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대폭발의 필요한 자원과 성장의 발판 마련 필요한 선수들

한화이글스 소속 선수들이 잇따라 국가대표로 발탁돼 활약하면서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문동주(왼쪽)와 노시환(오른쪽). 한화이글스 제공
한화이글스 소속 선수들이 잇따라 국가대표로 발탁돼 활약하면서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문동주(왼쪽)와 노시환(오른쪽). 한화이글스 제공

한국프로야구 2023시즌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대미의 주인공은 ‘LG트윈스’였다.

LG트윈스는 2023시즌 왕좌를 가리는 한국시리즈에서 KT위즈를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꺾으며 대망의 2023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LG트윈스의 우승은 1994시즌 이후, 무려 29년 만의 일이었고 정규시즌 우승과 함께 통합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LG트윈스의 우승으로, 31년 동안 우승하지 못한 롯데자이언츠, 24년째 우승에 목마른 한화이글스가 ‘유이’하게 20년 넘게 우승하지 못한 팀으로 남게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LG트윈스 우승의 가장 큰 요인은 ‘두꺼운 선수층’과 기가 막힌 ‘신구의 조화’였다. 외국인 투수 한 명이 전력에서 이탈하는 큰 위기가 있었지만, 토종 선발과 불펜의 힘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10년 차 이상의 김진성, 김현수, 김민성, 오지환, 박동원, 박해민, 임찬규, 함덕주 등의 베테랑과 5년 차 미만의 이정용, 정우영, 문보경, 신민재, 김윤식, 유영찬의 젊은 선수들 그리고 고우석, 백승현, 문성주, 홍창기 등으로 이어진 중간층 선수들의 조화가 그야말로 그림같이 이루어졌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이런 조건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LG트윈스가 완벽하게 보여줬다. 외국인 투수가 한 명 빠진 상황에서도 에이스 켈리와 외국인 타자 오스틴의 대활약 그리고 탄탄한 전력으로 앞서 언급한 신구의 조화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여기에 우승하기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적극적인 외부 FA영입(김현수, 박해민, 박동원)으로 팀의 중심을 잡았고 과감한 트레이드(함덕주)와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자유계약(김진성)에도 적극적이었다.

마지막으로, 팀 내 유망주들의 성장도 이루어냈다. 홍창기는 어느덧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가 되었고 고우석은 리그 최고 마무리 대열에 합류했다. 정우영과 문보경은 젊은 국가대표로 앞으로가 촉망받는 선수가 되었으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할 수 없을 정도이다.

LG트윈스의 우승을 축하하고 다른 팀들도 우승하기 위해서는 LG트윈스와 같은 행보를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국제대회 경험으로 대폭발 필요한 노시환과 문동주 그리고 문현빈, 성장 발판 필요한 자원들

앞서 언급한 LG트윈스의 우승 요인을 살펴볼 때, 가장 현실적인 한화이글스의 전력 보강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다.

팀 내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은 부족하고 외국인 선수의 활약은 미지수인 상황인데다 구단의 적극적인 외부 영입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8시즌 이후, 암흑기를 거치면서 재능있는 유망주들을 많이 선발했다.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만한 자질 있는 후보군은 분명히 있다. 최근의 시즌을 통해서 그 유망주들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가능성을 넘어 개인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개인의 능력을 보여준 선수도 부족하고 그 능력의 수치도 아직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분명히 알을 깨고 나오는 선수가 더 많아야 하고 그 수치도 높아져야 한다. 그래야 한화이글스가 살아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한화이글스에 ‘희망’ 가득한 소식들이 전해진다. 바로 ‘태극마크’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보다 훨씬 어렵다고들 한다. 고도의 집중력과 많은 체력 소모가 뒤따른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국제대회는 또 다른 세계이다.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 소모 뿐 아니라 심리적인 부담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며 많은 언론에도 노출이 된다. 부담을 넘어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극한 상황에서의 경기를 치르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부터 대회의 전 과정을 통해 젊은 선수들은 많은 성장을 이루게 된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한화이글스는 노시환과 문동주라는 국가대표를 얻었다. 단순한 국가대표가 아니라 국가대표팀의 중심을 얻게 되었다. 노시환은 팀의 중심타선으로 핵심 자원이 되었고 문동주는 실질적인 국가대표 에이스가 되었다.

이는 이번 APBC(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노시환은 강백호가 빠진 중심타선에서 4번 타자 역할과 포지션의 유연함을 위해 1루수로 중용되고 있고 문동주는 제일 중요했던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했다.

여기에 한국시리즈 출전 선수를 대신해 첫 성인 국가대표에 발탁된 문현빈도 호주와 일본과의 경기에 연이어 주전으로 출전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들 세 선수의 가치는 충분히 입증되었다. 노시환은 호주와의 경기에서 4번 타자, 1루수로 출장해 3안타 경기를 치렀고 10회 말 승부치기 상황에서 끝내기 안타로 경기를 승리로 끝냈다. 일본과의 결승에서는 선제 2타점 적시타를 때리기도 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으로 마운드에 선 문동주는 호주전에서 5⅔이닝 2실점으로 승리의 초석을 쌓았다.

대체 선수로 발탁된 문현빈은 무려(?) 5번 타자에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는데, 이는 문현빈의 가치를 류중일 감독이 얼마나 높게 보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현빈은 내야수 출신으로 한화이글스 팀 사정으로 중견수로 자주 기용되었고 시즌 말미에는 다시 2루수로 출장했었다.

전문 외야수 출신도 아니고, 대체 선수로 발탁된 고졸 신인 문현빈이 한 시즌 동안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좌익수로 선발 출장하며 타순도 5번에 배치되었다는 것은 문현빈의 다재다능함과 타격의 가치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2차전인 일본전에서 문현빈은 5번, 지명타자로 출장했다.

노시환과 문동주에 이어 문현빈이 이번 대회를 통해 얼마나 성장을 이룰지 상당히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제 노시환과 문동주는 한화이글스를 넘어 대한민국 대표팀의 중심이 되었다. 현재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노시환은 2023시즌 홈런과 타점 타이틀을 따내며 본인의 잠재력을 터뜨렸다. 이제는 그 잠재력을 폭발시켜야 한다. 문동주도 2년 차 시즌에 리그에 적응하며 신인왕의 영예를 안았고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다. 이제는 소위 리그를 씹어먹는 슈퍼 에이스가 되어야 한다.

문현빈은 이제 시작이다. 내년 시즌 정은원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다시 본인의 주 포지션인 2루수로 많은 경기에 출장할 것으로 보인다. 첫 시즌 100안타에 2할 6푼을 넘는 좋은 타격 성적을 보였지만, 이게 문현빈 잠재력의 전부는 아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2루수로 평가받는 ‘악마’ 정근우의 계보를 이을 수 있는 충분한 재능이 있는 선수이다.

여기에 눈여겨볼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최종 국가대표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문현빈과 예비 멤버로 훈련을 함께했던 상무의 포수 허인서이다.

허인서는 순천효천고를 졸업하고 2022시즌 2차 드래프트 2라운드 11번째로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포수이다. 문동주, 박준영에 이어 한화이글스가 전략적으로 뽑은 자원이다. 한 시즌만 치르고 전격적으로 상무에 입단한 케이스로, 퓨처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기대대로 성장 중이다.

이번 시즌 막판 1군에서의 활약으로 내년 시즌 큰 기대를 안고 있는 외야수 최인호의 퓨처스 성적은 다음과 같다.

타율 0.309, 58경기 191타수 59안타 2홈런 35타점 32볼넷 36삼진 장타율 0.455 출루율 0.414

이번에는 상무 허인서의 이번 시즌 퓨처스 성적이다.

타율 0.393, 45경기 117타수 46안타 4홈런 27타점 27볼넷 16삼진 장타율 0.573 출루율 0.500

왜 허인서가 국가대표 예비 명단에 뽑혔고 한화이글스가 기대하는 선수인지 잘 알 수 있는 기록이다. 물론, 경기 출장이 많지 않았기에 누적 스탯은 부족하다. 하지만 비율 스탯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특히, 퓨처스라 하더라도 볼넷과 삼진 비율은 허인서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허인서의 성장과 팀 복귀는 최재훈 후계 구도를 뒤흔들고 한화이글스 안방의 미래가 밝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12월 3일부터 9일까지 대만에서 열리는 제30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국가대표팀 엔트리가 최근 발표됐다. 만 23세 이하의 선수들로 구성이 되었으며, 대학 선수들과 프로의 젊은 유망 선수들이 선발되었다.

한화이글스에서는 세 명의 선수가 선발의 영광을 안았다. 바로 유로결과 장지수 그리고 이민준이다.

유로결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선수이다. 필자가 칼럼을 통해 자주 언급하고 정말 기대하고 있는 선수임에는 분명하지만, 아직 그 잠재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대표팀에 당당하게 선발되었다.

이번 시즌에도 1군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퓨처스에서는 의미 있는 성적을 남겼다. 올 시즌 5년 차 시즌인 유로결의 퓨처스 성적이다.

타율 0.330, 55경기 188타수 62안타 6홈런 26타점 26볼넷 39삼진 장타율 0.468 출루율 0.415

위에 언급한 외야 라이벌 최인호보다 오히려 좋은 성적을 남겼지만, 1군에서는 맥을 못 췄다. 이번 대표팀 선발과 국제대회 경험이 한 단계 도약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장지수는 2019시즌 성남고를 졸업하고 2라운드 전체 20번째로 KIA에 지명된 선수로, 변우혁과의 트레이드로 한승혁과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유망주 투수이다. 이번 시즌 퓨처스 성적은 평균자책점 4.12로 35경기에서 4패 4세이브 6홀드를 기록했다.

주로 불펜에서 뛰었고 피안타율은 0.224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좋지만, 아직 위기관리 능력과 제구 쪽이 안정적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체격은 크지 않지만, 140km/h대 중, 후반의 공을 던지는 투수로 불펜 투수로 충분히 매력을 가진 선수이다. 만약, 장지수가 1군 불펜에서 공을 던질 수 있다면, 한화이글스의 불펜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야수 이민준은 그야말로 원석에 가까운 선수이다. 문현빈과 더불어 한화이글스 내야의 미래라고 볼 수 있겠다. 이번 시즌 김서현, 문현빈에 이어 3라운드 21번째로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유격수 자원으로 이번 대표팀에 선발된 것은 아직 공격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으나, 안정적인 수비가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 퓨처스에서도 볼넷과 삼진 비율이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선구안의 개선이 필요하고 어린 선수이기에 몸에 힘이 붙고 시즌을 치르는 노하우가 생기면 좋은 선수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큰 선수이다.

여기에 단국대학교 포수 서정훈이 선발 명단에 포함되었는데, 프로 지명은 받지 못했지만, 한화이글스 육성 선수로 입단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태극마크’는 아무나 다는 게 아니다. 남들이 인정할만한 재능도 있어야 하지만, 상황에 따른 기회도 있어야 한다. 위에 언급된 선수들은 충분한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다. 좋은 기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각자가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태극마크’의 무게는 같을 것이다. 여기에 본인 스스로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동기부여로 준비를 하고 대회에 임할지는 본인의 몫이다.

아무나 하는 경험이 아닌 경험을 하게 된 선수들이 부디 좋은 경험을 통해 많은 성장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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