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외국인 활약 절대적,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베테랑들의 지원

한화이글스 선수들. 자료사진
한화이글스 선수들. 자료사진

정규시즌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무리하고 가을야구에 초대된 팀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외국인 선수들이 제 몫을 해줬다는 것이다.

특히, 우승팀 LG에는 장수 외국인 투수 켈리, 그에 버금가는 플럿코, LG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끊은 오스틴이 팀을 이끌었다. 2위 팀 KT에는 쿠에바스와 벤자민이 마운드에서, 타선에서는 알포드가 활약했다. 3위 SSG는 엘리아스, 맥카티 그리고 에레디아가 타선을 이끌었다. 4위 NC는 슈퍼 에이스로 활약한 페디와 대체 외국인 투수 태너가 준수했고 마틴이 시즌 내내 꾸준했다. 두산은 알칸타라가 자신의 가치를 보여줬고 브랜드 그리고 타선에는 로하스가 있었다.

가을야구에 진출한 다섯 개 팀의 외국인 선수는 1년 내내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고 몇몇 선수들은 리그 최상급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한화이글스는 외국인 선수의 부침으로 인해 시즌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었고 5월부터 합류한 산체스와 기존의 페냐가 동반 상승하면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가을야구에 진출한 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여기에 외국인 타자의 활약은 시즌 내내 없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시즌 막바지 윌리엄스의 활약이 있었지만, 팀이 기대했던 수준의 모습은 결코 아니었다.

한국프로야구는 기본적으로 외국인 선수 세 명의 활약이 전제된다면, 가을야구에 진출 확률이 상당히 높아진다. 반면, 아무리 국내 선수의 기량이 좋고 선수 구성이 알차다 하더라도 외국인 선수가 부진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는 리그이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큰 리그라고 할 수 있겠다.

한화이글스는 1999년 우승 당시, 로마이어와 데이비스 듀오의 활약으로 구단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는 최상급의 경기력을 선보인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적이 없다.

특히, 투수 쪽에서는 한화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한국 리그에서 큰 성공을 거둔 투수는 없었다. 타자 쪽에서는 장수 외국인 선수로 활약한 제이 데이비스만이 역대급 외국인 타자로 기억되고 있을 뿐이다. 데이비스가 활약했던 2006시즌은 한화이글스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 시즌이었다.

그 이후, ‘우주의 기운’이 모여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던 2018시즌에도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과 탈삼진 타이틀을 따낸 샘슨의 활약이 있었지만, 그들의 활약은 그 시즌이 마지막이었다.

외국인 투수의 선택이 2024시즌 성적 좌우할 것, 외국인 타자는 거포 필요

한화이글스의 2024시즌 도약의 첫 퍼즐은 ‘외국인 선수’의 선택과 활약이다. NC의 페디, KT의 쿠에바스, 두산의 알칸타라 정도 수준의 외국인 투수를 선택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게 가능하다면, 페냐가 제2선발로는 최상급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페냐가 에이스 역할을 하면서 제2선발로 다른 선수를 선발한다면, 외국인 투수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게 된다.

2024시즌 한화이글스 전력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외국인 에이스’ 선발이다. 리그를 휘어잡을 수 있는 그런 에이스 말이다.

올 시즌 에이스 역할을 해준 페냐의 재계약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페냐는 제2선발로 충분히 준수한 선수이기 때문에 풀어주기에는 너무 아쉬운 선수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좋은 에이스와 함께 시즌을 뛴다면 조금 더 편안한 상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선수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외국인 타자’의 선택이다. 한화이글스는 역대로 로마이어, 데이비스, 피에, 크루즈, 클락, 로사리오, 호잉 등 외국인 타자들의 선발에 있어서 성공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외국인 타자의 선발에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2018시즌 제라드 호잉 선발 이후, 제대로 된 외국인 타자의 활약이 없었다. 2020시즌 시즌 도중 퇴출된 호잉의 대체 선수였던 반스, 2021시즌의 힐리와 대체 선수였던 페레즈를 기억하는 팬은 거의 없을 것이다. 2022시즌 터크먼은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지만, 팀이 기대한 스타일의 선수가 아니었기에 재계약에 실패하고 메이저리거로 거듭나는 이변을 보여줬다.

올 시즌 장타를 기대하며 선택한 오그레디는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악의 외국인 타자라는 불명예를 안고 팀을 떠났고 뒤늦게 합류한 윌리엄스는 결국 10개의 홈런을 기록은 했지만, 중요할 때 본인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기대에 못 미쳤다.

최하위 타선이라는 오명 아닌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한화이글스는 외국인 타자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2016, 2017시즌 대활약한 로사리오 같은 거포가 팀에 정말 필요한 상황이다. 외국인 타자의 선발이 정말 중요한 이유이다.

외국인 투수가 제대로 선발되면, 토종 선발진은 유망주들로 차고 넘친다. 국가대표 에이스로 발돋움한 문동주의 2024시즌 대활약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에 금이 간 김민우가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복귀하고 남지민, 한승주, 김기중 등의 젊은 선발 후보들이 로테이션에 합류하면 된다. 어려울 때는 베테랑 이태양도 대기하고 있다.

타선은 외국인 거포가 영입되어 활약할 수 있다면, 홈런왕과 홈런 3위에 빛나는 노시환, 채은성과 중심타선을 이루며 최고의 화력을 뽐낼 수 있을 것이다. 올 시즌 이미 그렸던 그림이다.

젊은 유망주들의 성장과 활약 그리고 베테랑들의 지원으로 치열한 경쟁의 시너지 필요

세대교체와 리빌딩. 2024시즌에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숙제이자 숙명이다. 몇 년째 외치고 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처절하게 실패를 거듭했다. 하지만, 실패를 거듭하면서 희망도 볼 수 있었고 자신감도 생겼다. 이제는 성공의 시간을 맞이해야 한다.

투수진에서는 문동주의 대활약이 있어야 한다. 국가대표로 성장해 좋은 경험을 쌓은 문동주. 이제는 리그 에이스급 투수로 올라서야 한다. 즉,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급의 선발 투수로 올라서는 2024시즌이 된다면 한화이글스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시즌 막판 선발 경험을 통해서 가능성을 타진한 한승주, 김기중 등이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한 모습을 반드시 보여줘야 하고 올 시즌 루키 시즌을 망친 슈퍼 루키 김서현이 자신의 가치를 보여줘야 하는 2024시즌이다. 문동주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면 한화이글스의 투수진은 어느 팀과 경쟁해도 뒤질 게 없을 것이다.

베테랑 이태양의 존재와 올 시즌 레벨업을 하면서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주현상의 활약은 계속될 것이다. 여기에 매해 성장하고 있는 좌완 파이어볼러 김범수가 조금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첫 마무리 시즌에 기복이 있었던 박상원이 두 번째 시즌을 맞아 클로저의 역할에 안정적으로 안착한다면 투수진의 기본 틀은 아주 잘 잡히게 된다.

채은성과 노시환이 중심을 잡는 타선에서는 이진영과 최인호 그리고 문현빈의 성장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채은성은 올 시즌과 같은 성적을 올려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고 노시환은 올 시즌 이상의 성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 리그를 대표하는 박병호, 최정의 뒤를 이을 재목이기 때문이다.

정은원이 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2루에 중용될 문현빈이 정은원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다면 공, 수에서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고졸 신인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대단했다. 문현빈이 가진 잠재력을 내년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이진영과 최인호가 외야수로서 OPS 0.8에 근접하거나 넘어서는 그 이상의 활약을 해준다면, 지긋지긋한 ‘나는 외야수다’ 오디션은 끝나게 될 것이다. 많은 외야수 후보가 있지만, 이 두 선수가 가장 앞서고 있는 것은 기록이 명확하게 보여준다. 물론, 다른 선수가 ‘갑툭튀’ 할 수 있겠지만, 현시점에서 이진영과 최인호의 공격력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우위인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이도윤의 깜짝 활약으로 점화된 유격수 경쟁은 치열할 것이다. 이번 시즌 아무것도 하지 못한 하주석이 절치부심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하주석만이 가진 장점이 있기에 이도윤도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하주석이 타석에서 선구안을 보완하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면 분명 팀 전력에 보탬은 될 수 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커버하는 오선진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아직 미완의 대기에 그치고 있는 김태연이 공, 수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한화이글스 공격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본의 아니게, 내, 외야를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로 거듭난 김태연이 조금 더 안정적이고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면 최원호 감독의 야수 운용은 한결 수월해질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최재훈이 버티고 있는 포수 포지션에서의 공격 생산성이 나아져야 한다. 최재훈이 올 시즌 출루는 여전했지만, 장타 생산이 현저하게 떨어진 상황에서 뒤를 잇는 젊은 포수들이 타격에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현재, 박상언과 허관회가 경쟁하는데, 박상언이 올 시즌 많은 경기에 출장하면서 수비적인 측면에서는 많은 발전이 있었으나, 타격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만약, 박상언과 허관회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상무에서 복무 중인 장규현과 허인서가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당장 2024시즌에는 박상언과 허관회가 지금보다는 진일보한 경기력을 보여줘야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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