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기 변호사의 법률톡톡] 

송문기 변호사.
송문기 변호사.

일전에 필자가 ‘법률은 진리인가?’라는 제하의 기고문에서 밝혔듯이 법률은 과학적 진리가 아니라 분쟁해결의 규범이다. 따라서 형법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다.’는 기조로 제정된 몇몇 규범이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규범이 ① 헌법 제12조 제2항에서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함에 따라 형사소송법에서도 인정되는 진술거부권 및 ② 형법 제151조(범인은닉과 친족간의 특례) 제2항에서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친족이나 동거의 가족이 범인을 은닉해도 처벌하지 아니하는 특례와, ③ 형법 제155조(증거인멸 등과 친족간의 특례) 제1항에서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여 자신의 범죄행위의 증거를 인멸·은닉·위조·변조한 것은 처벌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동조 제4항에서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본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 특례이다.

이는 범인이라면 도망을 치거나 숨거나 증거를 은닉할 것이 통상이라고 보아야 하고 가까운 친족은 이를 원조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에, 이런 행위까지 바로 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이다. 만일 이와 같은 행위를 범죄로 규정한다면 ‘범인은 자수하지 않으면 더욱 죄를 짓는 것이고 가족은 자기 가족인 범인을 신고하고 숨겨주지 말고 증거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라.’는 것이 규범으로 명령되는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은 범행은닉에 관하여 별도의 범죄로 처벌하지는 않게 규정되어 있더라도 피고인이 자수자백하면 감경하도록 하여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식으로 규정되어있으며, 실제 재판에서도 피고인이 위와 같이 증거인멸을 하는 등의 행동이 드러난다면 개전의 정이 있다고 평가받을 수 없어 양형에서 실질적으로 불리하게 될 것이다.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내지 피고인의 방어권의 한계에 관하여 유념하여 살펴보아야 할 대법원 판례가, 수사기관에 허위로 진술하는 것만으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바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6101 판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위계공무집행방해)이다.

대법원 2007도6101 판결의 판시는 굉장히 명료하여, 필자가 해설을 덧붙일 것이 없을 정도이다. 따라서 아래의 대법원 2007도6101 판결을 천천히 읽어보기만 해도, 독자들 또한 수사기관에 허위진술을 어느 정도로 하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하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피의자 등이 수사기관에 대하여 허위사실을 진술하거나 허위의 증거를 제출하였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충분한 수사를 하지 아니한 채 이와 같은 허위의 진술과 증거만으로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면, 이는 수사기관의 불충분한 수사에 의한 결과여서 피의자 등의 위계에 의하여 수사가 방해되었다고 볼 수 없어 위계의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피의자나 참고인이 적극적으로 허위의 증거를 조작하여 제출하였고 그 증거 조작의 결과 수사기관이 그 진위에 관하여 나름대로 충실한 수사를 하더라도 제출된 증거가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하여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될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위계에 의하여 수사기관의 수사행위를 적극적으로 방해한 것으로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된다.

그리고 헌법에 의하여 누구든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특권이 부여되어 있으나, 그렇다고 하여 자기의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하여 위법한 방법으로 허위의 증거를 조작하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6101 판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위계공무집행방해)”

대법원은 위의 2007도6101 판결에서 피의자가 “타인의 소변을 마치 자신의 소변인 것처럼 수사기관에 건네주어 필로폰 음성반응이 나오게 한 경우”였으므로 “수사기관의 착오를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피의사실에 관한 증거를 조작한 것이므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위의 대법원 2007도6101 판결의 근거를 앞서 밝힌 형법의 여러 규정처럼 피의자 내지 피고인의 행위에 관한 기대가능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공무집행방해죄를 추상적 위험범으로 보되 그 성립범위를 어느 정도 좁히기 위해 법리를 밝힌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이와 같은 기조에서 대법원의 태도는 2021. 4. 29. 선고 2018도18582 판결로 최근에도 유지되었는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상대방이 위계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여야만 위 죄가 성립하고, 구체적인 공무집행을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아니하고 미수에 그친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것이 그러하다.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8도18582 판결은 선거와도 관련이 있는 사건이라 최근 총선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살펴보면 그 사실관계와 법리판단이 상당히 흥미로운 점이 있다. 2018도18582 판결의 결론(유죄 취지의 원심판결을 파기한다.)을 아래에 참고1로 전부 인용한다.

참고 1:
“(...) 특정 정당 소속 지방의회의원인 피고인들 등이 지방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갑을 의장으로 추대’하기로 서면합의하고 그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투표용지에 가상의 구획을 설정하고 각 의원별로 기표할 위치를 미리 정하기로 구두합의하는 방법으로 선거를 사실상 기명ㆍ공개투표로 치르기로 공모한 다음 그 정을 모르는 임시의장 을이 선거를 진행할 때 사전공모에 따라 투표하여 단독 출마한 갑이 의장에 당선되도록 하여 위계로써 을의 무기명투표 관리에 관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지방자치법은 제48조 제1항에서 지방의회 의장을 무기명투표로 선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나 그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피고인들 등의 행위가 비밀선거 원칙(무기명투표 원칙)에 위배되는 면이 있음을 근거로 곧 을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는 점,

지방의회의원들이 사전에 서로 합의한 방식대로 투표행위를 한 것만으로는 무기명투표 원칙에 반하는 전형적인 행위, 즉 투표 과정이나 투표 이후의 단계에서 타인의 투표 내용을 알려는 행위라거나 자신의 투표 내용을 공개하는 것 또는 타인에게 투표의 공개를 요구하는 행위로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서면합의와 구두합의의 실행 자체가 곧바로 ‘지방의회 의장 선거 과정에서 무기명투표 원칙이 구현되도록 할 임시의장의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위와 같은 합의 수준에서 더 나아가 피고인들 등 사이에 합의에 반하는 투표가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할 감표 위원을 누구로 정할 것인지, 투표용지 확인은 언제, 어떤 방법으로 하고, 합의에 반하는 투표를 한 의원에 대해 어떠한 제재를 가할 것인지에 관하여 논의가 이루어졌음을 증명할 증거가 없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 등이 ‘지방의회 임시의장의 무기명투표 관리에 관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고 평가할 사정에 관한 검사의 증명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에서 위계의 실행행위와 공무집행방해의 결과 및 그 고의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송문기 변호사, 법무법인 재유(대전분사무소)>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대전광역시 교육청 지방공무원 인사위원회 위원(현)
*세종특별자치시 교육청 규제완화위원회 위원(현)
*대전광역시 유성구 인사위원회 위원(현)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실무수습 제도개선TF 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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