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상위 지명자들의 안정적 성장 필요, 스카우트와 지도의 균형 중요

한화이글스 선수들. 유망주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화이글스 선수들. 유망주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유망주. 프로스포츠에서 ‘유망주’는 각 구단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이다. 특히, ‘특급 유망주’로 분리되는 선수들은 그 팀의 10년 이상을 책임지게 된다.

프로스포츠에서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유망주는 많고 기대가 큰 유망주가 있지만, 기대만큼 성장한 유망주는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매년 10명이 넘는 신인들이 팀에 입단한다. 팀의 상황이나 미래를 보고 신인들을 선택하곤 하지만, 그 선수들이 모두 팀의 미래가 되지는 않는다.

혹자는 프로에서 지명 순서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지명 순서에 따라 프로에서 성공의 순서가 매겨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스카우트로 아마추어 선수들을 추적한 전문가들이 많은 자료와 지표들을 통해 선수들의 성공 가능성을 평가하고 많은 회의와 고민 끝에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프로에서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따라서, 프로야구에서 빠른 순번에 선택되는 선수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스카우트들의 시간과 땀이 그 선수들의 지명 순서에 고스란히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최고의 선택은 있게 마련이다.

선수 선발의 문제이냐 아니면 지도자 코칭의 문제이냐.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관해서 많은 논란이 있는 사안이다. 좋은 선수를 선발했지만, 코칭에 문제가 있어서 그 선수는 성장하지 못했다. 낮은 순번이나 육성 선수로 입단했지만, 좋은 코칭으로 그 선수는 큰 성장을 이루었다. 이는 코칭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

애당초 이 선수 대신 다른 선수를 선발했어야 했다. 이 선수를 선택한 것은 역시 탁월한 최고의 선택이었다. 아주 좋은 선수를 선발해서 대형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는 선수 선발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

역시나 정답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유망주의 성공 확률’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명 순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많은 스카우트의 전문가적인 식견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각 구단은 지명 순서가 앞 순위인 선수들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고 기회를 먼저 줄 수밖에 없으며 그 선수들이 성장을 해줘야 빠르게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상황으로, 만약 상위 순번에 지명된 선수가 기대만큼의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이유이든 그 팀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바로 상위 순번에 지명된 신인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팀의 근간을 튼튼하게 해주는 첫 번째 영역이 될 것이다.

상위 지명자들의 안정적인 성장 필요, 이를 위한 스카우트와 지도의 균형이 중요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로 상위 순번에서 지명받았다 하더라도 프로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는 선수가 허다하다. 반면에, 하위 순번에서 지명받았지만, 프로에서 대성공을 거둔 선수도 많다. 심지어 지명을 받지 못해 육성선수로 입단해서 빛을 본 선수도 상당수 존재한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상위 지명자들의 성공이 우선시되고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한화이글스와 같이 하위권에 있는 팀은 특히나 신인 지명에 공을 들이고 신인 선수들의 적응과 성장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좋은 선수를 먼저 선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 하위권 팀이 과연 팀에 보탬이 되는 좋은 선수를 선발했고 그 선수들의 성장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5년간(2019년-2023년) 프로에 상위 순번으로 지명되어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과연, 한화이글스는 다른 팀에 비해 얼마나 신인들의 성장이 이루어진 상황인지 확인을 해본다면, 한화이글스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

한화이글스 뿐 아니라, 다른 구단들의 상위 순번 지명자들의 성공 여부도 함께 들여다본다면, 각 팀의 상위 지명자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019시즌을 앞두고 한화이글스는 타자 지명에 공을 들였다. 1차 지명으로 천안북일고의 변우혁을, 2차 1라운드에 경남고의 노시환, 2차 2라운드에 광주일고의 유장혁(현 유로결)을 차례로 뽑으면서 미래의 야수에 투자했다.

5년이 지난 시점에서 노시환이 국가대표로 성장하며 대성공 케이스를 만들었지만, 변우혁은 트레이드로 기아로 떠났고 유로결은 아직도 프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원태인(1차 지명)을 국가대표로, LG는 정우영(2라운드)과 문보경(3라운드)을 국가대표로 성장시켰다. 여기에 1차 지명자인 이정용까지 주축 투수로 성장하면서 LG는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2020시즌, 한화이글스는 1차 지명으로 천안북일고의 신지후, 2라 1라운드에 부산정보고 남지민, 2차 2라운드에 부산고 한승주를 선발하면서 투수를 연이어 선택했다.

남지민과 한승주는 1군 무대에서 한화이글스의 미래로 기회를 받고 있지만, 아직은 더 가다듬어야 하는 원석에 불과하다. 1차 지명자인 신지후는 자취를 감췄다. 4라운드에서 뽑힌 강재민이 대성공을 거두었고 6라운드에서 뽑힌 최인호가 내년 시즌 도약을 꿈꾸고 있다.

LG는 1차 지명자인 이민호, 2차 1라운드 김윤식이 팀의 주축 투수로, 3라운드 손호영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SSG는 1차 지명자인 오원석과 1라운드에 뽑은 전의산이 팀의 주축으로 3라운드 최지훈은 국가대표로 성장했다.

삼성은 2라운드에 뽑은 김지찬이 국가대표로 성장했고, KIA는 마무리 정해영을 1차 지명으로, 롯데와 KT는 최준용과 소형준을 1차 지명으로 선발해 성공을 거두었다.

2021시즌 한화이글스는 전국 지명으로 부산고 정민규를, 2차 1라운드에서는 김기중을, 2라운드에서는 송호정을 선발했지만, 김기중만이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을 뿐이다.

반면, 두산은 안재석을, 키움은 장재영을, 삼성은 이승현을 1차 지명으로 뽑으면서 주축 선수로 성장시켰고 KIA는 이의리를 국가대표로 만들었다. NC는 1라운더인 김주원이 국가대표가 되었고 두산은 1라운더 김동주와 2라운더 최승용을 주축 투수로 키워냈다. 키움은 1라운더 김휘집을 주전급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1시즌의 백미는 9라운드에 삼성에 선택된 김현준일 것이다. 리그의 차세대 중견수로 각광 받는 김현준의 지명 순위에 눈길이 간다.

2022시즌 한화이글스는 전국 지명으로 선발한 문동주를, 2년 차에 걸출한 국가대표로 만들었다. 기대했던 1라운드 1순위 박준영은 시간이 필요하고 2라운드 허인서는 상무에서 주전 포수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KT는 박영현을, KIA는 김도영을 1차 지명으로 선택하며 국가대표로 길러냈고 삼성은 이재현이라는 주전 유격수를 얻었다. 두산은 이병헌이라는 준수한 좌완 투수를 선발했다. KIA는 1라운더 최지민을, 롯데는 3라운더 윤동희를 국가대표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올 시즌 신인임에도 눈에 띄는 선수가 많았다. 한화이글스는 문현빈을, 롯데는 김민석을 각각 주전으로 키워냈고 KIA는 윤영철을 선발 자원으로 성장시켰다. 키움은 2라운더 김동헌을 국가대표로 만들었고 LG는 박명근을 준수한 불펜 자원으로 활용했다.

최근 5년간의 신인 선수들 동향을 보면, 한화이글스는 노시환, 강재민, 문동주가 팀의 주축으로 성장했고 문현빈이 주전급으로 도약 중이다.

올 시즌 정규시즌 우승팀인 LG는 정우영, 문보경, 이정용, 이민호, 김윤식, 박명근이 주축으로, 2위 팀 KT는 소형준과 박영현이 국가대표급으로, 3위 팀 SSG는 오원석, 전의산, 최지훈 등이 팀의 주축 선수로 성장했다.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KIA지만, 팀의 미래가 밝다고 평가받는 것은 정해영, 이의리, 김도영, 최지민, 윤영철 등의 젊은 유망주들이 팀의 주축을 넘어서 국가대표급으로 성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늘 소개한 대부분의 선수가 상위 지명으로 선발된 선수들이다. 그 외에 주전급으로 성장한 선수는 삼성의 김현준 정도에 불과하다.

2024시즌을 앞두고 많은 신인 선수가 선발되었다. 과연, 이 선수들이 내년 시즌 1군 무대에 몇 명이 데뷔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재능있는 선수들이 선발되었고 좋은 코칭으로 성장을 기대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젊은 선수들도 성장을 거듭하거나 아니면 도태될 수도 있다. 또는 새로운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기도 할 것이다. 스카우트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도의 영역에서 팀 상황에 맞게 선수들의 장, 단점을 잘 파악해서 성장시킬 수 있어야 강팀으로 가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한화이글스는 하위권에 머물면서 좋은 선수들을 우선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계속 주어졌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수치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노시환, 문동주를 비롯해서 좋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앞서 소개한 선수 중, 노시환, 문동주, 문현빈은 대폭발을, 유로결, 남지민, 한승주, 최인호, 김기중 등이 팀의 주축으로 내년 시즌 활약해주는 성장이 이루어지면 한화이글스의 전력은 탄탄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최인호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상위 지명 선수들이다. 그만큼 팀에서 미래에 대한 기대로 빠른 순번에 선택한 선수들이기에 충분한 재능과 성장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기회는 팀이나 지도자가 주는 것일 수 있지만, 기회를 잡는 것은 오로지 선수 본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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