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의 100대산 도전기] 백두산 서파에서 오른 천지

서파를 통해 오른 백두산 천지
서파를 통해 오른 백두산 천지는 그야말로 한민족의 영산다웠다. 천지에 오른 순간 벅찬 감격에 눈시울이 붉혀질 정도였다. 사진은 눈덮인 백두산과 천지의 모습.

어려서부터 산을 좋아했던 소용돌이(필명)에겐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가 있다. 산 주변에 살다보니 산과 자연스레 친해졌고 산을 오르는 게 좋았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산을 즐겨 찾았다.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을 비롯해 대한민국에 있는 주요 산들은 대략 가본 듯 했다.

버킷리스트에 담긴 바람은 백두산이었다.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 언젠가는 오르고 싶었다. 백두산은 쉽게 갈 수 있는 산이 아니었다. 북한에서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한과 국경이 맞닿아있는 중국을 통해 시도해 보기로 했다. 두어번의 중국 동북3성과 연변 조선족 자치주 출장길이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던 차에 정말 우연하게 기회가 찾아왔다. 대전시청 1층에 있는 여행사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백두산에 오르는 패키지 관광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인천공항이 아닌 청주공항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소용돌이는 두번 생각할 것 없이 같은 뜻을 가졌던 동료들까지 총 4명이 동행하기로 예약했다.

백두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셔틀버스를 2번 갈아타야 한다. 사진은 서파 등정을 위해 소지품과 출입 검사를 위해 관리사무소로 들어가는 관광객들.
백두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셔틀버스를 2번 갈아타야 한다. 사진은 서파 등정을 위한 소지품과 출입 검사를 위해 관리사무소로 들어가는 관광객들.
서파 주봉 주차장에는 중국 공안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서파 주봉 주차장에는 중국 공안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소용돌이 일행이 백두산에 찾기 위해 중국 연길로 향한 것은 지난 10월 27일 새벽이다. 백두산 천지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부품 꿈을 안고 첫 비행기에 몸을 실은 소용돌이 일행은 연길에서 만난 현지 가이드로부터 기대하지 않은 얘기를 듣게 된다. 

백두산 천지를 보려면 3대가 덕을 쌓거나 전생이나 현생에서 덕을 많이 베푼 사람만이 가능하다는 것. 중국 사람들도 백두산 천지를 보고 싶어도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여러번 찾아가야 어렵게 어렵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과장된 표현일 수 있지만 그만큼 백두산 천지가 얼마나 아름답고 특별한 곳인지를 나타내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백두산 천지는 그야말로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소용돌이는 백두산 여행을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 일기 예보를 살폈다. 다행히 백두산을 찾게 되는 10월 27일부터 28일까지는 영하의 추운 날씨이긴 했지만, 구름이 약간 있는 정도였다. 백두산 천지를 볼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지 가이드는 혹시 천지를 보지 못할 경우를 우려해서인지 조심스럽게 안내했다.

백두산 서파는 총 1442개의 계단을 올라야 천지를 볼 수 있다. 해발 2335미터를 알리는 표지판.
백두산 서파는 총 1442개의 계단을 올라야 천지를 볼 수 있다. 해발 2335미터를 알리는 표지판.
몸이 불편하거나 희망하는 관광객들은 가마를 타고 오를 수도 있다. 다만 경비는 부담해야 한다.
몸이 불편하거나 희망하는 관광객들은 가마를 타고 오를 수도 있다. 다만 경비는 부담해야 한다.
백두산 중턱에서 본 연변자치주.
백두산 중턱에서 본 연변자치주.

참고로 백두산은 중국과 북한이 국경을 맞대고 있다. 우리나라는 백두산이라고 부르지만 중국에서는 장백산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우리민족에게는 환인의 아들 환웅이 제사를 열었고 단군이 태어난 성지로 여기면서 민족의 영산으로 신성시되고 있다. 백두산은 장군봉을 비롯해 16개 봉우리가 있는데 이 중 9개 봉우리를 북한 영역이고 그 나머지는 중국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현지 가이드는 7개가 북한, 6개가 중국, 나머지는 공동 관리라고 설명)

1년 중 2/3 이상인 8개월 가량이 눈으로 덮여있어 백두산으로 이름 붙여졌고 정상에는 칼데라 호수인 천지가 있다. 천지는 해발 2257m,면적은 9.165 평방키로미터, 둘레가 14km이고, 평균 깊이 213m, 최대 수심은 384m에 이르며, 송화강과 두만간, 압록강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백두산은 천지를 경계로 북한과 중국이 국경을 이루고 있으며, 1962년 주중 변계 조약을 통해 국경을 확정했다고 전해진다. 이 조약에 따라 백두산 북서부는 중국에서, 남동부는 북한 영역이 됐는데, 천지의 54.5%는 북한 영역이고 45.5%는 중국 영역이라고 한다. 천지를 볼 수 있도록 중국은 서파와 북파를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백두산 서파 계단 초입에 걸려있는 팻말. 백두산에 등정하면 일생이 평안하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백두산 서파 계단 초입에 걸려있는 팻말. 백두산에 등정하면 일생이 평안하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서파를 통해 백두산에 등정하면 해발2470미터가 된다.
서파를 통해 백두산에 등정하면 해발2470미터가 된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 표시. 건너편으로 넘어가면 중국 공안과 군인들이 곧바로 제지한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 표시. 건너편으로 넘어가면 중국 공안과 군인들이 곧바로 제지한다.

그렇다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북한은 차치하더라도, 중국 쪽에서 백두산을 오르려해도 그동안 여러가지 이유로 통제됐던 게 사실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닫혀졌던 중국 국경의 문이 열린 지금에야 조금씩 우리나라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봄 여름 가을보다는 겨울이 긴 백두산의 특성상 백두산에 오르는 성수기는 겨울이 오기 전까지다. 한겨울에는 눈이 5M이상 쌓이면서 차량 통행이 불가능해 사람이 오늘 수 없다고 한다.

소용돌이 일행은 서파와 북파에서 백두산 천지를 보기 위해 3박 4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10월 27일 오전 연길공항에 도착해 도문을 거쳐 이도백하에서 첫날밤을 유숙한 뒤 28일 아침 일찍 서둘러 백두산 방향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이날 목표는 서파에서 천지를 보는 것. 다만 서파나 북파 모두 관광객들의 차량으로 올라갈 수 없다. 백두산은 자연보호구역이자 식물보호구역이다. 따라서 차량도 정해진 전기차량만 통행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백두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두번 차량을 갈아타야 한다. 소용돌이 일행도 이미 등반 예약을 확인한 QR코드를 제시하고 소지품 검사까지 마친 뒤 대기하고 있던 셔틀버스에 탑승해 백두산 방향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셔틀버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조금씩 나와서 봤더니 저 멀리 흰눈이 쌓인 백두산이 보였다. 멀리서 봐도 웅장한 백두산의 모습이었다. 기대감이 충만하는 순간이었다.

중국과 북한의 경계비.
중국과 북한의 경계비.
한 쪽은 중국이라고 써 있고, 반대편에는 조선이라고 적혀 있다.
한 쪽은 중국이라고 써 있고, 반대편에는 조선이라고 적혀 있다.

1시간쯤 이동한 뒤 우리나라의 봉고차처럼 10여명 가량이 탑승하는 소형 승합차로 갈아타고 종착지인 서파 밑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서파 밑 주봉주차장부터는 걸어서 1442계단을 올라야만 천지를 볼 수 있었다. 기대했던 대로 백두산의 날씨는 구름 한점 없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늦가을 날씨였다. 바람도 없었다. 관광객들도 성수기가 지나서인지 그리 많지는 않았다. 많을 때는 2만 5000명이 넘을 정도라는 데 이날은 고작해야 수백명 정도였다.

소용돌이 일행은 주차장에서부터 1442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중간 중간 해발고도를 안내하는 표지판을 확인하면서 쉼없이 올랐다. 몸이 불편한 관광객들을 위해 중국사람들이 가마를 운영하고 있었다. 7~10만원의 비용을 내면 이 가마를 타고 천지까지 볼 수 있는 셈이다.

추운 날씨임에도 천지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계단을 오른 소용돌이는 일행 중 가장 먼저 천지에 도착했다. 이미 천지에 도착한 관광객들은 여기저기서 환호성을 지르며 천지의 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소용돌이도 난생 처음으로 눈 앞에 펼쳐진 천지의 웅장한 모습에 감격했다. 천지의 어원처럼 하늘이 내려 앉은 듯 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푸른 하늘과 눈으로 뒤덮인 백두산, 그리고 그 밑에 있는 푸른빛의 천지는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을 연출했다. 정말 사진이나 그림으로만 보면 그런 천지의 모습이었다. 감격스러웠다. 뭉클했다. 왜 이제야 왔는지 야속할 정도였다. 그 어떤 표현으로도 천지의 풍광을 담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과 마음에 차곡차곡 쌓았다.

관광객들은 소지품 검사를 통해 라이터를 제한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계단에 담배 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중국은 식당에서도 담배를 즐길 수 있는 나라다.
관광객들은 소지품 검사를 통해 라이터를 제한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계단에 담배 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중국은 식당에서도 담배를 즐길 수 있는 나라다.
백두산 서파는 중국과 북한의 국경이다보니 중국 군인들과 공안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백두산 서파는 중국과 북한의 국경이다보니 중국 군인들과 공안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서로 천지를 사진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절대 태극기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거나 '대한민국'을 외치지 말라는 가이드의 조언에 따라 감탄사만을 내뱉으며 풍경을 감상했다. 카메라에 천지 이곳저곳을 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잠시 흥분을 가라앉힌 뒤 주변을 둘러봤다. 자세히 보니 중국과 북한의 국경을 나타낸 경계비가 있었다. 한쪽은 한자로 '中国'이, 반대편은 한글로 '조선'이라는 표시가 하나의 비석에 적혀 있었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이어서 인지 중국 군인들이 총을 들고 경계를 서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혹시나 관광객들이 경계를 넘어가면 큰 소리로 저지하기도 했다. 소용돌이 일행은 미리 준비해간 컵라면과 소주 한잔을 천지를 향해 부으며 자축했다.

소용돌이 일행은 한참 동안을 서파에 머물며 천지를 감상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해 금강대협곡으로 향했다. 이튿날 북파에서의 천지를 또 한번 기대하면서 내일을 기약했다.

내 인생 최고의 경험 첫날이 이렇게 지나갔다.

백두산 서파에서 내려온 뒤 찾은 금강대협곡. 백두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지나가면서 만들어진 협곡이다.
백두산 서파에서 내려온 뒤 찾은 금강대협곡. 백두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지나가면서 만들어진 협곡이다.
멀리서 본 백두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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