 후보군이다.

하지만, 안치홍이 2루수로, 채은성이 우익수로 출장하면 1루와 지명타자 슬롯이 모두 비게 된다. 앞서 언급한 김인환이나 김태연과 더불어 정은원, 문현빈에게까지 기회가 갈 수도 있고 또 다른 선수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모두를 살리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채은성 우익수, 안치홍을 1루수와 지명타자, 정은원, 문현빈 2루수이다. 이렇게 되면, 1루수와 지명타자 한자리, 외야도 한자리만 젊은 선수들 몫이 된다. 후보는 많다. 가장 앞선 후보는 김인환과 김태연 그리고 이진영과 최인호다. 여기에 정은원, 문현빈까지 후보가 될 수 있다.

반면, 채은성이 외야로 나가지 않을 경우, 외야는 외국인 선수인 페라자를 제외하곤 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과 함께 최원호 감독의 고심이 묻어나는 결단이 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새롭게 영입된 요나단 페라자가 중견수 수비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 코너 외야수로도 수비 능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라는 평가이기 때문에 중견수 수비는 국내 선수가 봐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한화이글스 외야수 중 중견수 수비를 안정적으로 볼 수 있는 자원은 이진영, 유로결, 권광민, 이원석 정도다. 문현빈의 경험에 정은원이 새롭게 가세한 상황이다.

공격력이 좋은 최인호는 주로 좌익수에 배치되었기 때문에 중견수와 우익수 수비는 낯선 상황이다. 내야 정리가 뜻대로 되지 않아 정은원과 문현빈이 외야로 나오는 상황이 와도 어차피 외야는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치열한 경쟁과 포지션 교통정리를 통한 시너지 효과 낼 수 있다면 최상 타선 가능

현시점에서 필자가 바라보는 현실적인 예상은, 안치홍이 2루 베이스를 볼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됐을 때, 포지션 정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게, 최상의 타선을 구축하는 데 성공적일 것이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최원호 감독의 선수단 운영이 기가 막히게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여기에 누가 먼저 기회를 받고 그 기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도 관건이 될 것이다.

안치홍. 분명히 좋은 선수이고 한화이글스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자원이다. 하지만, ‘운영의 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자칫 불협화음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제는 ‘경쟁’이다. 베테랑들과 젊은 선수 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그동안 철밥통처럼 자신의 자리를 유지했던 선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일한 상황이 오면 언제든 대체할 선수가 준비하고 있다. 외야도 이제는 기회조차 받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요나단 페라자가 외국인 선수다운 제대로 된 활약을 하고 채은성과 문현빈 그리고 정은원에 김태연까지 가세해 외야로 수비를 나온다면 기존의 젊은 외야진은 기회조차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올 시즌 부상으로 이탈한 통산 타율 3할에 빛나는 베테랑 이명기에 또 하나의 외야 유망주 임종찬도 합류한다. 여기에 SSG의 최고령 베테랑 김강민을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하면서 강력한 외야 자원이 하나 더 늘었다.

긍정의 경쟁이 한화이글스 내부에서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지면서 선수들의 투쟁심을 불타오르게 함과 동시에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필자는 기회를 주는 것은 감독이지만, 그 기회를 잡는 것은 선수들이라고 항상 이야기했다.

그동안 젊은 선수들에게 나름의 기회가 주어졌었지만, 외야에서 그 기회를 잡은 선수는 없었다. 가능성을 확인한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 기회마저도 한정될 것이다. 그 한정된 기회에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면 1군 무대에 얼굴을 내밀 수 없을 것이다. 극도의 긴장감과 간절함의 집중력이 경기력에 분명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연히 긍정적으로 말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문현빈의 잠재력을 높게 본다. 반드시 성장시켜야 하는 자원이다. 충분한 기회를 받을 자격도 있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잠재력을 내야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정은원도 올 시즌 부진했지만, 4년 차 시즌에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이력이 있는 선수이다.

현시점에서, 필자가 그리는 2024시즌 개막전 선발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1번 정은원, 문현빈(2루수) / 2번 안치홍(1루수, 지명타자) / 3번 노시환(3루수)

4번 채은성(1루수, 지명타자) / 5번 페라자(우익수) / 6번 이진영(중견수)

7번 최인호(좌익수) / 8번 최재훈(포수) / 9번 하주석, 이도윤(유격수)

이렇게 되면, 2번부터 6번까지 5명의 타자가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선(이미 경험한)이 된다. 투수의 유형에 따라서 4번에서 7번까지는 유연한 변화도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당히 위협적인 타선이 될 수 있다.’라는 사실이다.

최원호 감독의 유연하고 슬기로운 라인업 구성과 적재적소의 엔트리 운용이 절실한 2024시즌이 될 전망이다. 투수진에 비해 야수진은 분명 아쉬웠다. 하지만, 안치홍 한 명의 영입만으로도 전력 보강이 이루어졌다. 베테랑 김강민도 왔다.

젊은 유망주들의 성장이 이루어진다면, 충분한 다크호스의 역할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외국인 타자 페라자의 적응과 외국인 투수의 영입과 활약 여부에 따라 2024시즌 도약의 한화이글스를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