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이백번째 이야기] 집권 여당은 뭘 혁신하려는 건가

국민의힘 홈페이지.
국민의힘 홈페이지.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것도 앞뒤가 꽉 막힌.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혁신안을 대하는 지도부와 ‘윤핵관’ 자세가 그렇다는 말이다. 혁신위는 왜 만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우리는 수준 낮은 집권 여당의 혁신 작업을 보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 ‘지도부’, ‘중진’에게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권고했다. 대상자들은 아랑곳없다. ‘핵관 중 핵관’이라 불리는 인사는 버스 90대를 대절해 자신의 지역구 외곽 조직 행사에 참석했다. 암만 “매를 들겠다”고 해도 ‘너는 떠들어라, 난 안 들린다’식이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출발했다. 정치의 ‘정(政)’자도 모르는 인사를 혁신위원장에 앉혔고, 혁신위원은 ‘비윤’이 아닌 ‘친윤’으로 끼워 넣었다. 인요한 위원장은 혁신보다 ‘잿밥’(출마)에 더 관심 있어 보인다. 혁신위 제안도 최고위가 ‘NO’하면 ‘땡’이다. 

무엇보다 혁신의 본질적 과제인 ‘윤석열’이란 성역에는 침묵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무슨 말귀를 알아듣고, 영(令)이란 게 설까. ‘혁신위 조기 해산설’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도 별수 없다. 지금까지 내놓은 세 가지 안 모두 국민적 공감대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당사자도 거부한 ‘대사면’을 혁신안 1호랍시고 올리지를 않나, 실효성도 없는 ‘희생 권고’를 하지 않나. 

압권은 비례대표 절반을 ‘청년’으로 한다는 3호 혁신안이다. 30대 장관이 즐비할 거라던 윤석열 대통령 ‘공약(空約)’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활동기간이 두 달뿐인 혁신위가 한 달도 못 채우고 집에 간다고 하지 않을까 싶다.

국민의힘은 대체 뭘 혁신하겠다는 건가.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를 향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한 비판은 ‘사돈 남 말 하는 소리’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지고 나서 정신을 차리겠다고 ‘민심의 바다’에 혁신위를 띄웠건만, 정작 배는 산으로 가고 있으니.

정치 혁신은 ‘인적 쇄신’이 기본 바탕이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공당으로서, 집권 여당으로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정권을 유지할 동력을 얻을 수 있으리라. 입으로만 혁신을 외치고, 말로만 개혁을 외친들 이 나라 국민들은 눈 하나 꿈쩍할까. ‘너는 떠들어라 난 안 찍는다’며 등 돌리고 외면하지 않을까.

혁신은 ‘매질’ 같은 인위적인 도구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용퇴를 자처하는 ‘선배들’이 나오지 않는 한 혁신은 꿈같은 얘기다. 국민의힘이 살고, 윤석열 정부가 살려면 ‘도도한 장강의 앞 물결’이 밀려나거나 스스로 멈춰야 한다. 

그들이 “독배를 들겠다”고 자처하지 않는 한 내년 총선 승리는 죽었다 깨도 못한다. 그렇고 보니 ‘그들’은 비단 영남에만 있는 게 아니다. 충청도에도 불출마나 험지 출마라는 독배를 들어야 할 ‘선배들’이 여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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