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필의 새로운 생각]

대전테크노파크 책임연구원경영학박사 권혁필
대전테크노파크 책임연구원경영학박사 권혁필

며칠 전 인터넷을 하다가 세계적인 검색포털 ‘구글(Google)’에서 대전의 학교 이름을 검색하기 위해 “대전 학” 이라고만 쳤는데 자동으로 완성되는 검색어에 “대전 학폭”, “대전 학부모 신상”, “대전 학부모 근황” 등의 단어가 검색 라인 아래로 나열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살기 좋은 대전시가 어쩌다가 지독한 학교폭력 사건이 터지고, 담당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해야만 했던 ‘야만의 도시’로 이미지가 실추되었는지 실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몇 년 전부터 장관급 정부부처의 주요 요직에 후보로 낙점되는 주요 인사들이 자녀들의 학폭(학교폭력) 사건에서 문제가 되어 취임 전에 낙마하거나, 취임 후에도 계속하여 자녀의 새로운 가해행위와 부모들의 문제있는 태도가 언론에 추가로 오르내리는 일이 많아졌다. 

특히 최근에 알려진 청와대 모 인사의 초등학생 3학년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2학년 학생에게 ‘전치 9주’의 중상해를 입힌 사건을 보면, 이제 학폭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넘어서 초등학교 어린이에게까지 널리 퍼져있는 ‘팬데믹’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대로 가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간의 모든 교육현장에서 크고 작은 학폭 사건으로 모든 학생들과 모든 교사, 그리고 모든 학부모들까지 온통 지옥과 같은 아수라의 현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 오랜 시간 고통과 번민의 나날을 보내게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의 과거 학창시절 경험에 의하면, 학폭 사건에 직접 관련이 없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불공정 행위, 부정한 권력앞에서의 자괴감 등의 경험은 나중에 그들이 성인이 되어서 이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불만에서 범죄행위로 이어지는 씨앗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따라서 학폭사건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며, 내 자녀 또는 내 손자·손녀가 12년간의 기나긴 학창시절에 거쳐야 할 길 옆에 지뢰밭 같은 큰 위험요인이라는 사실은 분명해지고 있다.

이러한 학폭사건에 대한 현재 한국의 교육당국의 처리 시스템에 대해 살펴보자. 대개는 학교에서 임의로 설치 운영하고 있는 ‘위원회’를 만들어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조사하고, 그 과정에서 양측의 학부모가 개입해서 결국에는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는 지리멸렬한 장시간의 싸움으로 양측이 치명상을 입고 나서야 끝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그마저도 그나마 피해학생의 부모가 힘이 좀 있는(?) 경우에나 위와 같이 처리가 되지만, 학부모가 약자이거나 무관심할 경우에는 유야무야 피해학생의 숨죽임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경우도 많다.

범죄와 질병은 ‘예방’이 최고이듯이 학폭사건 또한 미리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시스템만 제대로 갖추어지면 얼마든지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수십 년간 일선 현장에서 국가와 사회시스템의 작동 메커니즘과 선진국의 우수사례를 직접 체험해 왔던 필자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학폭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2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교사와 학교에게 ‘교육거부권’ 또는 ‘수업거부권’을 주는 방법이다. 동료학생들을 무참히 폭행하고, 수업을 고의로 방해하는 문제학생이 발생하면 교사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학교장은 문제학생이 다른 교사에게 수업을 받도록 조치(반 이동)하면 되고, 더 나아가 다른 교사들조차 ‘거부권’을 행사하면 학교에서 심의하여 ‘학교 거부권’(전학)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주는 것이다. 학교에서 거부된 학생은 지역 교육청에서 관리하며 다른 학교로 전학을 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된다. 교사가 교육거부권을 남용할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이 있을 수도 있으나 근무평정의 대상이 되는 교육공무원 제도를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고 판단된다.

위 ‘교육 거부권’은 핀란드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다. 다만 국가는 교육의 의무가 있으므로 문제학생에 대한 교육을 포기해서는 안되므로 교육은 계속하되 문제학생은 일선학교가 아닌 교육당국에서 맡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둘째로, 가해 학부모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또는 ‘징벌적 과징금’ 제도를 두는 것이다. 학교는 엄연히 정부기관이고 정부의 관리하에 있는 시설이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1차 책임자는 ‘정부’인 것이다.

따라서 학교 내 또는 학교에 등록된 학생 사이에서 학폭사건이 발생하면 1차적으로 교육당국은 피해학생의 ‘인생 전체’에 미치는 정신적 피해(자살충동, PTSD 등)를 포함한 모든 피해를 합산하여 최소 1억원 규모에서 최대 수십억원의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 타당한 논리가 된다.

왜냐하면 학생은 대부분 미성년자이므로 1차적으로 학교나 교육당국에서 보호와 교육과 선도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교육당국(정부)은 가해학생 학부모를 상대로 피해학생에게 지급한 손해배상액 상당액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하면 된다. 문제학생에 대한 교육은 학교가 담당하지만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학폭예방을 위한 사전 교육이 어느 정도 성실히 이루어졌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학생이 저지른 폭행으로 피해학생이 입은 손해는 가해학부모가 최종으로 부담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위 2가지 제도가 정착이 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아마도 문제학생은 자신이 문제를 일으키면 다른 반에 들어가거나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서 새로운 덩치(?)들을 상대해야 하므로 조심하여 행동할 것이다.

학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끊임없이 학폭행위를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매일매일 가정교육을 시킬 것이며, 아이들은 내가 주먹을 잘못 휘두르면 우리 집이 작은 평수로 이사가게 되거나, 아버지의 월급이 압류되어 절반밖에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매우 조심할 것이다. “인생은 실전이다”라는 말은 요즘 초등학생들도 안다.

열 명의 순사는 한 명의 도둑을 잡지 못하는 법이다. 학폭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교사나 교장 또는 학폭위원회나 법원이 아니라는 생각은 필자 개인만의 의견이 아닐 것이다.

결국 제대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70년대에 만들어진 ‘무식한’ 시스템이 아닌 2023년에 맞는 ‘스마트’한 시스템이야말로 학폭문제와 학폭사건 발생을 실제로 방지할 것이고, 교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아주 조금씩 움직이는 지옥같은 교육현장을 제대로 바꿀 수 있다고 필자는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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